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4월 16일
가만있으라! 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은 말을 들었을 뿐이다.
돌아온 건 차디찬 바닷속이었다.
<너와 나를 위한 꽃!>
도도한 듯도 하고, 겸손한 듯도 하고
고고한 듯도 하고, 소박한 듯도 하고
숭고한 듯도 하고, 고독한 듯도 하고
넋을 잃고 바라보다
네 안에 곱게 차려입은 나를 보았다.
눈물 어려 흐릿하게 스쳐가는 삶 살며
심장 한 귀퉁이 뭍에 묻고
아래로, 아래로
조롱조롱 눈물 꽃 피웠지.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이면 내 것이 아님을.
돌이켜도 돌아올 수 없는 것이면
이제 놓아버리자.
잊으려 잊혀지지 않는 기억 또한
이제 놓아버리자.
그건 너를 위한 잊음이 아니다.
너와 나를 위한 것.
아니
그것이 살아 있는 자의 삶인 것이다.
숨 쉬거라.
이제 바라보거라.
심장 한 귀퉁이 뭍에 묻고
조롱조롱 눈물 꽃 피우면
너는
다시 사랑의 꽃 되거라.
산자들을 위하여.
ㅡ세월호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ㅡ
능소화 by 빈창숙
2014년 4월 16일
그날 나는 TV 속 영화를 보며 밀린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때 지인이 전화가 걸려 왔다.
"언니! 뭐해요?"
"응. 밀린 다림질, 별일 없어?"내 말에 대꾸도 안 하고
"빨리 뉴스를 보세요. 배가 침몰하고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였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정말 배가 침몰하고 있었다.
무섭고, 안타깝고, 다림질을 할 수 없었다.
"어떡하지? 어쩌면 좋아."
나는 믿었다. 전원 구조될 것을.
'전원 구조'라는 뉴스가 나왔다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그러나 '전원 구조'는 가짜 뉴스였다.
어떻게 가짜 뉴스를 전 국민에게 TV로 방영할 수가?
하늘 아래 이런 일도 다 있다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니...
영화가 아니었다.
몇 날, 며칠,
죄 없는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살려 달라고
나중엔 시신이라도 돌려달라고
죄 있는 사람처럼 머리 조아리며
두 무릎 꿇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권력가에게
전 국민은 죽어가는 아이들을 TV 중계로 보아야만 했다.
불어 터진 내 새끼 시신이라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그들은 금쪽같은 새끼들을 가슴에 묻고
차디찬 바닷속으로 함께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