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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도>를 읽다가

책을 읽다

by 휴헌 간호윤 Sep 08. 2021

                                                                                                                                                                              <일본의 무사도>를 읽다가


벨기에 법정대학 드 라블레이 교수: “그렇다면 일본 학교에서는 종교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종교 교육이 없다니! 그러면 어떻게 도덕 교육을 받을 수 있죠?”


니토베 이나조: “내가 소년 시절에 받은 도덕적 가르침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 선악과 가치의 관념을 형성시킨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한 끝에 그 관념들을 내 속에 불어넣은 것이 다름 아닌 무사도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일본의 무사도』는 일본의 정체성과 뿌리를 사무라이에 찾았다. 니토베는 이 책에서 무사도는 ‘지식을 위한 지식을 경시’했다며 무사도의 도덕성을 들었다.


그 첫째는 존재를 위한 명분, 둘째는 물질을 초월한 의리와 정의, 셋째는 무사의 정신인 용기와 인내, 넷째는 다스림의 최고 덕목인 인(仁)과 측은지심(惻隱之心), 다섯째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예의, 여섯째는 참된 마음인 진실과 성실, 일곱째는 이름에 대한 의무인 명예, 여덟째는 국가와 주군에 대한 복종인 충의(忠義), 아홉째는 육체를 뛰어넘는 극기(克己), … 따위를 든다. 한마디로 우리가 언어로 형용할 수 있는 인간 최상의 어휘 만찬장이다. 그래도 이 책은 서양에 신비로운 일본을 알리는 교범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무라이 정신을 무사라도라 칭하고 서양의 기사도와 한껏 견준 『일본의 무사도』이다. 


이 책의 서문에 보이는 벨기에 법정대학 드 라블레이 교수의 종교에 대한 물음과 니토베 이나조의 대화이다. 비록 이 책이 시간으로는 120년 전 1899년 12월에, 거리로는 저 태평양 건너 펜실베이니아 멜버른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읽는 내 가슴이 뜨끔하였다. ‘우리 대한민국의 도덕은 무엇으로부터 연유하는가?’에서다.


도덕(道德), 도덕은 사회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이다. 좁게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 규범이지만 넓게는 한 나라의 총체인 것이 도덕성이다. 다른 말로 국민성이요, 국민성을 형성케 한 고유한 전통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책에 의하면 서양은 종교를 통해, 일본은 무사도를 통해 도덕을 배웠다. 100년 전 글이고 과문의 소치인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상식으로 지금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 교육에도 분명 학교 교육과정에 ‘도덕’이란 교과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생활태도를 중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와 국사에서 끌어온 플라톤이니 성리학 따위를 암기하라 배웠다. 


서양은 종교나 기사도에서 일본은 무사도에서 도덕적 관념을 찾는다. 나는 이 땅에 태어나 교육을 받고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선생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저 드 라블레이 교수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난 무엇이라고 답할까? 니토베 이나조의 견해에 유추하면 ‘선비정신’이 적절한 해답이다.


그러나 -----‘조선의 선비정신이 이 시대 정녕 우리 사회에 도덕으로 작동할까? 지금, 한국인의 도덕성은, 아니 나의 도덕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봉인된 비밀문서를 푸는 것만큼이나 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니토베 이나조의 <일본의 무사도>에 나오는 글을 한 번 더 인용한다.


무사도는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고유의 정신이다. 그것은 일본 역사 속에 보존되어 있는 바싹 말라버린 고대 도덕의 표본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움과 힘을 간직한 채 일본 국민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무사도는 분명치 않은 형태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분위기의 향기로써 여전히 일본인들을 크게 감화시키고 있다. 무사도가 탄생하고 성장한 시대는 이미 사라졌다. 그러나 먼 과거에 존재했지만 지금도 본체를 상실한 별이 아직 일본인들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듯, 봉건제의 자식으로 태어난 무사도는 그 모태인 봉건제가 이미 붕괴되었음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일본인들의 도덕성을 비춰주고 있다.


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 1862~ 1933): 사학자이다. 일본 모리오카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삿포로농학교를 졸업하고 유학하여 존스홉킨스대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귀국 후 삿포로농학교, 교토제국대학과 도쿄제국대학에서 식민학을 강의하였다. 니토베는 식민학자로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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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무사도/ 저자니토베 이나조/출판생각의나무발매200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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