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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y 28. 2020

흙수저가 취업 3년 만에 집을 산 비결

아끼면 집산다.

학창 시절 내가 살던 집은 낡은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내 소원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었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겨울에 따뜻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단독 주택의 사계절은 나에게 큰 고통이었다. 내 방은 옥탑방이고 비가 오면 비가 샜다. 단열이 되지 않고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겨울에는 바깥보다 내방이 더 추웠다. 여름에는 마찬가지로 천장의 단열이 되지 않아 한 여름의 태양이 온 집을 한증막으로 만들었다.


그 집은 집주인 할아버지가 젊을 때 건설현장에서 일한 경험으로 직접 지은 집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하자가 많았지만 좋은 집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 그것들이 하자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 집이 오래되어 바퀴벌레와 개미가 가득했다. 나는 그런 집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회사의 선배님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자가라고 한다. 평생 돈을 모아 늙어서 집 한 채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회사 선배님들이 젊어서 자신의 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시간 날 때마다 비결을 물어봤다. 그런데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모아서 대출 일으켜 사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도 따뜻한 아파트에 살고 싶었다. 그러나 취업 후에도 내가 사는 집은 여전히 낡은 단독주택이었고, 겨울과 여름은 직장인 된 나에게도 고난이었다. 돈을 벌지만 사는 곳은 같았다. 내 몸을 뉘일 공간이 아파트이기를 바랬다. 그래서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부동산 관련 책을 읽었고, 내가 살고 싶은 동네의 아파트 가격을 알기 위해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물어봤다.


나는 집을 사고 싶었기 때문에 돈을 모아야 했다. 허투루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취업 후에도 학생처럼 돈을 썼다. 아니 학생때보다 더 적게 썼다. 월급은 펀드에 넣거나 적금에 넣었고, 야근비로 생활했다. 악착같이 쪼들리게 살았지만 가끔 10만원, 20만원이 모자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부모님께 며칠 빌리거나 동생에게 빌렸다. 밥은 회사에서 먹었고 취업 후에도 옷을 사지 않았다. 낡은 단독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아파트를 사기 위해 아끼고 또 아꼈다.




첫 해 월급은 세후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보험과 핸드폰 요금을 제외하고 모두 모았다. 보너스와 설, 추석 상여금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아끼고 모았다. 부동산에 가서 집 가격을 물어보니 1년 전보다 천만원이 더 올랐다고 했다. 집값이 오르는 것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대출과 지금의 와이프가 모은 돈을 합쳐 1억짜리 집을 공동명의로 샀다.


내가 산 집은 좁은 거실과 방 두개가 있는 복도식 아파트였다. 집을 사고 가구를 넣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살아보는 아파트였다. 겨울에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따뜻했다. 3년간 살면서 씻을 때 외에 보일러를 튼 적이 없었다.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했다. 전의 환경이 워낙 열악했기 때문에 나의 좁은 아파트가 천국 같았다. 집을 사고 이듬해 결혼했다. 저렴한 결혼식장에서 양가 부모님의 도움없이 수수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우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신혼집을 예쁘게 꾸몄다. 벽지도 직접 고르고 디자인 필름을 사서 싱크대에 직접 발랐다. 최대한 저렴하고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했다. 먹고 노는데 돈을 쓰기 보다 내 몸 뉘일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집을 사기 위해 악착같이 모았다. 그렇게 악착같이 절약해서 모은 돈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만약 다시 돌아가도 예전처럼 돈을 모아 우리의 작은 집을 살 것이다. 나에게 집이란 보금자리이자 행복한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첫 번째 집을 산 것이 벌써 10년 전이다. 그 후 아이들이 태어나고 몇 번 집을 옮겼지만 처음 샀던 집을 잊지 못한다.   


#아파트 #흙수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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