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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머문 곳

2016년 12월 31일의 기록

by 바다에 내리는 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기 전 3년을 살았던 앙부아즈 클로뤼세 성의 앞 좁은 길을 내려가며 이 사진을 찍었다.


프랑소와 1세는 이탈리아의 천재 다빈치를 최고의 건축가, 예술가, 기술자, 연출가 등으로 칭송하며 초청하여 자신의 성에 머물게 했다. 다빈치는 여기서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그리고, 발명하고, 기획하고,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부르거나 환대하지 않았고 머무르는 동안 어떤 걸작도 남기지 못하고 범작도 시작하지 못했지만 여기, 나도 있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 낯선 어둠 속에서 과연 실재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을 만큼 쪼그라든 존재를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더듬더듬 확인해 가며 아마도 헤쳐 나가고 있다.


그러나 다빈치 말고 기억되지 않는 많은 필부필녀 역시 이 길을 오르락내리락했을 것이다. 감자 캐는 농민과 아이 키우는 아낙과 뛰어놀던 아이들까지 각자의 정직한 소출을 품에 안고 이 길을 지나 거창하지 않은 자기 집에 들어가 몸을 누이고 새벽을 기다렸을 것이다. 자취를 남기지 못한 수많은 이들의 희망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나고 있다. 이 야속하게 지나가는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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