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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준희 Feb 19. 2020

자기경영의 조직문화 패러다임

수평하지 않은 조직의 수평적 조직문화, 주도성이 만드는 애자일 조직

오늘날 대부분 조직들은 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관계없이 혁신의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사업과 조직을 반복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경영의 리더들이 산업화 시대의 주축이 되어왔던 위계형의 조직구조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경영의 방법론들로는 더 이상 우리 시대의 경영환경의 변화들에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동의해가고 있다. 


여전히 기존의 위계적인 조직구조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조직과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조직구조 관점의 조직문화 패러다임이 공유가치 중심의 조직구조이다. 이것은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공유가치를 중심으로 조직 내외부의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조직의 모든 시스템들이 공유가치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됨으로써 구성원들이 경제적 동기만이 아니라 일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조직 몰입도가 높아지고 조직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또한 조직의 업무방식이 특정 리더의 스타일이나 지시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합의된 원칙에 의하여 수행되게 됨으로써 조직 전반에 권한 위임이 확장될 수 있게 된다. 우리 시대에 조직문화로 평판이 좋은 기업들이 대부분 공유가치 중심의 조직이라는 조직구조기반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몰입과 참여,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성이라는 조직적인 강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체 구성원들의 합의라는 것을 전제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합의의 과정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가 지연되거나 에너지가 분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합의 자체가 현실적으로 실현되는 데에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피라미드 형태의 직위와 목표의 게스케이딩이 일어나는 위계적인 조직체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는 완벽한 공유가치기반의 의사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더 많은 자율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유가치 자체가 형식적인 구호에 머무르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여기에 더 온전하게 목적과 가치 중심으로 조직을 경영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형성되기 시작된 조직구조 관점의 조직문화 패러다임이 자기경영 중심의 유기체형 조직이다. 이것은 수평적이거나 서로 맞물려 있는 서클 형태로 개별 역할들이 조직의 진화된 목적을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는 조직구조를 가진다. 자기 경영 중심의 유기 체형 조직은 자기경영성, 전체성 그리고 진화된 목적이라는 3가지의 기본 매캐니즘에 의해서 작동한다. 


먼저 자기경영성의 관점에서 모든 구성원은 개개인이 자신이 맡은 역할 관점에서 철저한 자기경영, 다시 말하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의 위계적인 피라미드형의 조직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스스로 가지며, 일종의 구조화된 자문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 안에서 사실상의 누구나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그 결정으로 인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되,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기존의 합의과정에서 벌어지는 지연이나 갈등에서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자기경영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은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주도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전체성의 개념이다. 전체성은 구성원들의 전체로서의 인간, 즉 신체적인 면, 지식적인 면, 감정적인 면, 의식적인 면, 창조적인 면, 그리고 더 나아가 영적인 면까지도 직장에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서 “직장은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지 인격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말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개념 없는 직장상사의 갑질 행위에 대한 지적으로는 옳은 이야기이지만, 직장이 자신의 노동과 시간, 지식만을 거래하는 곳이라는 제한적인 믿음에서는 구성원 스스로가 의사 결정하고, 주도적 실행하는 자기경영성은 불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진화된 목적은 자기 경영성과 전체성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된다. 이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전통적인 경영의 관점이 아니라, 조직은 조직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스스로의 방향성과 존재의 목적을 가진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모든 구성원들은 조직이 되고자 하는 존재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해하고 이것을 자신의 일의 또는 역할의 일상의 의미와 가치로 공감한다. 또한 이것은 일상의 업무의 방향성이 되고, 크고 작은 모든 자기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관리자나 명령권자가 존재하지 않아도 개별 구성원들의 자기 의사결정들이 조직의 시너지가 될 수 있도록 정렬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은 새로운 사람들이 조직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그리고 조직 내의 구성원들이 경험을 통한 성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더 큰 또는 더 나은 목적으로 진화하게 된다. 


변화의 경영환경에서 조직이 변화에 대응하는 민첩한 적응성과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의 유연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애자일 방식이나 린 오퍼레이션 등과 같은 방법론들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계약과 보상 중심의 기계형 조직과 공유가치 중심의 가족형 조직의 조직문화 패러다임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에서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이나 효율성의 도구의 수준에서 머무르게 될 뿐 조직 자체의 민첩성이나 유연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나름의 조직역량을 쌓아온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자기경영중심의 유기체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일수도 있다. 핵심은 조직구조의 형태가 아니라 자기경영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직의 민첩한 적응성과 유연성은 애자일 조직화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조직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자기경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직급 단계를 줄이고 호칭을 바꾸거나, 최근 유행하는 한국형 애자일 조직의 조직화 방법론들을 형식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들보다는 우리 조직이 자기경영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적인 노력을 통해 조직의 민첩한 적응성과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이것은 우리 조직이 가까운 미래에 자기경영중심의 유기체조직으로 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목적은 통제가 없는 곳에서도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협력이 일어나도록 한다. 구성원들이 일상의 의미를 편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상식적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함께 하고 싶을 만큼 지고한, 조직의 목적을 발견해나가고자 하는 노력, 회사의 모든 새로운 시도에 항상 그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하고 소통하려는 노력, 구성원들 간에 서로 협력하는 이유가 그 어느 것보다도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집단적인 믿음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 더 많은 자기권한과 자기 책임 그리고 더 많은 자발성을 배양할 수 있는 팀의 환경을 조심스럽게 구축해나가는 노력, 그리고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오너십과 자발성을 동시에 촉진할 수 있는 현명한 의사결정 권한의 배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 등이 우리 조직만의 방식으로 우리 조직 특성에 맞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 조직에도 자기경영성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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