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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글쓰기의 작은 역사

나의 20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by 고요한밤


1. 영화 <접속>의 시대


90년대 말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을 기억하는지?

한때 사무 조교로 일하던 학과 사무실에서

주로 이용했던 천리안 프로그램.

접속 시에는 전화선을 사용하는지라

전화가 내내 통화 중으로 나오기 때문에

주로 사람 없는 저녁 시간에 따로 접속하곤 했었다.

개별의 아이디로 채팅을 하고

공통 주제에 한 마디씩 보태던 시절,

또각거리며 키보드를 두들겨

할 말을 전하던 아날로그 그때에

잊고 살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었다.

지금 세대에겐 아마 <전설의 고향> 정도로

구닥다리로 느껴질 것 같다만

<새롬 데이터맨> 파란 시작 화면 만으로도

두근두근하던 인터넷 초창기 그 시절이

그 세대를 지나온 이들에겐

뚜루뚜뚜 몽글몽글 추억의 시작이다


2. 프리챌과 싸이월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한참 아이러브스쿨 열풍이 있었고

그로 인한 동문회나 친목 커뮤니티가 생겨난 곳은

freechal 프리챌 사이트였다.

해외 생활을 하며 독박육아를 하게 되어

같은 관심사로 글을 나누고 댓글을 달면서

새로운 사람과의 온라인 연결이란

신기하고 오묘하고 끈끈하고 재미난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육아일기를 틈틈이 쓰는 와중에도

프리챌 육아 커뮤니티의 쫑알거림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프리챌도 어느 순간 유료화다 뭐다

시끄러운 갈등의 시기를 맞으면서

어느 날 조용히 뿅 사라져 버렸다.

영원할 것 같던 육아일기 사이트와

프리챌 사이트의 배신으로

온라인상에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 기록은

앞으로 남기지 말아야지 다짐했건만.

어느새 싸이월드의 일촌파도타기와

도토리로 꾸미는 미니미, 미니룸 등의 재미를 맛보며

대부분의 일상과 여행 사진들을 잔뜩 올리고

연결된 일촌들과 즐겁게 공유했었다.

영국서 중국으로 갔던 2005-07년 시기에

싸이월드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나마 가진 몇 안 되는 인맥을 잃는 것 같아

안달복달 초조하기도 했었는데.

Anyway, 싸이월드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작년인지 언제인지.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

싸이월드의 내 미니홈피에 겨우 접속할 수 있었으나

사진, 게시판 등 자료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잠시나마 그 시절을 눈요기한 것으로 떠나보냈다.


3. 네이버와 페이스북


어딘가 오래 가입하고 활동한 적이 없는데,

십수 년 동안 내가 속해 있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자녀교육 관련 카페이고

주로 미국 보딩스쿨에 유학 보낸 부모님들이

정보교환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지라

아이의 학교 커리큘럼과

PTA(학부모회) 자료를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십수 년 동안 세월을 지나

대부분의 자녀는 2,30대 학생/직장인으로 성장했으며

회원들도 어느덧 5-60대가 주를 이룬다.

자녀가 크고 나면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하니

한 달에 한 번은 글을 올리고

덧글을 일정 숫자 이상으로 올려야

회원자격과 글보기 등급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 숙제 요건을 그간 십수 년 간 꾸준히 지켜온 덕분에

내 닉네임 ‘고요한밤’으로 된 240여 개의 글들과

7000개 육박하는 덧글이 존재한다.

아이가 성장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고

내가 더불어 성장한 기록이기도 하며

글 쓰는 훈련의 규칙적인 장이 되어 주었다.

(요새는 두달에 게시글 1개로 완화되었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 이후 우연히 시작하게 되어

이 또한 굉장히 많은 사진과 단상들,

좋아하는 노래나 영상 공유 등

이 자체 만으로도 개인의 장장한 역사 기록이며

‘과거의 오늘’ 코너에서 예전 그날을 소환해 준다.

하지만 이젠 다른 친구들의 글이 거의 오르지 않고

나조차도 글 올리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메타의 다른 여러 앱들, 인스타, Threads와

메신저, 스토리 기능 등을 쓰기는 하지만

거의 눈팅 정도이고 업데이트할 일이 전무하다.


4. 그리고 브런치


세상은 넓고 글쓰기 고수들도 넘쳐난다는 사실을

브런치 작가 활동과 어리버리 눈팅을 통해

매 순간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구독자 수나 라이킷(?)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멤버십, 유료화 등에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그간 여러 공간에서 연단된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내딛고 싶은 바람이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픈

출간 관련 여러 희망사항도

브런치를 통해 차례차례 준비해서

제대로 진행시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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