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학년 학생들과 2주간에 걸쳐 다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어 4단원 이야기 속 세상에서는 김송순 작가의 ‘반반 고로케’와 윌리엄 밀러의 ‘사라, 버스를 타다’를 깊이 있게 읽고 있다. 또한 음악, 미술, 체육, 도덕의 교육과정도 재구성해서 활동 중심으로 학습하고 있다.
활동 중에는 반별로 한 나라를 정해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있는데, 우드락 크기의 판 2장을 글과 그림으로 채우는 것이다. 대륙별로 골고루 정해진 나라를 각 학급의 회장들이 뽑았는데 우리 반은 케냐에 당첨됐다. 미국, 중국, 프랑스, 호주가 뽑히길 바랐는데 아프리카 대륙의 케냐가 뽑히니 지도할 내가 더 깝깝했다. 다른 나라들이야 정보가 차고 넘치고, 도서관에만 가도 책이 몇 권씩 있는데 케냐라니…
일단 6모둠으로 주제를 짜야했다. 기본적인 정보와 의식주 위주로 검색창에 검색을 해보니 생각만큼 다양한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다 ChatGPT에게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케냐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쓸 예정이야. 6모둠으로 조사할 주제를 알려줘.
라고 했더니 꽤 그럴듯한 답변을 해주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아까 말한 주제를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줘.
했더니 각 주제에 대해 3~5 문장으로 답변을 길게 해 준다. 역사와 같은 어려운 주제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ChatGPT에서 추천한 주제와 내가 생각한 주제를 엮어 새롭게 6개의 주제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주제는 준비 완료.
어떤 방식으로 꾸밀까 고민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잘하고 좋아하는 캔바를 사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한 페이지에 주제에 대한 내용을 담아 마지막에 합쳐서 플루터로 크게 인쇄하기로 하니 ‘케냐’로 막막했던 마음이 조금씩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제시된 주제로 모둠별로 협업을 하며 2~3시간 정도 걸려 완성을 하고 한데 모아보니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올해 4월부터 교육용 계정을 부여하고, 로그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기본 기능에 대해 하나씩 가르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에는 로그인도 못하고 한 시간이 지나가서 해야 할 활동도 못하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척척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캔바를 활용해서 수업 시간에 했던 활동을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다양한 그림 요소를 활용해서 숨은 그림 찾기를 만드는 아이도 있다. 며칠 전에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해서 바퀴벌레를 잡는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아이도 있었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바퀴벌레 한마리가 진짜 같아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제법 스토리가 탄탄하고 편집도 그럴듯했다. 아마도 그렇게 놀면서 탐구했던 것이 바탕이 되어 이번 조사 보고서를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니 기특하기만 하다.
캔바를 배우던 아이들이 이제는 캔바로 놀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한편으론 목소리를 잃어가며, 로그인이 안된다는 아이들 곁에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가르친 4월의 내가 생각났다. 그리고 좋은 생각도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