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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진 Nov 19. 2022

육지 우울증

나를 짓누르는 것들에 대한 고찰

 딱히 장대한 계획이 있는 여행은 아니었다. 스무살이 넘어 떠나온 고향. 다들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아등바등 살아왔다. 전화통화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묻는게 가족모임의 전부였던. 어느덧 서른하고도 두 해를 넘긴 조금은 쌀쌀해지던 11월의 어느 날 늦은 저녁, 조금 늦은 아빠의 생신축하를 위해 제주로 향하던 날.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여행을 간다는 것보다 육지를 떠나 쉽게 발디딜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친다는 느낌이 좋았다. 늦은 저녁,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편이라 사실 머물러 있을 시간은 70시간 남짓 밖에 안되었지만. 해방감이 몰려왔다. 안도감이 몰려왔다.


 바다를 보며 먹고 마시는 동안 해안 끝에서 부서지며 날아오는 바다의 입자가 상쾌함을 가져다주었고 약간의 희열을 안겨다 주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그또한 문제되지 않았다. 육지에서의 삶이 까마득히 멀게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은.


 어느덧 여행이 끝나던 날. 다시 육지로 돌아오기 위한 수속을 밟는데 마음에 무언가 큰 돌덩이가 다시 찾아와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이륙한다. 바다와 야자수, 모든 아름답던 것들이 서서히 작아져간다. 그리고 다시 우울감이 몰려든다. 나는 이걸 ‘육지 우울증’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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