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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Dec 28. 2020

반려견을 대하는 사랑의 유형

그 모두가 '사랑한다'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요?

푸돌이가 오랜만에 처가댁에 놀러 다. 17년 동안 장인어른, 장모님과 한 침대에서 잠을 청하던 푸돌이가 요도암 때문에 우리 집에서 요양하고 있기에 고향집 방문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버님과 어머님이 귀여운 요 녀석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밖을 나가기 무서워하는 쫄보 푸돌이를 기어코 데리고 나왔다. 그래도 처가댁에 오니 푸돌이도 익숙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장인어른 (아버님) : 과묵한 행동파

"내가 기억나냐 푸돌아~~?"

푸돌이가 집에 왔다는 소식에 버님은 퇴근하시자마자 신발도 채 벗지 않으신 상태로 푸돌이를 끌어안아주시며 말씀하신다. 눈에는 하트가 뿅뿅 날아다닌다. 예전이었다면 그냥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식을 준 후 할 일을 하러 아버님 방으로 들어가셨을 텐데 아버님도 많이 변하신 듯하다.


자가 있으면 이렇게 이뻐하실는지... 푸돌이를 리에 혀놓고 "맨날 이렇게 앉아있었던 것도 기억나냐?"라며 대답할 수 없는 푸돌이에게 질문을 던다. 푸돌이는 그 말을 알아듣는 건지 멀뚱멀뚱 아버님을 쳐다보고 있다.


'이 녀석, 치매가 워낙 심해서 기억하려나?'

푸돌이를 보며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버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한층 밝아진 아버님의 모습 오래 살았던 정이 애틋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은 워낙 평소에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시는데, 푸돌이의 존재가 주는 기쁨이 확실히 있었던 모양이다. 요놈을 보는 눈에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아버님은 그렇게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으셨던 것이다.

아버님 품에 안겨있는 푸돌이, 아기 같이 얌전히 앉아있다.

아버님은 푸돌이를 보지 못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이 털뭉치를 아끼는 마음이 그새 더 커 모양이었다. 이 녀석이 어느새 노견이 되어버려 몸도 잘 가누지 못하고 안 아픈 곳이 없다는 이야기에 속이 많이 쓰리신 모양이다. 많은 말씀은 없지만 은 한숨과 무거운 표정에서 그 마음이 느껴진다.


장모님 (어머님) : 짧고 깊게! 단 것만 주는 스타일

어머님 역시 어머님 나름의 사랑의 방식이 있다. 오랜만에 놀러 온 푸돌이를 어머님도 품에서 떼놓지 않고 뽀뽀하며 계속 말을 걸어준다. 장모님 말씀에 의하면 푸돌이는 어머님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신다. 하핫!


아내와 형님은 멍뭉이들을 친동생처럼 삶의 모든 과정에 함께하길 원하는데, 어머님은 때로 처가댁 식구들 중에 푸돌이방구를 가장 강아지처럼 대한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식사 중일 때 푸돌이가 뭔가 원하는 게 보이면 아내는 바로 달려가 그것부터 해결하고, 어머님은 그냥 두라고 한소리 하신다. 생각해보면 어머님은 푸돌이가 강아지라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식들이 잘 먹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리 푸돌이를 아껴도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우선인 그 마음이 당연하긴 하다.


아내는 우리 대신 푸돌이와 방구를 보살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머님께 부탁드리는데, 어머님은 귀찮으실 텐데도 부지런하게 신혼집을 들락날락하시면서 푸돌이와 방구의 약과 사료를 챙겨주며 실시간 중계를 하곤 하신다. 그리고 그 뒤에 꼭 붙는 멘트는 "그러니까 걱정 말고 재밌게 놀아"이다. 요놈들이 걱정되어 놀면서도 불안해하는 아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아시는 걸 보면 확실히 엄마는 다르구나 싶다.


자녀 이상이 아닐 뿐이지 어머님은 노견이 된 두 아이들을 어머님의 방식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아픈 두 노견은 매일 쓰디쓴 독한 약을 야 하는데, 그럴 때면 "아구... 이 독한 약을 어떻게 줘! 꿀이라도 타 주자! 이 쓴걸 어떻게 먹이니!!"라며  말씀하신다. 아내는 꿀도 좋지 않을 거라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그 말에 장모님은 계속 속이 끓는 모양이다. "에구... 푸돌아... 약 쓰겠다"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푸돌이의 귀여운 모습. 행복해보인다.

혀에 단 것만 주고 싶은 사랑. 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해주고 싶은 장모님의 마음인 것이다.  장모님에게만 느껴지는 그 사랑 또한 나름대로 특별하다.


형님 (아내의 친오빠) : 무한 애정파

주혜만큼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형님은 섬세한 애정의 끝판왕이다. 녀석들을 보러 오시면 이 아이들이 어디 다친 곳 있을까, 불편한 건 없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살펴본다. 진짜 발톱 하나하나,  속에 파묻힌 피부까지 모조리 다 살펴보신다. 그리곤 계속 안아주고 쓰다듬어며 아가를 대하듯 사랑을 준다.  전형적인 무한애정파 스타일이랄까

이 두 녀석을 끔찍이도 아끼시는 형님, 무한 애정이 카톡에서 절로 느껴진다.

