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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대 Dec 27. 2021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 교육

미래교육을 바꾸는 사람들(3)_온해피 회장 배인식

<미래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인천광역시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미래교육에 대해 어떤 꿈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삶의 방향이 바뀌는 일은 계획이 아니라 우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배인식 온해피 회장도 그랬다. 그 시작은 소속 모임에서 추진한 케냐 유치원 개원식 참여였다. 거의 등떠밀려 참석했는데, 그때 체험이 배인식 회장을 국제협력에 뛰어들게 했다(관련기사 http://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13).


상담학을 전공했고 주로 상담활동을 해온 배인식 회장에게 NGO는 낯선 세계였다. 더구나 인적, 재정 기반도 취약했다. 첫단추는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지정기부금단체가 되는 것이었다. 


"사단법인이 되려면 사업실적이 있어야 했어요. 후원회가 없으니 할 수 없이 사단법인을 설립하기까지 1년 반 동안 가진 걸 팔아가며 활동했어요. 아내와 아들딸의 동의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죠. 원래 상담 일을 했기 때문에 법인 설립 등 NGO 관련 업무에 관해 문외한이었어요. 담당공무원도 해당 업무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2012년 6개월 동안 고생해서 2013년 6월 외교부 소관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9월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단체 승인도 받았어요. 아직 후원이 많지 않아 재정이 늘 쪼달렸어요. 32개월 동안 임대료를 밀린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직원 월급을 제때 준다는 원칙이 있어서 출장 간다고 하고 15일 동안 막노동해서 월급을 준 적도 있어요. 

너무 고생이 돼서 처음 4,5년까지는 그만두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그만두면 온해피 지원 아이들이 다시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공부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만둘 수 없었죠."


온해피 성장에 분수령이 된 것은 2017년 4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Economical and Social Council) 특별협의지위를 얻은 일이었다. 온해피가 유엔 ECOSOC 특별협의지위를 얻은 건 우리나라 NGO로서는 28번째였다. 1998년부터 약 20년 동안 28개 단체만 지위를 얻을만큼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갖추어야 했다. 도움을 받을 사람과 기관도 없어서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부딪혔다.


"3년 동안 담당자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신청서를 써서 메일로 계속 보냈어요. 2017년 10월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왔는데, 승인 대상에 올랐고 최종 심의에서 승인될 게 분명하니 이제 그만 메일을 보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이토록 열정적이고 집요한지 만나보고 싶다고 유엔에 오면 꼭 자기를 만나러 오라는 얘기도 함께요."


배인식 회장의 얘기를 듣다보니 비가 올 때까지 드린다는 '호피' 인디언 기우제 생각이 났다. 


온해피에게 특별협의지위를 부여한다는 유엔 공문

협의지위(協議地位, Consultative Status)를 얻은 NGO는 유엔 ECOSOC와 산하단체의 각종 회의에서 자기 관심 분야에 대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NGO 협의지위에는 포괄(General), 특별(Special), 등록(Roster)의 3가지가 있다. 특별협의지위는 ECOSOC에 의제를 제안할 수는 없지만 제한적으로 발언할 수는 있으며, 산하 기구회의에서는 제한없이 발언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NGO 가운데 29개 단체가 이 지위를 얻었다. - "협의 지위", 위키백과


ECOSOC 특별협의지위를 얻으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유엔의 엄청난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 아, 진즉 이런 자료를 봤더라면 해외지부를 설립할 때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데는 교육의 힘이 컸고, 이웃나라들이 교육에 대해 집중 지원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국제회의에 나가면 그렇게 많은 원조를 받아 발전했는데도 다른 나라를 돕는 데 너무 인색한 거 아니냐는 질책성 문제제기를 많이 받아요. 이런 인상을 주는 나라로 고착되면 우리 후세가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세계시민 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국제기구 사무소가 15개나 있다고 자랑하는 인천인데도(https://www.ifez.go.kr/ivt064) 국제협력 NGO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 


온해피가 교육 지원에 집중하는 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교육이고, 우리나라가 그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중에도 천막 피난학교를 열었고 교육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웃나라는 그 교육열을 높이 평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그러니 그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배인식 회장은 강조한다. 온해피가 개발도상국 교육 지원과 인천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온해피는 국제협력활동을 하는 인천 최초, 인천 유일의 NGO이다. 온해피 심벌에도 NGO라는 표시가 있다. 그만큼 NGO로서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회나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준다고 할 때 솔직히 힘들어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죠. 그때마다 스스로 묻습니다.  왜 온해피를 만들었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국제협력 NGO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NGO 역시 서울 집중 현상이 심하다. 이른바 '지방'은 모금이 어렵고 활동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온해피가 인천을 기반으로 10년을 넘게 활동하면서 활동영역도 넓혀가니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등 여러 기구에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온해피가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 컨퍼런스(ICLC; 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Cities) 자원봉사단 활동을 총괄한 것도 그 예이다. 136명의 젊은이가 통역과 행사 진행을 위해 무보수로 자원봉사하였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에는 자비로 숙소 비용을 내면서 활동하였다. 덕분에 주최측인 연수구는 통역비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 자원봉사단 비대면 발대식. 왼쪽 상단 화면의 왼쪽에서 두번째가 배인식 회장


