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점집에서 들은 이야기 같지만 한약방에서 들은 이야기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갔던 그곳은 약을 지어줄 때 진맥만 짚는 것이 아니라 사주도 함께 봐주었다. "너는 ○○이 안 좋아서 운동 안 하면 ○○으로 죽을 수도 있어 운동 열심히 해야 해"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기도 전인데 아픈 곳을 집어내니 신기하면서도 진짜 점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원래부터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60살까지 살면 많이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60살까지 사는 인생이라 단정 짓게 되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데 내가 저승을 보고 온 것도 아니고 아프고 우울한 상태로 오래 산다는 게 더 끔찍한 일 같았다. 그렇게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아야 하나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이 내 일이 돼 버렸다.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얼른 시간이 흘러 그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 10년쯤 더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0살까지 사는 것도 얼마나 남았는지 셈을 하던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든 걸까?
처음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는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꿈이 생기고 나니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여태까지 겪어왔던 모든 일들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기 위한 긴 여정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가 알아채지 못한 무의식의 세계가 작동한 것 같았다. '아, 내가 그래서 여태껏 그렇게 힘들었구나' '결국 여기까지 오기 위해 일어난 일들이었어'
그 생각은 다시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리게 했고 그럼 한 10년쯤 더 살아야 되지 않을까?라는 결론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낭비한 시간만큼 더 살면 된다는 말이었는데 나는 대충 쳐도 10년은 되는 거 같으니 그만큼 더 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때로는 아파서, 때로는 우울해서 얼렁뚱땅 흘려보낸 아까운 시간들을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다 끼워 맞추기 나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에게 어떤 목적이 생긴다는 것엔 그만한 힘이 있다.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 그리고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이 힘은 내가 쉽게 바꿀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행복한 마음이 들고 그 마음은 내 삶의 가치를 찾아 나서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삶의 목적이 없어 죽을 날만 받아 놓은 사람처럼 살았다면, 작가가 된다는 꿈과 목적이 나에게 살아갈 희망을 찾아준 셈이다. 나 같은 사람도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작은 희망과 함께 내 건강도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든다.
당신이 지금 낭비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 시간 또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꼭 겪어 내야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여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저 묵묵히 겪어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만 마침내 그 길에 당도했을 때 맞이할 환희를 떠올려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