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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전략 #1. 삶의 목적 : 살아있음

네 번째 생존투쟁

by 정원

예민하게 반응했고 의사를 믿었다.


간절히 원했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며 최선을 다했던 일에 균열이 생기던 2023년 10월, 면역력이 떨어지고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폐에 작은 결절이 보였고 주치의는 애매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7년간 세 번의 암 진단을 받으며 동일한 검사결과를 두고도 의사마다 해석과 조치방법에 차이가 있음을 경험했기에, 폐 CT 결과지를 들고 종합병원 세 곳을 찾았습니다.


PET-CT(전신암검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결절의 크기는 작았으나 몸의 증상들이 암 투병 중이던 때와 유사했고 특히, 면역저하는 정상세포들이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암은 아닌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일을 줄이고 산책을 하며 컨디션은 회복되었습니다. 정말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암 줄기세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기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제 앞의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지켜보며 대기 중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른 긴 대기시간! 검사결과를 오래 들여다본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죠.


나 : 그때 그 결절인가요?

의사 : 크기가 커졌고 모양도 좋지 않네요. 혹시 증상은 없었나요?


PET-CT 검사일정이 잡혔습니다. 1년 4개월 전, 제가 요구했을 때 검사했다면 어땠을까요?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해도 암 줄기세포는 성장과 재생을 반복합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현상을 해결해도 그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해서 드러날 수밖에 없죠.


4기 전이암 환자인 저는 관해상태를 완치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관해상태를 길게 유지하는 것'임을 잠시 잊었습니다. 간 수치가 나빠지며 복용하던 약들을 중단했고 반나절 재택근무가 풀타임 출근으로 바뀌며 식이요법, 운동 등 많은 것이 무너졌습니다.


삶의 목적은 살아있을 때 의미 있다.


샘남암종, 삼중음성, 브라카변이를 가진 4기 전이암 환자가 9년째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 모릅니다. 샘남암종은 매우 희귀한 악성종양이나 진행이 느린 특징이 있고, 진행이 느리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삼중음성은 공격적이고 재발 및 전이의 위험이 높습니다. 강한데 느린 것과 강하고 질긴 것의 조합! 주치의는 제 케이스를 책에서만 봤다고 했습니다. 저와 같은 사례를 찾아왔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암 진단(2016년), 재발(2017년), 전이(2019년), 전이된 장기에 재발(2025년)"

네 번째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름 전부터 전신의 통증이 생겨 뼈 전이를 의심했으나, 다행히 암은 폐에만 자리를 잡았습니다.


폐에 전이된 2019년을 돌아봅니다. 매주 항암치료를 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당시에 회자되던 펜벤다졸(강아지 구충제)과 '암을 굶기는 치료법'이라는 책 속의 내용을 기반으로 내게 맞는 보조제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엑셀에 혈액검사 결과를 입력하고 추이를 살피며 보조제를 조정해 갔지요. 종합병원의 표준치료(수술, 항암, 방사선)에 대체의학을 더했고, 수술로 관해상태가 되었습니다. 다시, 하면 됩니다.


삶의 목적, 꿈은 살아 있을 때 그 의미가 있습니다. 살기 위한 네 번째 투쟁을 시작합니다.

암을 굶기는 치료법 두 번째 버전의 책을 완독 했고 내게 맞는 보조제들을 정리 중입니다. 반신욕(건식)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보이차녹차를 마시고 커피는 줄였습니다. 탄수화물과 당을 제한하고 채식, 단백질 섭취 위주로 가볍게 먹고 움직입니다. 전신의 통증으로 20분 이상 걷기가 어렵지만 일단 운동화를 신고 나갑니다.


세 번의 생존투쟁으로 배운 것들과 새롭게 연구한 것을 종합하고 '실행~점검~보완'하며 삶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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