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라이딩에 열중했다. 때론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하나에 빠지면 미친 듯 빠져드는 성격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열정적인 운동이 스트레스도 풀리게 했지만 입문한 시간 대비 빠르게 성장하며 받던 스포트라이트에 뭔가 더 그것에 집착하게 되었다.
우상처럼 그것에 미친 듯이 몰두하다 보니 저녁에 독서나 기도,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삶은 사라졌고 쌓여가는 젖산이 피로를 더해가며 잠들기 바쁜 하루가 반복되었다.
점점 그 쾌감이 늘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무엇에라도 홀린 듯 낙차 사고가 났다. 떨어졌을 땐 그저 욱신거릴 뿐이었다. 머리가 멍했졌다. 웃음도 안 나왔다.
낙차 순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왼쪽으로 굴렀다는 것만 얼핏 스쳐 지나간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니 골절이었다. 그제야 통증이 밀려든다.
왜 내게 이런 일이 닥쳤는지. 약간 억울함이 밀려들었는데 결국 내 마음에 더 크게 다가온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사고 날 곳이 아닌 곳에서의 사고였지만 다행히 수풀이 무성해 충격이 완화되었다는 점. 얼굴 갈리거나 이가 부러졌거나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낙차 한 날 밤엔 라이딩하는 꿈을 꾸었다. 진짜 정말 미쳐있었구나. 미친 듯이 열중했구나. 나 오랜만에 정말 좋아하는 게 생겼구나.
그런데 점차 그게 욕심이 되고 집착으로 바뀌어갔다. 하루라도 안 타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화가 났고 짜증부터 났다.
나를 흥분되고 떨리게 만들던 건 순위였다. 특정 구간의 순위가 스스로를 더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이겨냈다는 승리감, 어제의 나를 극복해 냈다는 성취감이란 독에 취해있던 나. 그 매력적인 독이 나를 삼키는 동안 잃어가던 일상.
다치고 나서야 더는 마시지 않게 된 독. 일주일여를 입원해 있으면서 걸을 때마다 조금씩 느껴지는 이물감과 더위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란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
아직 불안하고 무섭고 두렵다. 소독을 할 때면 쓰라리고 욱신거린다. 누울 때도 그렇고. 입원을 추가로 유지하면서 병원이란 보호막을 만들어뒀는데 이제 퇴원을 하게 된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같은 시시껄렁한 걱정이 밀려든다.
이번 사고로 내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애쓰는 나를 아직도 무척 좋아하지만 열심을 넘어 무리하게 달려드는 나에 대한 통제력과 절제력을 키워야겠다란 생각이 든다.
한층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원래 아픈 건 무지 못 참는 사람이었는데 그것에 조금은 덤덤해졌다. 나이가 들어 철이 든 걸까 아님 살다 보니 이미 벌어진 것들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이 겪어서일까. 모르겠다.
살다 보면 사고도 겪을 수 있고 더 큰 고난과 시련이 내 삶에 불현듯 찾아올 수 있다. 그때마다 벌벌 떨 필요는 없다. 죽지 않고 살아났으니. 늘 그래왔듯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씩씩하고 활기차게 살아낼 테니.
무튼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어젠 무려 씻기까지 했으니 개운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내 옆을 지켜준 나를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덧붙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