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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r 20. 2020

전재산 -60%, 폭락의 기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7년 1월 회사에 입사했다. 그 당시 펀드 광풍이 불었고 많은 사람들이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신입사원이지만 최소한의 용돈을 제외하고 모든 돈은 펀드에 넣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명언을 따르며 차이나 펀드, 인도 펀드, 브라질 펀드 이렇게 분산투자를 했고 나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뿌듯했다. 입사 후 내가 처음 샀던 책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였다. 내가 가진 모든 돈을 펀드에 넣었고 펀드의 수익은 계속 늘어났다.


 2008년 내 펀드 계좌의 총금액은 2천5백만 원이었다. 신입사원이 모은 돈이라고 하기에는 꽤 많은 돈이 모였다.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모은 돈에 30%의 수익이 붙었다. 금융계 회사에 다니는 형은 주식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입사 3년 차에 복층 오피스텔을 사고 신형 suv를 타고 다닌다. 나도 형처럼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2008년 중반 이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펀드 수익이 점점 떨어진다. 2008년 9월 미국의 금융회사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증시는 폭락을 거쳐 고점 대비 -60%가 되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파생상품이 결합된 문제였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함께 폭락했고, 당연히 내가 가진 모든 펀드가 함께 떨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의한 KOSPI 폭락 (주봉)


원금대비 -60%, 고점 대비 -70%


펀드 계좌의 수익률이다. 순식간의 자산의 절반 이상 사라졌다. 그때 주변사람들은 하나같이 저점이나 저점 부근에서 돈을 찾았다. 자산의 절반이라도 찾은 것이 다행이라며 나에게도 더 떨어지기 전에 찾을 것을 종용했다. 주식을 잘 몰랐고 공부해보지는 않았지만 펀드를 계속 추매 했다. 적금도 깨서 넣고, 월급을 받을 때도 넣고, 보너스 받아서도 넣었다.


폭락장에 물타기를 하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가여워했지만 그 당시 치기 어린 마음으로 언젠가는 오를 거라 믿고 폭락한 펀드를 계속 사모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종이조각이 되겠지만 IT 버블 때 우리 가족 전재산인 2억 이상의 돈이 종이조각이 되는 것을 지켜본 내 입장에서 작 2년 월급 없어지는 것은 별 문제아니라는 생각으로 과감히 투자했다.


영원히 떨어질 것 같던 주식도 시간이 지나니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24일 저점을 찍고 2008년 11월 21일 쌍바닥을 만들던 주식은 그 후 천천히 상승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공격적인 양적완하의 결과였지만 주식은 올라갔고, 519일 이후인 2011년 1월 전고점인 2070선을 뚫었고 그동안의 모든 손실을 다 갈아엎었다.


전고점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내 펀드의 수익은 꽤 높았겠지만 2010년 집을 사기 위해 펀드를 정리하면서 내가 확인한 수익은 +20%였다.  수익의 대부분은 폭락했을 때 매수한 것들이었고, 상승기 때 샀던 것들은 환매 시점까지 -20% 이하 수준이었다.


서브프라임을 거치면서 깨달은 것이 2가지가 있다.

1. 만약 자산이 건전하다면 (비트코인 제외) 폭락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한다.

2. 투자의 수익은 상승보다 폭락에 샀던 것들이 더 높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12년이 지났다. 10년 금융위기 설에 의하면 금융위기는 2018년에 왔어야 맞겠지만 조금 늦은 2020년에 우리에게 왔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 전고점 대비 -45%, 직전 고점 대비 -36%인 상황이다.


주가의 바닥이 얼마이고 언제까지 떨어질지 모르지만 만약 주식으로 수익을 얻고 싶다면 이것은 위기라기보다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2008년 위기와 달리 내 재산의 10% 이하가 주식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매수한다면 2008년 내가 얻었던 수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에 의한 KOSPI 폭락 (주봉)


기회는 언제나 우리에게 온다. 하지만 그 기회는 위기의 가면을 쓰고 있다. 10년에 한 번 오는 위기이자 기회인 이 시점에 기회를 알아보는 자는 큰 부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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