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사회 2학기에는 경제활동에 대해 배운다. 선택, 희소성, 생산과 소비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주요 개념이다. 최근 사계절 출판사에서 인권 그림책 시리즈로 나온 정진호 작가의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을 읽었기 때문에 물건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위주로 수업을 나누었다.
교과서에는 예시로 김치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의 생산 활동과 소비 활동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물건을 팔고 사는 곳도 다양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다 아이들이 주말에 김장을 하러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선생님, 저 이번주에 할머니집으로 김장하러 가요.”
“저도요, 저도 간대요.”
“우리 집은 김치 사 먹어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아이들의 관심사는 아주 사소하고, 불필요한 것에 미치는 경우가 많다. 김치는 어디가 맛있는지 배틀이 벌어졌다. 비비고가 최고라느니, 급식으로 나오는 배추김치가 좋다거나, 편의점 맛김치라 제일 맛있다며 난리가 났다. 자기들끼리 이야기가 끝나면 웃어른 공경인지 아니면 이제야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지 내게도 질문이 이어진다.
“선생님은 김장 안 해요?”
“선생님은 무슨 김치가 맛있어요?”
아이들에게 휘말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은근히 아이들 이야기에 끼고 싶었는지 대답을 한다.
“선생님은 김장을 하긴 하는데 사 먹기도 해. 얼마 전에는 짜파게티에 파김치를 먹고 싶어서…”
이야기도 다 마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또다시 아우성이다. 선생님 이야기에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다며 내 탓을 한다. 하긴, 짜파게티에 파김치 조합은 못 참지. 그래서 선생님도 이 조합을 위해 2번 연속 파김치를 사 먹었다고 고백하며 사회 시간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텃밭에서 직접 기르는 쪽파로 처음으로 파김치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하니 또다시 질문폭탄이다.
“선생님, 김치 담그는 거 어려운 거 아니에요?”
“선생님은 100살인데 왜 김치 못 담가요?”
학급 공식나이 100살의 담임 선생님이 김치를 처음 만들어볼 거라는 말에 이때를 틈타 한 마디씩 보탠다. 기어이 100살 기념으로 김치를 담글 거라는 말까지 듣고서야 아이들은 응원을 해준다.
“선생님, 김치 잘 담그세요!”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처음으로 담그게 될 파김치가 어떤 맛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