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붕어빵 파는 노점이 속속 보이기 시작한다. 노점뿐만 아니라 카페에서도 붕어빵을 팔고 있어 붕세권이 점점 확장되는 추세라 행복하다.
붕어빵을 정말 좋아하는데 뭐니 해도 기본인 팥붕어빵이 가장 맛있다. 고소한 밀가루 빵과 그 안에 들어있는 달콤하고 고소한 팥의 조합이란 진짜 환상이다. 한 봉지정도는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난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하면 엄청 좋아할 사람이다.) 참고로 붕어빵은 어디부터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 바로 정답은! 다 맛있으니 손에 집히는 대로 먹으면 된다.
붕어빵에 슈크림, 옥수수, 고구마 등 속재료가 참으로 다양한데 우리나라는 응용력 하나만큼은 대단한 것 같다. 진짜 별별 붕어빵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는 있지만 그만큼 가격도 오르는데 그건 반대 입장이다.
나 때는 말이야 붕어빵 5마리에 천 원 했는데 요즘엔 3마리 이천 원에 판다. 이것도 저렴한 편이라 하니 슬픈 현실이다. 물론 물가, 인건비,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서민 간식 치고는 너무 비싸다. (원재료 가격 떨어지면 빵 가격도 내려줘 제발 플리즈!!)
갑자기 비싼 붕어빵 얘기하니 울컥해서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추워지고 한 해가 마무리 된다고 하니연말파티도 생각나고 달달한 디저트생각이 많이 난다. 특히 케이크가 너무나 먹고 싶다. 그래서 이번 13번째 요리 수업은 바로 이거다.
앙글레즈소스를 곁들인 라이스 케이크
갑자기 프랑스 디저트 요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붕어빵 얘기를 했을 때부터 짐작을 했어야 한다. 케이크 요리를 위한 나름의 빌드업 과정이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하니 케이크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근데 평범한 케이크는 식상하니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특별한 케이크 요리를 선정했다. 라이스 케이크라 하니 떡케이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르니 기대하고 수업에 들어가 보자.
요리 제목처럼 주재료는 쌀이고 여기에 앙글레즈소스를 곁들이면 된다. 앙글레즈란 커스터드 크림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주재료
쌀, 우유, 바닐라 빈, 생크림, 럼에 절인 건포도, 달걀노른자, 버터, 소금, 설탕
캐러멜 재료
설탕, 물
앙글레즈 소스 재료
우유, 바닐라 빈, 달걀노른자, 설탕
재료 준비가 완료됐으면 뭘 해야 할까? 바로 요리 시작!
쌀을 깨끗하게 씻고 냄비에 쌀과 물을 넣어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쌀을 찬물에 씻고 체에 걸러 물기를 빼준다.
캐러멜을 만들어 보자. 냄비에 설탕을 넣고 끓인다. 설탕이 다 녹아 캐러멜이 만들어졌으면 찬물을 조금씩 붓고 식힌다. 갑자기 찬물을 확 부으면 끓어 넘치니 주의해야 한다.
케이크 틀에 캐러멜을 부어 틀에 골고루 묻혀주고 식힌다.
냄비에 우유, 바닐라 빈, 소금을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쌀을 넣고 충분히 익을 때까지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준다. 쌀이 다 익었으면 설탕을 넣고 좀 더 끓여준다.
익은 쌀을 볼에 담고 버터를 넣어 섞어준다. 그리고 생크림, 건포도, 달걀노른자를 넣고 잘 섞어준다.
케이크 틀에 반죽을 충분히 채워주고 뜨거운 물을 받은 볼에 케이크 틀을 넣고 중탕을 해준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30분간 굽는다. 오븐에서 꺼내 얼음이 든 볼에 넣고 식힌다. 다 식은 다음 틀에서 꺼내 그릇에 옮겨 담으면 라이스 케이크 완성이다.
