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ear Su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jaroazul Jan 10. 2023

멜론빛 밤

온갖 약에 절여져 어떤 감각이 남아있는지

분간도 못하는 평범한 나는 천재를 원망한다


당신 때문이야 그놈의 이상 때문이야


시간은 무의미해지고 뇌는 절여지

눈꺼풀이 무거우나 닫아서는 안되

아직도 세상은 내게 떼인 여섯 시간을

돌려받겠다며 문 앞서 독촉 중이다


상처나 딱지를 핑계로 앉아 쉴 수 없다는 이유라기에는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이어 읊어댄 골초 주제에

뭐가 그리 부끄럽다며 숨어 들어갔는지


점점 더 퍼레지는 이 밤은

망할 놈의 그 시인 때문이야

그의 나이를 추월한 나의

척추를 따라 서리는 염증은 다 그 인간 때문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AA meet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