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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리에 나도 설 수 있을까

- 김애란 작가의 북콘서트를 다녀와서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감히 꿈꾸어 보았다. 남편은 미래 자신의 모습에 전국에 북콘서트를 다니는 나의 운전기사도 있다고 했다.

- 기다려봐. 내가 꼭 이루게 해 줄 테니!

야무지게 말했으나, 퇴직도 그러한 꿈에 가기 위한 한 발자국이었으나 현실은 약간의 헛웃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문득 북콘서트를 가고 싶다고 갈 수 있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퇴직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늘 망설임이 생기면 조퇴보단 직장에 머무르는 것이 우선이었고 글과 관련된 일은 생업과 가족의 후순위였으니까.


- 다들 직장에서 겪는 그날 치의 어려움, 수고로움이 있잖아요. 저도 그 노동을 하자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직업이니까요.


계속 창작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어떻게 쓰시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인으로 최선을 다했고 나도 나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하고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작가는 작품으로, 문장으로 더 단단해졌고 사람들을 매만져주기도 하고 몽글거리게도 해 준다. 나도 열심히 누군가의 마음을 몽글거리게 했고 지금 퇴직의 기쁨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름 늦더위의 습기를 뚫고, 주차가 안 되어 차를 돌려놓고 오는 번거로움에도 지지 않고, 한줄기 소나기에도 마음을 다독거린 걸 보면 북콘서트에 함께한 것만 해도 큰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가면서 나보다는 작가에 대한 걱정이라면 걱정을 했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 교통도 불편하다면 약간 불편한 곳의 작은 도서관인데 청중이 별로 없으면 어떡하나? 내가 질문이라도 해야 하면 어떡하나? 이런 게 기우라는 걸 도착하자마자 깨달았지만.


100명이 넘는 청중은 진지했고 작가는 따뜻했으며 공간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동질감으로 편안했다. 중학생부터 20여 년 전 작가의 첫 등단집을 들고 오신 노신사까지, 갓 등단한 문인부터 독후감을 냈다는 시민까지.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작가 못지않게 질문들도 다들 멋있었다.


- 글 쓰다 힘들 때 오늘을 꺼내어 힘을 내겠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작가는 또 그렇게 먼 길을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마음을 주고받았다. 북콘서트의 마지막은 사인받기이다. 가슴 앞에 책 한 권을 들고 얌전히 줄을 선 사람들. 누군가 내 책을 들고 저렇게 기다려 준다면 엉덩이가 헤지는 한이 있어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작가의 책을 읽긴 했어도 소장하지 않고 있던 나는 쿠기 몇 개 전달하고 돌아왔다. 아마 나라면 당이 떨어져 달콤한 게 제일 당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나의 길이 따뜻했듯 돌아가는 작가의 길도 피곤하지만 따뜻하길 바라본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 만약 내가 북콘서트 한다면 난 그곳에서 하룻밤, 아니 이틀 밤 자고 올 거야. 맛있는 것도 먹고 주변도 돌아보고.

그때는 노답산쟁이께서 로드매니저 해 준다고 했으니, 꿈은 야무지게 꿀 수 있는 거니까 넉넉히 이틀 밤 숙박을 꿈꿔본다. 그때 누군가 건네준 쿠키가 있다면 와그작, 와그작 소리 내어 먹어가면서. 생각만 해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러니 제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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