온해피는 중고등학생 대상의 국제개발협력동아리와, 글로벌캠퍼스 대학생 연합 봉사동아리 TAV(Take Action for Virtue)를 운영하고 지원한다. 배인식 회장은 이제 제발 이른바 '운동장 봉사'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여자고등학교 든해동아리의 영어창작동화

"자기 학교 운동장 청소가 어떻게 봉사일 수 있습니까? 이런 일회성 봉사가 아니라 6개월 이상의 프로젝트 봉사를 해야 해요. 저희 국제개발협력동아리는 영어창작동화를 만들어서 개발도상국 학교에 보내는 활동을 합니다. 학생의 봉사는 교육봉사이고 창의봉사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인천 학교의 참여가 경기, 서울보다 적습니다. 프로젝트 봉사이어야 참여자가 보람도 갖고 배울 수 있습니다.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 때문에 당장 대학 입학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프로젝트 봉사는 자기 성장에 도움이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배인식 회장은 인천 글로벌 캠퍼스(IGC) 연합 동아리 TAV(Take Action for Virtue; https://www.igctav.com)의 탄생과정에서도 교육의 힘을 새삼 느꼈다. 어느날 여학생이 찾아왔는데 고등학교 때 배인식 회장에게 세계시민교육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외교관이 꿈인 그 학생에게 제가 이왕이면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외교관이 되라고 조언했대요. 그 조언을 듣고 조지메이슨대학 국제학과에 입학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학생 말이, 인천 글로벌캠퍼스 대학생들이 인천에 참여할만한 동아리나 기회가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면서 글로벌 캠퍼스 연합 동아리를 만들고 싶대요.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회원을 모집해보니 그중 몇몇은 내게 세계시민교육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더군요. 제가 목이 쉬도록 열정을 다해 강의한 보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온해피는 몽골 등 7개 나라의 해외 지부, 인천의 3개 지회, 6개  국내 지부를 두고 있다. 아동결연 지원, 교육기관 건립 지원, 교육환경 개선, 교육인력 파견, 주거환경 개선, 보건의료 지원, 해외봉사, 국제교육교류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사업이 무엇인지를 묻자 배인식 회장은 온해피의 꿈을 이야기한다.


"온해피의 꿈은 아프리카에 대학을 세우는 일입니다. 지금의 모든 사업은 기초를 닦고 인프라를 마련하는 과정이고요. 과거에 이웃나라가 대학을 설립해서 리더를 양성한 것이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세운 대학에서 그 나라 리더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유엔 활동을 통해서 만난 다른 나라 리더들에게도 제가 하도 얘기해서 만날 때마다 아프리카에 대학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묻기도 하고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기금 후원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2020 우간다 해외봉사단(인천공업전문대학). 한가운데가 배인식 회장.


온해피가 대학 설립을 검토하는 나라는 우간다이고 '언더우드 모델'을 적용하고자 한다.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는 교회를 먼저 짓지 않고, 세브란스 병원을 지은 다음 연세대학교를 세웠다. 현지에 가장 필요한 일부터 하되 장기적으로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을 세운 것이다. 온해피는 이미 우간다에 보건소를 세웠다. 보건소 맨바닥에서 아기를 낳고 몇 시간만에 다시 밭일을 하러 나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우간다에서 당장 필요한 것 의료보건 지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는 우간다 지부에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다.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TAV 대학생 봉사자가 다문화학생에게 비대면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NGO들에게 큰 어려움이 안겨주었다. 활동을 정지한 단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온해피는 오히려 위기를 비대면 봉사활동을 완성시키는 계기로 활용했다. 그 한 예가 TAV 대학생들이 다문화학생에게 비대면 영어교육을 하는 프로그램 <나를 찾아 떠나는 Dreambook>이다(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465080).


인천광역시 미래교육위원회 2기에서 교육협력거버넌스분과위원장을 맡은 배인식 회장은 그동안 국제협력에 치중하느라 국내 거버넌스 활동에 소홀했다고 인정한다. 


"그동안 해외사업에 치중하느라 국내 거버넌스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제가 보기에 현행 교육시스템에서는 고등학교까지는 교육청이, 대학교는 교육부가 맡고 있다보니 제대로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거버넌스가 그 연계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의 청소년들이 대학생은 물론 지역 리더들과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하고, 이게 거버넌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자세로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미래교육위원회 위원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거버넌스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은퇴 후에는 온해피가 세운 아프리카 대학에서 손수레에 꽃을 싣고 다니며 정원을 가꾸다가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배인식 회장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호피' 인디언처럼 좀처럼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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