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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경앤 Dec 15. 2022

부엌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소리

다경앤 가족


이른 새벽잠을 살포시 깨우는 소리가 있다.

특히 부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기분 좋게 잠을 깨게 해 준다.

학창 시절 새벽에 살며시 잠이 깨면 방문 너머로 들려오던 소리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 소리에 잠이 깬 건지도 모르겠다.




부엌에서 엄마가 내는 소리이다. 

소리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이시는 마음도 실려 있었다.

어느 날은 냄비 뚜껑 닫는 소리,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일 때도 있었다.

다른 날은 시원하게 나오는 수돗물 소리에 어렴풋이 잠이 깰 때도 있었다.


딸그락딸그락

쏴~~ 아

덜컥거리는 큰 소리가 난 후 잠시 정적이 흐른다. 너무도 큰 소리에 식구들이 잠 깰까 봐 모든 행동을 멈춘 엄마의 모습이 정적 속에서 그려진다.


다경앤은 그 소리가 너무 좋았다. 언니는 시끄럽다고 투덜거리곤 했다.

엄마 때문에 잠이 깼다며 조심히 살살해 달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에 잠이 살짝 깬다.

이불의 따뜻한 감촉과 함께 눈을 감고 잠시 즐기는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여유였다.

이불을 한번 더 끌어당기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가끔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엄마의 깨우는 소리에 어~~ 다시 잠이 들었구나 하고 일어나기도 했다.

요즘 가끔 그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순간 하늘을 날기도 하고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기도 했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그 순간 하고 싶은 걸 다해 본거 같다.


그랬던 다경앤이 이제 엄마이다.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는 아들이 있다.

어느 날 아침에 엄마의 소리에 잠을 깼다고 아들이 투덜거렸다.

투덜거리는 아들에게 잠결에 들리는 엄마의 엄마, 할머니가 주방에서 내는 소리가 참 좋았다고 얘기했다. 아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다경앤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 감성은 본인만 느끼는 개인감정이라 생각했다.




주말 아침 다경앤이 주방에서 달그락달그락거리고 있는데 잠이 깬 아들이 방에서 나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이 깼나 보다 생각해서 "미안해. 엄마 때문에 잠이 깼구나?" 했다.


그런데 아들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엄마가 옛날에 느꼈던 감정이 뭐였는지 알 거 같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말 못 할 힘든 일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 잠에서 깰 때 쓸쓸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침에 방문 넘어 들려오는 엄마의 소리가 너무 따뜻했다고 한다.

이불속에서 듣는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안정되는 거 같았다고...

엄마가 얘기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순간 아들이랑 같은 감정으로 연결되는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엄마 이제 마구 소리 내도 되니?" 했더니 "그건 아니고"라며 웃는 아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들 덕분에 오랜만에 친정엄마와의 소중한 시간으로 추억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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