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나요?
"인천 갈 건데 같이 갈래?"
신랑이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어린이집도 학교도 가지 않는 요즘. 일을 하러 간다는 사람이 꺼낸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했다.
"오늘 애들이랑 치과도 가야 하고 할 일이 좀 있는데, 시간이 맞겠어? 애들 다 데리고 가려고? 일부러 들러서 데리고 가면 일은 어떻게 하려고? 그리고 나 메니에르 때문에 차 타고 싶지 않아."
그저 드라이브를 하자는 말로만 들었던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거절을 하려고 했다. 서울에서 일을 보고 인천을 가는 중간에 우리를 데리고 같이 가자는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다. 메니에르가 종종 재발해서 어지럽기도 했지만 일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신 부모님 보고 싶어 했잖아. 가는 길에 데려다 주고 일하러 가려고 했지. 엄마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 우리 엄마?"
아, 그랬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 나온 시를 보고 혼자 눈물지었던 날이 생각났다. 분명 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잠결에 들었나? 아니면 지나는 말에 담겨있던 내 마음의 소리를 들렸던 것일까?
가끔 아이들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면 나도 '엄마'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회사에 가있는 사람이 그 얘기를 들었을 리는 없는데......
신랑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메니에르가 자주 재발하고 있어서 조금 겁나긴 했지만, 아플 때면 더 떠오르는 엄마 얼굴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지러움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났다. 한 시간 남짓,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눈도 뜨지 못하고 의자에 기대어 잘 절여진 배추처럼 축 늘어져서 부모님 집에 도착했다.
엄마는 그런 것일까?
몇 개월 만에 만난 엄마는 내 얼굴만 보고도 내 상태를 금방 아셨다.
친정에 가서 늘 여기저기 청소하고 반찬도 만들어가고 했었는데, 이 날은 가서 늘어져 있기만 했다. 창백한 손을 잡아주시며 '좀 더 쉬어라. 그래도 얼굴 보니 반갑다.' 하시는 엄마.
두 시간 남짓 친정에 있다가 왔지만, 엄마 품에 폭 안겨있다가 온 기분이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중에서.
2020년 크리스마스에 써놓은 글을 이제 발행합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친정에 가지 못했지만, 신년이 되어 가보려 해요.
이번에도 신랑이 먼저 가자고 이야기하네요.
얼마 전 찍은 장수 액자를 가지고 갑니다.
여든이 넘으신 부모님,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매일 보러 가도 부족하지만, 자주 볼 수 없음에 만나는 시간이 귀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