때론 이 사랑이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장인 장모님이 서운함을 토로하곤 한다. 형님은 아버님 어머님이 외출을 하게 되면 수시로 전화해 '언제 집에 도착하시냐, 애들 배고프겠다, 빨리 가서 밥 줘야지' 등의 이야기부터 꺼낸다고 한다. 정작 두 분이 식사했는지, 무탈하신지는 물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서운하시다고 하실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아버님 어머님은 '이 노무 시끼! 키워봐야 소용없어!'라며  얘기하시곤 하는데 그 얘기를 듣는 우리는 두 분의 마음과 형님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기에 가볍게 웃어넘긴다.

그래도 난 형님의 이 귀여운 무한 애정을 응원한다. 그게 또 형님만의 사랑 표현 스타일이니깐 말이다.


두부 (필자) : 초보 아빠

이제 갓 반려견을 사랑하게 된 보호자로, 단순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단계를 뛰어넘은 것은 분명하지만, 배움과 지식이 아직까진 부족해 이 노견들에게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끙끙대며 어려워하고 서툴어하는 초보 아기 아빠의 모습이다.


며칠 전에는 아내가 자리를 비워 배변패드를 내가 직접 갈고 치웠는데 배변패드를 깔끔하게 치웠다고 혼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찰나, 아내는 '배변패드를 누가 이렇게 깔았냐'며 나를 째려보았다. 배변패드를 거꾸로 뒤집어놓아 방수면이 위로 올라와있어 푸돌이가 쉬를 하자 쉬가 줄줄 새어 논슬립 매트 사이사이로 다 스며들었던 것이다. '아차...! 배변패드는 앞뒷면이 다르지...'

푸돌이와 방구와 같이 잠자는 것이 익숙해진 나의 모습

실수투성이 초보 아빠는 오늘도 '죄송합니다...'을 외치며 어깨가 추욱 내려앉았다. 시무룩해진 나를 보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며 금세 위로를 해준 아내, 거기서 더 타박했더라면 아마 더 시무룩해서 배변패드를 갈 때마다 아내에게 연락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그래서 나한테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는 건가? 참 현명하군...


아내 : 반려견 보호자의 정석

아내야 말로 반려견 보호자의 정석이자 반려견 보호자의 입문 단계를 뗀 나에게 롤모델이다. 누구보다도 이 아이들이 아프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 원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이 노견 멍뭉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알약도, 쓰디쓴 약도 강제로라도 먹이려 한다.


맨날 약을 먹이면서 "미안해~~~ 미안해~~~"라고 이야기하지만 손은 거침없다. 알약이라면 질색팔색 하는 푸돌이가 한 번에 '꿀꺽' 알약을 삼킬 수 있도록 요령도 터득했다.


푸돌이가 알약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전에 입을 벌리게 해 슬쩍 알약을 목구멍에 집어넣으면 푸돌이는 눈 깜짝할 새 알약을 삼키고 만다. 그렇지 않으면 이리저리 뱉어내 우리도 괴롭고 이 녀석도 괴롭다.


그 마음을 아는 건지 푸돌이 방구도 약을 주는 아내에게 나름의 싫은 티는 내지만 약을 먹고 나서도 아내졸졸졸 따라다닌다. 반려견 입장에서 싫은 행동을 해도 밉지 않은 보호자인가 보다.

졸졸졸, 방금까지 너네한테 약 먹였는데~ 기억 안나니?

아내도 처음부터 이렇게 반려견을 정석처럼 잘 키우진 못했다고 한다. '개는 훌륭하다'에 나오는 대부분의 보호자처럼 물고 빨고 예뻐할 줄만 하는 호구 중에 호구, 그게 아내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모습으로 '개훌륭'에 출연이라도 했더라면 훈련사분께 혼쭐이 났을 거라고 자조적인 말투로 이야기한다.

아내는 이제 좀 반려견을 잘 키울 수 있는 보호자가 되었다 하는데, 푸돌이와 방구는 이미 노견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아내가 성숙한 보호자가 되기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그게 속상한 아내는 그런 점이 늘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참... 어쩌면 이렇게 반성하는 모습조차 정석적인지...


이 글을 쓰다가 문득 푸돌이와 방구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물론 제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누구보다 마음을 쏟는 아내를 제1의 보호자로 생각하겠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호기심이 생겼다. 영영 답을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런 이야기로 소설을 써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푸돌이와 방구를 처음 만나던 날, 낯선 사람 보면 있는 힘을 쥐어짜 '왈왈' 짖는다 들었지만  나를 처음 맞이했을 때 얼마나 순둥이였는지 모른다. 그때부터 방구와 푸돌이는 우리가 이렇게 한 집에서 살게 될 줄 알았던 것일까? 그런 거지? 그렇지? 푸돌아! 방구야! 아무나 대답 좀 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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