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환경에서 더 중요한 말하기의 기본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532일 만에 전면 해제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는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중 하나가 비대면 소통으로 수업, 회의, 취업 등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으로 말하고 듣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시대이다. 과거에는 얼굴을 맞대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토론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사람이 토론한다고 하면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토론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면대면 소통의 밀도가 높다고 여겨지는 토론 역시 비대면으로 많이 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작년에 열린 대부분 토론대회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토론뿐만 아니라 면접, 발표, 공모전, 정부지원사업 발표, 사내 프레젠테이션,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에서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고 이는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하다.
이처럼 온라인 환경에서 소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이에 따라 비대면 소통을 잘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 되었다. 비대면에서 말을 설득력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대면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곤 한다. 어색하게 생각하니까 비대면으로 말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지 못하고,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대면 소통이 익숙지 않다는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었겠으나 비대면 소통이 '뉴노멀'이 된 지금 이는 단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럼 온라인 환경에서 비대면으로 발표나 토론을 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온택트 시대 비대면 발표・토론 잘하는 법 6가지만 숙지하자.
1. 비대면 도구와 친해지기
비대면 도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하드웨어와 관련하여 마이크, 스피커, 웹캠 등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드웨어는 현장에서 취하는 손동작과 시선 처리 등 비언어적인 요소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나의 몸을 대신하는 역할이라고나 할까. 단순 기계가 아닌 나의 얼굴과 몸이라고 생각하고 하드웨어를 잘 점검해야 한다.
다음은 소프트웨어로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프로그램별로 미리 사용방법을 잘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에 따라, 하는 일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쓰기 때문이다. 내가 익숙한 프로그램이라면 상관없지만 공공기관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표해야 하거나, 줌(Zoom)이 아닌 웹엑스(Webex) 등 익숙지 않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토론하기 전에 직접 온라인 회의실을 개설하여 리허설도 해보고 도구 패널에 있는 기능들도 사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에 익숙지 않으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고 이는 비대면에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단한 리허설만 해도 미지의 영역을 아는 영역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고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는 힘을 준다.
2. 평소보다 더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기
실제 현장에서 토론할 때도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비대면 상황에서 이는 더 중요하다. 대면 상황과 달리 비대면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가 더 어렵고 피로를 쉽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면에서 참여자의 얼굴, 목소리, 텍스트 등 과도하게 많은 정보가 끊임없이 나오고 누군가 내 화면(얼굴)을 보고 있구나 인식하여 뇌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되도록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발음을 평소보다 더 명확하게, 말하는 속도를 평소보다 더 느리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프레젠테이션과 달리 PPT 등 시각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진행하지 못하는 토론에서는 명확하게 말하는 데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3. 침묵을 즐기기
비대면으로 수업이나 회의에 참여해보면 대면에서보다 말을 더 빨리 하는 상황을 꽤 많이 목격한다. 현장에서 청중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대면 소통과 달리 비대면 소통에서는 모든 이의 반응을 즉각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사람들이 말을 빨리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비대면 특성상 대면처럼 동시에 여러 사람이 발언할 수 없는 구조이고 상대편이나 청중의 반응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발언할 때는 혼자만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고, 침묵이 싫어서 일부러 말을 빨리하고 발언을 마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때는 '침묵 = 내 의견이 흥미롭지 않다., 청중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공식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말을 할 때는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비대면 특성상 침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4. 똑바로 앉고 똑바로 바라보기
보통 앉아서 하게 되는 비대면 소통에서는 서있을 때와 달리 자세를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에는 재택근무처럼 집에서 발표나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너무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는데, 이러면 자세가 쉽게 무너진다. 자세가 무너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어색해 보이게 된다. 구부정한 자세로 목만 내놓고 말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심지어 발표나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도 어떤 식으로 말할지 예측이 된다.
동시에 시선 처리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말할 때는 되도록 웹캠을 쳐다보면서 말하자. 그래야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고 느껴 내 말의 전달력을 더 높일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웹캠의 위치를 잘못 조정하는 것이다. 멀리서 자신이 앉아있는 모습 전체를 비추는 경우, 상반신 전체를 비추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 위나 아래에서 캠을 비추는 경우 모두 적절하지 않다. 웹캠은 카메라를 시선과 같거나 시선에서 약간 높게 설치해야 한다. 이때는 웹캠의 위치를 조정하여 자신의 상반신이 잘 나오게 해야 한다. 웹캠의 적절한 위치를 확인하기에 유용한 방법이 있는데, 바로 유튜브를 찾아보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 중에서 얼굴을 비추고 설명하는 유튜버를 한두 명 선정하여 어떤 식으로 웹캠을 통해 자신을 비추는지 살펴보자. 그러면 화면 너머에 있는 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해당 유튜버가 자신의 얼굴과 상반신을 어디에 위치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5. 내용은 대면 상황보다 더 간략하게 전달하기
듣는 사람이 누군가의 말에 계속해서 집중하기 힘든 비대면 상황에서는 대면에서 토론할 때보다 더욱더 말하는 내용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내용을 단순하게 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제한시간을 고려하여 내용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대면 상황에서 5분 발언을 한다면 비대면 상황에서는 이 5분 발언의 70~80%만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식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앞서 강조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기'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원격으로 토론하는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단시간 내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극히 작은 부분의 정보만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6. 논지를 전개할 때 주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해주기
비대면 소통에서는 청중이 되도록 적은 에너지를 써서 더 쉽게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 신호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방법을 기억하면 좋다.
1) 서론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간단하게 밝히기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가지 논거가 있는데요."
2) 주요 내용에는 숫자 붙이기
"첫째, 둘째"
3)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둘로 쪼개거나 주요 내용 안에서도 구조 갖추기
"이 논거에서 원인을 먼저 말씀드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산업계의 관점에서"
4) 결론에서 주요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하기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비대면 발표와 토론.
말하기에서 강조하는 기본기만 잘 숙지하고 적용해도 효과적인 비대면 소통을 할 수 있다.
비대면 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점검하고 말하는 자세, 말의 속도, 말의 구조 등을 숙지하면 더 설득력 있는 비대면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