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예뻐 죽겠다. 너무 예뻐서 그저 아기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밥 먹는 모습, 물 마시는 모습, 혼자 노는 모습, 잠자는 모습까지 안 예쁜 구석이 없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다.
그리고 정말 죽을 만큼 힘들다. 아기가 통잠을 자게 되었지만, 뒤척이다가 한밤중에 목청 높여 울곤 한다. 아기는 분명 통잠을 잘 수 있으면서도 중간에 깨서 엄마를 확인하곤 했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괜히 울음을 터트려보고 토닥여달라고 잠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아기가 예뻐서 좋고, 그래서 피곤한 생활이 이어졌다. 참 이상한 것은 아빠 옆에서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기는 기가 막히게 엄마의 부재를 알아차린다. 아기를 빨리 재워두고 다른 일이라도 할라치면 자다가도 눈을 뜨고 엄마가 옆에 있는지를 확인한다. 숨소리도 안 내고 스르르 빠져 나오는데 어찌할고 눈을 번쩍 뜨는 것인지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퇴근이 늦어지면 목이 빠져라 현관 앞을 서성거리며 엘리베이터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퇴근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13개월이 된 아기는 말귀도 제법 알아듣고, 어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곧잘 따라 하기도 하고, 소리 내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예뻐 죽겠다. 아기가 예뻐 죽겠다. 너무 예뻐서 나는 오늘도 피곤함을 견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