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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Sep 25. 2023

잠을 차고, 잠을 본다

워킹맘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4시에 그냥 일어났다. 아이를 재우며 같이 잠들어버리는 일상이라 초저녁 8시부터 잤으니 새벽 4시 기상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다. 알람도 없이 일어나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것들을 본다.


아이는 코를 곤다. 도롱도롱 소리 내며 뽈록 나온 배가 바쁘게 솟았다 꺼졌다 하는 모습을 가만히 본다. 만지면 부러질까 손대기가 무섭던 신생아 시기를 거쳐 팔다리가 제법 길어져 어린이가 되었다. 조그만 녀석이 언제 이리 컸는지 새삼스럽다. 더 많이 안아주고 옆에 있어주었어야 했는데, 뭐 그리 급하다고 재취업에 발을 동동거렸나 속상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연히 전업주부로 있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전업주부로서의 삶이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님을 안다.


아이가 50일이 되었을 때부터 재취업을 위한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때의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몇 차례의 면접을 보았고, 출산으로 인한 공백임을 들키자 불합격했다. 퇴사 후 바로 취업하지 않은 이유로 가족 돌봄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해서 재취업에 성공했다. 출산으로 인한 5개월의 공백 말고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끊기지 않고 일한 것이 자랑이었다. 남들도 그런 나를 부럽게 생각할 줄 알았다. 내 멋에 취해 빨빨거리며 사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지냈다. 5개월의 공백이 5년의 공백이 될까 봐 조급했었다.


남편은 이를 간다. 오래된 습관이라 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부부가 되어서야 알게 된 남편의 이갈이를 알게 된 날, 연애를 오래 했어도 모르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결혼 후에도 모르고 있다가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남의 돈 벌어오며 얼마나 피곤할까 안쓰럽다. 살아보니 남의 돈 받아내기가 참으로 더럽고 치사하더라.  값하며 살기가 이토록 험하고 고된데, 마누라에 자식새끼까지 챙겨가며 가족의 무게를 짊어지고 버티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 드륵드 가는 소리가 힘들다. 슬쩍 베개를 돋워주니 이내 몸을 꿈틀거리며 돌아눕는다.


나를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내내 잠이 많았다. 특히 아침잠이 많아 고역이었다. 7시 50분까지 등교를 해야 하는데, 7시 반에야 겨우 일어나 머리에 물만 바르고 미역처럼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학교에 갔었다. 친구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이 그저 잠자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늘 잠에 취해서 살았다. 교우관계도 나쁘지 않았고, 학교환경도 그럭저럭 문제가 없어서 잠이 체질인 줄 알았다. 렇게 20년 넘게 살았던 나는 사회에서 1인분을 하게 되면서 잠이 줄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늦잠으로 회사에 지각해 본 적이 없는 게 새삼 놀랍다.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것은 자연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언제부터 인류가 노동을 하게 되었을까. 우리 부모님은 주 6일 근무하며 어떻게 자식을 길러냈을까. 지금의 월화수목금도 벅차게 살아내는지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모두 잠든 시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린 스스로를 돌아본다.


아이가 갓 태어나 정신없던 시절에는 하룻밤만이라도 푹 자는 것이 소원이었다. 깨어야 할 이유 없이 내키는 대로 자는 을 고대하며 까무룩 견뎌왔다. 이제는 아이도 그런대로 통잠을 자니 마음만 먹으면 수면교육도 가능할 텐데 아직도 아기옆에서 쪼그리고 새우잠을 잔다. 너무 빨리 어린이집에 보냈나, 너무 쉽게 재취업을 해버렸나 자책하며 아이와 떨어져 있 시간을 벌충하듯 자리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간을 채운다. 현재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고민한다.


아이가 크는 시간을 오롯이 함께하지 못함을 자책하며 회사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꼴로 겨우 하루를 버텨낸다. 뭐 하나 똑바로 하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꼴이 처량하다. 그럴듯한 전문직을 갖지 못한 후회가 밀려온다. 고작 회사의 부품에 불과하여 언제 대체될까, 실적이 나쁘다는 말에 마음 졸이며 감원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까 전전긍긍하는 내가 초라하다. 잠을 차내고 모든 것들이 자는 모습을 보니 막막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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