이제 앙글레즈 소스를 만들어 보자. 냄비에 우유와 바닐라 빈을 넣고 끓인다. 볼에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일 때까지 저어준다. 그리고 우유를 조금씩 넣고 섞은 다음 냄비에 다시 옮겨 담아 끓인다.
소스가 주걱에 잘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끓인다. 너무 센 불에 끓이면 달걀노른자가 익어버려서 오믈렛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체에 걸려서 볼에 담아주고 얼음물로 식히면 완성이다.
대망의 라이스 케이스가 완성되었다. 야무지게 먹어볼까? 이번에는 평가 인원이 꽤 많아서 다양한 평가를 들어 볼 수 있다.
아내
"상상을 했을 때는 커스터드가 수프라 생각했다. 내부의 밥알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달고 완벽한 디저트에 가까운데 밥알이 느껴지니 거부감이 확 느껴진다. 맛만 따졌을 때는 엄청 맛있는 디저트다. 오히려 케이크보다는 떡에 가깝다. 외국인이라면 거부감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인에게는 생각이 많아지는 맛이다. 그리고 엄청 달다. 먹고 난 뒤 바닐라 향이 입안에 계속 남아 있는데 생각보다 좋다."
큰 처제
"일단 생긴게 너무 귀엽고 예쁘다. 약밥처럼 생겼다. 엄청 달다. 안에 들어간 건포도가 정말 맛있다. 그런데 디저트라 하기엔 밥알이 잘 안 어울린다."
작은 처제
"커스터드를 먹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가 밥알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화가 난다."
장모님
"멋들어지게 생겼다. 밥처럼 느껴지지 않고 진짜 빵처럼 느껴진다. 조금만 덜 달면 너무 만족스러울 것 같다."
동료
"정말 맛있는데 밥알이 느껴지니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디저트라 그런지 너무 달다. 아무래도 밥알이 느껴져서 더 그런 것 같은데 단맛이 좀 줄어들면 괜찮을 것 같다."
본인
"케이크 비주얼은 심상치 않다. 밥알 모양이 선명한 케이크라니. 반을 갈라보니 케이크 안은 밥알과 건포도로 가득 차 있다. 앙글레즈소스를 먼저 먹어보니 익숙한 커스터드 크림 맛이다. 케이크를 한입 먹어보니 겉은 바삭한 캐러멜 맛이 느껴졌고 안은 촉촉했고 바닐라로 코팅된 달콤한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밥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른 맛이다. 속에 들어있는 건포도를 먹어보니 럼에 절여서 그런지 단맛이 더 강해졌고 럼의 향미를 품고 있어서 기분 좋은 맛이었다. 전체적인 맛의 조화는 나쁘지 않았다. 또 먹으라고 한다면? 난 또 먹을 수 있다."
다양한 평가에서 공통된 의견이 있었는데 디저트에 들어 있는 밥알이 너무 이상하다와 너무 달다는 것이다. 난 디저트니 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손을 덜덜 떨며 설탕 한 봉지를 다 썼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주식이 쌀이다 보니 밥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편견이 있는 듯하다. 그런 편견을 벗어던지고 디저트로만 봤을 때는 생각보다 훌륭하다고 생각이 든다. 비주얼이 독특하고 색깔 조화도 잘 어울린다. 물론 쌀가루로 만들었다면 밥알이 느껴지지 않아 이런 호불호도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인데 프랑스에도 쌀을 이용한 다양한 디저트가 존재하는 만큼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을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발전시켜서 해외에 수출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내가 해볼까?)
달콤한 디저트로 당도 충전하고 기분전환을 했으니 다음 수업은 전통 프랑스 요리로 돌아오겠다.
이번 요리 수업 끝!!
비하인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르 꼬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에 프랑스 전통 케이크 만들러 갈 기회가 생겼다. 다녀와서 경험담을 풀 예정이다. 너무 좋으면 아내에게요리 학교 다니게 해달라고 떼 쓸지도 모른다.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