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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Aug 10. 2024

주제 파악

고백록

그러니까 코엔형제의 화법대로 말하자면 나는 마냥 애같이 살아왔단 말이지...

세상물정을 늦은 나이까지 몰랐어...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직업에서 나타났는데

현재를 준비해서 미래에 좋은 직업을 마련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단 말이야...

적은 월급을 타면 그걸로 한 달을 살고 일할 곳만 있으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단 말이야...


나의 첫 직장은 미군부대 안에 있는 종합병원을 청소하는 일이었어 한 달에 100만 원을 수령했지...

그런데도 나는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어... 그곳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고 미국인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 주더라고 뭐랄까.... 삼성이나 LG를 다니는 사람이 부럽지 않은 거야...

주위에서 미래를 준비하라고 그렇게 말을 해줘도 난 들은 척도 안 했지


그러던 어느 날,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주변 또래의 여자에게 소개팅을 해달라고 말을 했어..

그 또래 여자는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어 지금 세상 물정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알게 된 후로는 알 수가 있었지.... 달에 100만 원을 겨우 버는 청소부를 소개해줬다간 욕을 바가지로 먹고 관계의 단절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던 거야! 번듯하지는 않더라도 직장만 있고 사지 멀쩡하면 애인은 생기는 줄 알았거든 그러한 사고방식을 꽤나 오래 가지고 살았지...


나의 두 번째 직업은 뭐였냐면... 공장의 생산직원이었어 작업화를 신고 의료기를 조립했지... 한 달에 150만 원가량의 돈을 수령했고 목에 풀칠이나 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이었어 그때까지도 난 여전히 애인이 없었어 그리고 그때 즈음 든 생각이 나의 잘나지 않은 외모가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부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알게 되었어... 잘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못생겼었지... 흡사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에 등장하는 '콰지모도'를 연상시켰으니까 여자들은 처음 본 순간에 나를 이성의 범주와 지인의 범주중 망설임 없이 지인의 범주의 집합으로 나를 드래그해서 집어넣었지 그러다 보니 선한 성품으로 인해 모두에게 호의를 보이는 여자에게는 '나를 좋아할 수 도 있겠다.'라는 착각을 마음껏 하긴 했어...


나는 교회에 다녔는데 항상 직격목표물들을 물색하곤 했지... 그러던 어느 날 동갑인 여자를 알게 됐는데 9급 공무원이었어... 나는 또 세상물정 모르고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열심히 기회를 노려봤는데 빈틈을 안주더라고 아마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저 새끼는 왜 나한테 호감을 갖지? 나랑 잘해보려는 건가? 내가 저런 새끼랑 엮이려고 9급 공무원 공부를

그토록 악착같이 한 건 아닌데...'


그래서 얼른 접었지...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른 목표물이 나타났어 보험회사에 다니는 육감적인 몸을 가진 여자였는데 애인이 없다는 정보도 입수했었다. 그러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어 틈만 나면 말을 걸어 보려고 기회를 엿보았지... 근데 번번이 막히는 거야... 이유가 있었는데 당시 교회 청년부 회장이었던 누나가 교회는 연애하는 곳이 아니라며 남자와 여자의 연결을 원천적으로 차단을 하더라고... 여자는 여자끼리 뭉쳐야 한다고 말하더라... 그리고 어디 교회에서 수련회 갈 적에 그 여자 옆에 앉아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하려고 해도 그 여자를 자기 옆에 앉히고서는 원천 봉쇄를 하더라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독교 안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던 그 누나는 꿈이 목사님의 아내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전도사랑 결혼 전에 떡을 치고 임신이 돼서 결혼을 하더라고... 보수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행동과 말이 다르더라.... 결국 목사님의 아내가 되는 꿈을 이루긴 하더라...


나의 3번째 직업은 은행 경비원이었어... 12년을 일했는데 대충 200만 원 정도의 돈을 수령했어.. 처음 근무를 할 시기에도 여전히 난 세상의 분위기 파악을 못했어... 왜 그랬냐면 은행 여직원(정직원)에게 다른 지점에 있는 경국지색의 동료 여직원을 소개해달라고 여러 번 말했거든... 달에 당시 돈으로 130 언저리를 버는 은행 경비원과 연 5,000을 웃도는 연봉을 수령하는 여자에게 가서 내 동료 여직원이


"너 소개받을래? 우리 지점 경비원?"


이랬다면 아마 그 지점 여직원은 삶의 많은 회의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전에 내가 소개해달라고 했을 때 내 동료 여직원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주 별로였을거야.... 당연히 세상물정과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을 모르는 어리석은 미련한 놈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자기 계발을 하지 않았다. 그냥 경비원으로 12년을 살았어... 좋더라고...  때 되면 출근하고 때 되면  퇴근해서 목에 풀칠할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어서 말이지 가끔은 기분을 내기 위해 '에어조던'도 구매를 했었지...


돌아보건대 경비원 생활 12년 동안 여자들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어... 어디선가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직업을 말하면 바로 걸러지더라고... 뭐 어쩔 수 없었지... 가난을 좋아하는 여자의 수는 희박할 테니까... 내가 그들에게 이성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 없더라고.... 물론 일상적인 대화는 했지... 하지만 거기까지더라고...


교회에서 보면 나 같은 애들은 요주인물로 분류가 돼서 한동안 조직을 인공위성처럼 빙글빙글 돌아... 특히 여자들의 경계가 심하지... 다가올까 봐... 그렇지만 허우대가 멀쩡하고 직업 좋고 면상이 잘생겼으면 여자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작업해서 연인이 되더라고... 난 물론 거기에 해당이 안 됐지...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어... 내 안에 담긴 내용물이 좋아야 연애를 할 수 있는 건가?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장미는 이름이 없어도 향기 때문에 장미 그 자체인데... 내 안에 여성들이 만족할 만한 내용물들을 가득가득 채워야 사랑이라 것을 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내용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4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썼어 누구의 평가도 두려워하지 않고 절하하는 피드백도 무서워하지 않았지... 대작가가 되기로 다짐을 하고 장편을 집필하기 시작했어...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대문호들의 책을 혀를 깨무는 심정으로 읽으며 필력을 키웠다.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난 결국 독립출판이나 개인출판이 아닌 출판사의 간택을 받아 기획출판이라는 걸 해내고 만다. 어디 가서 무명이지만 작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하나의 내용물을 담은 샘이지... 뭐 사회적으로 보기에 그럴 듯 한... 그런데 나는 앞으로 이걸 드러내놓고 공개할 생각이 별로 없다. 비어 보이는 채로 그냥 둘 거야... 다음 내용물은 책이 많이 팔리는 건데.... 적당하게 많이 팔리면 다른 내용물이 내 안에 담기겠지?


그래도 난 나의 내용물들을 공개하지 않을 거야! 아주 어려운 도박이지만... 이대로 혼자 할아버지가 될 수 도 있는 큰 도박이지만 나는 나라는 꽃에게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나비를 찾고 싶어... 그리고 그때 만약 내 내용물이 잭팟이 터지면... 그 나비는 복권을 긁는 거야! 아주 크게 당첨된 복권을 말이지... 금도끼 은도끼처럼...


나의 책 제목은 '드럼통'이야... 교보나 영풍... 그리고 예스 24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이니까... 암암리에 내가 나의 내용물을 담는 작업들을 좀 도와주길 바라... 여유가 되면 말이지....


연애하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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