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경야독 라이프
1.
태어난 이후 근 오십 년 가까이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만 하면서
필라테스나 근력 운동 주변을 찔끔거리던,
완벽한 몸치인 나를 집밖으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골프라는 요물이었다.
물론 이전에 살았던 곳들에서
아예 시도를 안 해 본 것이 아니었으나,
초기에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거나
골프채를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잊어버렸다.
두 부자가 함께 즐기는 운동 종목 중 하나였지
나랑은 절대 안 맞는 운동이라 믿고 살아가던 중
4년 전 봄에, 남편의 꼬심과 회유가 시작되었다.
아들이 졸업하는 타주 대학교 근처에서
세 식구 기념 라운딩이라도 하면 좋겠다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아이언과 퍼터 정도만 들고
집 근처 9홀 숏 코스에 나가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운동신경 제로에 기본 룰도 모른 채
어리버리 얼렁뚱땅 시작된 나의 골프 라이프.
근 4년을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매일 꾸준히 연습에 연습을 반복한 결과,
지금도 아주 잘하지는 못하면서
실수도 잦고 공 분실도 부지기수이지만,
이제 공이 좀 날면서 한참 라운딩 재미에 빠져있는
백순이 수준에 겨우 이르렀다.
이것만도 나에겐 엄청난 발전이다.
2.
초기에 단순무식하게 클럽을 휘둘러 대며
양쪽 팔꿈치에 엘보 통증도 얻고,
구릿빛 그을린 팔다리와 얼굴 기미도 얻었지만
무엇보다도 신체적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
햇볕을 보며 푸른 잔디 위를
자의든 타의든 장시간 걸으니
오랫동안 날 괴롭혀 오던 건강상 이슈들이
어느새 정상 수치로 돌아오게 되었다.
주로 혼자 치던 초보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룹에 조인할 수준이 되면서
필드 위에서 나만의 원칙이 있다면,
남의 스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스윙하는 순간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간혹 갑자기 훅 들어오는 무례한 멘트들이 있는데,
어떤 동반자는 나의 레슨 프로까지 거명하며
내 공이 잘 안 맞는 탓을 돌리기도 했다.
처음엔 이런 공격적 언사와 무매너에
멘탈이 유리처럼 와장창 흔들거렸으나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당신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고요.
정타를 향한 내 스윙의 주체는 나이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내 탓이로소이다 라고 말이다.
3.
나에게 브런치 작가란 책임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껏 책 읽기와 글쓰기를 쉬다시피 떠나 있던 것도,
살아온 인생의 굽이굽이 떠밀린 듯 산 것 같음에도
매 순간 선택은 나의 자유 의지요 결정이었다.
돌고 돌아 이어진 브런치와의 만남과
작가의 길 역시 온전히
내가 휘두르는, 내가 완성해 나가야 할
나만의 스윙의 모습과 같다.
매일 비슷한 일상 속에 시들어가던 때와는 달리
이젠 아침마다 눈을 뜨며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게 된다.
그 하루를 채우는 낮 시간의 골프 여정과
밤 시간 독서와 글쓰기의 즐거움으로
나의 인생 후반, 몸 튼튼 마음 튼튼,
슬기로운 주경야독의 라이프는 충만해져 간다.
골프 스코어가 안좋으면 안좋은 대로
구독자 수나 라이킷 수가 안나오면 안나오는 대로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고 짜내 보아도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치는 순간이 와도
나만의 길을 묵묵히
나만의 스타일로 당당히 가고 싶은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