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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Mar 30. 2024

아무리 어려도 죽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드는 대로.

그 나이 때에 맞는 고민의 크기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열심히 사는 엄마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 고민이 올라왔다.


막내가 죽고 싶다고 해. 죽는 게 뭔지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평소 톡방에서 별로 말이 없는데 이 일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10살, 11살, 12살.. 14살까지

삶이 무채색이었던 어린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렵게 살았던 것도 아니고 누가 학대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외로웠던 것 같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더 사랑해 달라 표현하지 못했다.


감정이 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지도 않고,

그저.. 다 재미없었다.


누우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일주일 이상 음식을 안 먹기도 하고, 잠도 안 자고 책만 봤던 때도 있고, 그마저도 재미가 없어지면 무작정 걸어 다녔다.


눈은 뜨고 있지만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나 스스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칼로 손등을 그어보기도 했다.



이제 자식을 키워보니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엄마는 나를 기다려주셨다.


단 한 번도 혼내거나 다그치거나 큰소리 낸 적이 없으셨다. 그저 손을 꼭 잡아주셨다.


우리 귀한 딸, 복둥이.


이 말을 참 많이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누가 발 끝에서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잠결이라 슬며시 눈만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엄마가 거 기계셨다.



엄마가 너무 슬프게 숨죽여 눈물 흘리시며 기도하고 계셨다.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도와줄 길 없어 마음 아파하고 계셨다.  다만 사랑으로 바라보며 잠든 아이 발끝에서 울고  계셨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 아이구나.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후로 부서진 내 삶을 조금씩 주어 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의 단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책도 보고 좀 더 나은 어른, 좀 더 나은 엄마가 되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삶의 끈을 놓아버릴 정도로 힘들 때가 오면 안 되겠지만,

그 상황에서 아이들이 엄마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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