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대진 Nov 05. 2022

강박과 성실함 구별하기

오늘도 다짐한다. 조금 더 내려놓기로.

 어느 날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너는 규칙적인 것이 장점이야.”


 딱히 그렇다 생각해본 것은 아니었는데 또 그런 것도 같았다. 매일 일기를 쓰고 매일 감사노트를 적는다. 매일 한 문단 이상 읽으려 노력하고 정해진 시간 기도를 한다. 12시 즈음엔 늘 같은 유튜브를 틀어두고선 잠에 든다. 내가 생각해도 단조롭고 반복적이며 규칙적이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근데 그게 강박이 되어선 안돼.”


 내 삶을 기록하고 감사함을 찾는 삶.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드리는 삶. 독서를 통해 발전하는 삶. 모두 좋은 습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하루쯤 하지 않는다고 시간이 뒤틀리는 것도,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을 터인데. 종종 그것들을 하지 않으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약간의 강박이 빚어낸 불안감 탓일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내 지난 행동들을 돌아보았다. 하면 물론 좋은 것들도 많았지만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것들이기도 한 어떤 것들에 집착하는 나. 그 순간이면 불안이 나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목도한다. 그리고선 서서히 우울에 전복되어 간다.


 때론 장점이 것들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내가 가진 몇 되지 않은 장점이지만 그로 인해 야기된 강박은 나의 치명적 단점이듯이. 어떻든 나는 매일매일의 감정을 기록할 테고 감사할 거리를 찾을 테고 또 신에게 기도를 올릴 테다. 자기 전엔 같은 유튜브를 틀어놓고 잘 테다. 그러나 거기에 조금의 일탈을 곁들여보려 한다. 마음이 복잡해 아무것도 적고 싶지 않을 땐 그저 조용히 멍 때리면서 하루를 마무리해보기. 늘 읽던 책에 손도 대지 않아 보기. 소음 없이 아무것도 듣지 않고 잠에 들어보기.


_강박이 곧 성실함이라는 착각에서 빠져나오려 무던히 애쓰던 날의 기록.

작가의 이전글 소소하고 진지한 영화리뷰 '국도극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