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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Sep 14. 2023

취업시장 뛰어들기 너무 어려워요

취업 정체 극복기 1화

이 글의 부제는 고통으로 시작한다.


요새 나는 삶의 목표가 생겼다. 목표를 가진다는 것. 말만 들어도 꽤 가치 있고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삶의 목표가 생겼다고 해서 내 삶이 전보다 더 가치 있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가지면 내가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내 자리가 더 견고해지면서도 무거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삶의 무게가 한층 무거워졌다.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자리를 잡는다. 나는 여전히 무겁고, 괴롭고, 고통받으며 살고 있다. 그리 살고 싶지 않다고 발악하는데도.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버터야만 하는 거지? 내가 악착같이 버텨서 내 삶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돈이 없다는 핑계로, 남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핑계로 모두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삶은 즐거움이 아닌 버팀의 연속이다. 살고 싶어서 사는 건데도 날 괴롭게 하는 거면 내가 왜 굳이 살아야 하는 거지?


아니, 난 진짜 이해가 안 가.

열심히 살아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존재해?


삶은 건강해야 하는 법이라고, 나는 내 목표가 생긴 뒤부터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버거움이 심해지고 버티는 날이 늘어가면 더욱 그렇게 변했다. 언제까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 줄 수는 없는 노릇인데 내 욕심이 남들 앞에서의 나는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 하소연, 내 괴로움, 내 우울감은 아무도 몰라야만 한다고, 그래야 남들이 보기에 쟤는 꽤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사실은 도태되기 싫어 발악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냥 남들처럼 살고 싶어서 사는 것인데 그 남들처럼 사는 게 매 초마다 나를 죽이고 만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지? 내가 정말로 누리고 싶은 것은?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근데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길 바라. 그냥 가족들의 무조건적인 사랑 아래에서 눈만 깜박이면서 자고 싶다고, 나는. 불속성 등골 브레이커 할 거라고. 


내 인생을 남에게 전부 줘 버리고 싶다고. 주도권 따위를 갖고 싶은 게 아니라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 내 이력서는 하루살이의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계가 된 인생을 사는 것만큼 재미없는 인생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것도 남들이 욕망하는 배로, 사소한 일상, 한 시간, 일 분, 일 초, 초침이 째깍이는 그 순간마저도 숨 쉬는 것에 질려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에 지루해하며 눈동자를 굴리는 것에 권태를 느낀다. 권태, 욕망, 권태, 욕망. 반복되는 삶이 지루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지만 유독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런 괴로움을 느끼고 만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녀 봐야 하지 않겠니?

언제까지 그런 계약직 업무만 할 거야.


나는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면 도피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니까. 밖으로 나가는 일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런 일들은 수중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떠한 일을 찾아야 하는 노력조차 기울이기 싫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돼. 다른 친구들은 한 회사에 그렇게 오래 다니고, 자주 이직하는 친구들도 집안이 받쳐 줘서 그런 거잖아.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서 왜 진득하게 붙어 있지를 못 하는 거지. 능력이 바닥이라 그런가.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이 곳을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살 것 같은데, 이 회사에 오래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마다 조금 평온해지는데, 어딘가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나를 살 것 같이 만들어 주는데.


모든 말들이 내게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난 말이야, 일 같은 건 하기 싫어.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워.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어려워. 세상이 어려워. 하루를 사는 게 힘들어. 나는 그래. 지금 당장 어떻게 버터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사는 게 의미가 있나?



엥? 나 대학교에 합격했는데?

그냥 미루던 학교나 가야겠다. 이건 취업 시장에서 도망가는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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