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같이 키워요
쌍둥이보다 힘들다는 연년생 육아. 물론 그런 말이 있다고 해서 연년생이 쌍둥이보다 더 힘들다는 건 아니다. 쌍둥이가 더 힘든 점도 물론 있겠지만 연년생이라서 생길 수 밖에 없는 고충을 알아보자.
1. 딱딱 어긋나는 돌봄의 시기
연년생 육아의 힘듦은 임신 시기부터 시작된다. 만삭의 몸과 돌쟁이 아이 키우기,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힘든 일인데 이걸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것이 연년생육아의 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둘째는 특별히 태교라는걸 하기가 힘들다ㅠ 나도 첫째때는 클래식 CD도 사고 베넷저고리도 만들고 했는데 둘째는...미안하다ㅠ
그러다 연년생 동생이 태어나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자신감 뿜뿜 하는 첫째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신생아는 계속 엄마 손을 필요로하고.. 멘붕이 일상이 된다. 쌍둥이는 같이 누워있고 같이 걷고 성장과정이 비슷한데 연년생은 똑같이 기저귀를 찼는데 한 명은 누워있고 한 명은 걸어다니고, 일년씩 앞서니 눈을 뗄 수가 없다. 겨우 한 명 젖병 뗐나 하면 바로 또 다음 아이가 기다리고 있고 기저귀도 한 명 뗐나 하면 또 반복..동생은 오전에도 낮잠을 자야 하는데 누나는 오전 낮잠시기가 끝나고 놀자고 난리~ 식사도 한 명은 유아식, 한 명은 이유식 각각 차려야 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나는ㅠ 내 밥은 언제 먹냐고!!
선배 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3때도 고비가 온다고 한다. 하나 대학 보내고 나면 바로 또 고3엄마가 된다는ㅠ 모든게 두 번 연속이라 숨 돌릴 새가 없다.
2. 첫째의 불안
연년생은 아기한테 아기동생이 생기는 일. 쌍둥이는 처음부터 둘이었기 때문에 연년생 첫째가 느끼는, 온전한 관심을 받다가 그 관심이 분산되는 상실감과 불안감은 느낄 일이 없겠지만 연년생 큰애는 동생 임신기간 엄마 몸의 변화에서부터 그 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동생이 태어나면 너무 이른 시기에 엄마와 떨어지는 시련이ㅠ
둘째가 태어나고 병원과 조리원에 있는 동안 거의 3주를 같이 있을 수가 없다. 처음에 병원에서 이틀만에 만났을 때, 병실에 누워있으니 근처도 안오려 하더라. 돌쟁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환경의 변화를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3. 사소한 기싸움
큰애는 늘 동생의 존재를 의식하고, 동생은 늘 형님을 이기고 싶어한다. 터울은 크지 않은데 엄연히 서열은 존재하고..그러다보니 다툼이 일상이다.
본인이 유리할땐 형님! 동생!을 내세우고 싶어하고, 본인이 불리할 땐 별로 차이도 안나는데 나만 손해보는것 같은 그런 기분일까. 예를 들면 2학년 2학기때 구구단을 배우는데 구구단 외우는 숙제를 하며 왜 동생은 안하는데 나만 해야 되냐고!!! 동생은 1학년이라 아직 안할 시기이고 지는 때가 돼서 한건데 동생은 안하고 자기만 하는걸 상당히 억울해한다. 각각의 나이에 밟아야 할 과정이 있는건데 왜 그럴때만 동생의 상황에 빙의되는지. 열심히 달리는 친구랑 비교를 하렴!!!
또한 큰 애가 일년 먼저 학습의 과정을 밟다 보니 동생이 하는건 우습게 보이나 봄. 일년 뒤 동생이 구구단 외울때 되면 잘난척을 하고 있는 형님. 지도 일년 전에 힘들게 해놓고선, 그때의 미숙했던 자기 모습은 싹 잊어버린다 ㅋㅋ
"그래도 봄은 온다"
둘이 터울이 적은 만큼 친구처럼 큰다. 관심사도 또래문화도 공유할 수 있고 같이 죽이 잘 맞아서 놀 땐 그런 절친이 없다. 특히 요즘같은 코로나시대 밖에 나가서 친구 만나기 어려울 때 친구같은 형제가 같이 큰다는건 큰 장점이다. 커갈수록 좌청룡 우백호가 되어 든든함을 주는 연년생 아이들. 힘든 만큼 기쁨도 2배가 될 테니 사랑으로 열심히 키워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