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부두애 Dec 14. 2023

지사제를 끊었습니다.(4)

아내는 한국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대장 내시경을 예약했다.

한 번도 내시경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나는 내시경을 앞두고 뭘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많은지 귀찮기만 했지만,

내가 저지른(?) 과오들이 있기에 묵묵히 아내 말을 따랐다.


그렇게 내시경 당일,

‘마취가 안되면 어떻게 하지? 그럼 손 들어야 하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던 나는, 눕자마자 몇 초 만에 기절했다.


그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마취가 안 됐다고 생각했던 나는 몽롱한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선생님에게 “왜 아직도 마취가 안 됐어요”하고 물었던 게 기억이 난다. 이미 검사는 다 끝났는데 말이다.


검사 결과 ‘대장 게실’이라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의사 선생님 소견으로는 큰 이상은 없고

혹시 모르니 1년 뒤에 대장내시경을 한 번만 더 받아보라고 했다.


"뭐래? 괜찮데? 대장게실? 그게 뭔데"

“어? 나도 몰라? 그냥 괜찮데. 1년 뒤에 검사 다시 받아보래”

자세한 게 궁금했던 아내는 이것저것 묻다가 이내 인터넷을 켜서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장 게실염이나 게실출혈 이런 거는 아니래?”

“응 그런 거는 전혀 없데”


대장에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우엉차, 요구르트, 사과즙, 매실… 장에 좋은 음식들은 거의 대부분 먹어본 것 같다.

내 장 고치기 프로젝트에 본격 돌입한 아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찾아보고 노력했는지, 지금은 무엇을 먹었는지 다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여전히 말썽꾸러기 장은 고쳐지지 않았는데,

직장 생활로 인한 불규칙적인 식사와 스트레스받을 때 먹는 나쁜 음식들이 그 원인이었다.

당시 내 장의 상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지 않느냐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몇 개월간 노력하던 아내도 이내 포기하고, 나도 지쳐서 손을 놓고 있을 즈음.

내 생활 습관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 찾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지사제를 끊었습니다.(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