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니 내가 보인다

8. 자존감은 챙기겠습니다.

by 뽀이

서울 독서 모임 할 때, 읽었던 '좋은 부모의 시작은 자기 치유다'라는 책이 있다. 최근 독서모임을 하며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에 추천을 하여 다시 읽게 되었다.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이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완벽주의적인 부모를 가진 아이는 부모한테 지지와 격려를 받는 대신, 비판과 요구 때로는 비웃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자신에 대해 부적절하다거나 무능하다고 또는 어색하다거나 서툴다고 느끼며 자라게 된다. 또 칭찬이나 긍정적인 조언을 거의 받지 못해 봤기 때문에 자존감이 무척 낮고,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거의 없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마다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게 되고, 실패하게끔 되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 '엄마'라는 자리와 역할이 버거워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 딸이 태어난 순간, 몸을 추스를 틈도 없이 육아가 전쟁이 되어 버렸다. 모든 순간을 눈을 떼지 못하니 나의 시간을 좋아하고 필요한 나에게는 숨이 막혔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인 걸 알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피로감이 누적되어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무의식 속에서 ‘언제쯤 이 시간이 끝날까?’하고 실시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딸을 보면 죄책감이 들어 의식적으로 좋은 생각을 하며 떨어진 체력을 다시 끌어 올려 또 놀아준다. 이 생활이 무한반복으로 흘려가고 있는 요즘이다.


독서 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딸한테 억지로 책을 좋아하게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노출 되니 너무 좋다. 나의 에너지 충전은 독서를 통해 메모하고 되새김질 하며 채운다. 아침 출근 시간은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너무 좋고 충분하다. 사실 딸이 내 꿈을 이루게 해 준 거와 다름이 없다. 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엄마가 멀티미디어가 되어야 된다. 그렇다 보니 하루 종일 딸을 보고 있을 때면 어린이집 교사가 된 듯하다. 또 책을 많이 읽어 달라고 하여 자격증의 효력을 발휘하고 딸이 나를 성장하게끔 만드는 동력이 되어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아리 선배가 졸업하면서 “세영아(개명하기 전의 이름), 앞으로 살아가려면 힘들 거야. 그래도 열심히 살아.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하고 힘이 되어 주는 말을 해 줬었다. 대학원을 마치고 교수님께서도 ‘채명아, 살아가는 게 힘들 수 있을 거야. 일자리를 구해 보면 있을 거니까 일도 하고, 열심히 살아.’라고 말씀해 주셨다. 예전에 집 앞 한의원에 치료 받으러 갔었는데 원장님이 침을 놔 주시면서 ‘이 정도 체질에 열심히 산 것 같다.’며 해주셨다. 그 동안 살면서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라고 생각 했던 게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힘들어 보여서 똑같은 말을 했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든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 되지 않지만 자존감도 챙긴다. 나의 자리와 위치에 따라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다. 어떤 역할이 주어짐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나를 채워지기까지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다만, 무조건 해야 했다. 이제는 한 번 숨을 내쉬고 매일 조금씩 적으며 정리를 한다. 복잡한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의 최대 강점인 안 되더라도 노력, 최선과 가까운 삶이 허공에 날라 가지 않도록 붙잡으려 한다.


부모님에게는 아직도 어리게 보이는 딸, 시댁에서는 아직도 그 역할이 어렵고 버거운 며느리, 딸에게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나, 남편에게는 내 몸이 힘드니 알아서 하라며 무심한 아내이지만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스스로 바라는 이상향이다. 다 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코 피하지 못하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말고 마음껏 즐기자. 비록 잘 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성숙한 중년의 여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벌써 기대된다. 나의 10년 후의 모습을, 지금보다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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