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첫인상을 선사해 준 사람들, 그리고 베를린
독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준비를 나름 열심히 하긴 했다만
그 와중에도 스스로 머나먼 꿈으로만 치부했다
그런데 이렇게 덜컥 붙게 될 줄이야,
내가 유럽에서 살게 된다니 !!
마침 이직 준비를 하던 동생의 공백 기간과 맞아서
입학 전 함께 10일간의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출국 날, 담담하게 비행기에 올랐다
9월 15일
12시간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출입국 심사,
" 독일엔 무슨 목적으로 왔어? 학생 신분을 증명할 수 있어?
전공이 뭔데? 지낼 곳은 마련되어 있어? "
따다닥 쏘아붙이는 말투, 푹푹 들려오는 한숨소리
그들이 쓰는 영어는 독일식 억양이 짙게 묻어있어서
처음에는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어영부영 여권과 독일대학 합격증명서,
당장 머물 베를린 호텔의 메일을 확인시켜 주고서야 살 떨리는 출입국심사가 마무리되었고,
후- 하고 숨을 고르고 나서야 주변이 차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캐리어를 기다리던 중,
한 키 큰 외국인이 공항 직원이 아닌데도 컨베이어 벨트에서 뒤집혀 나오는
캐리어들을 일일이 정리해 주는 것을 보았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는 표를 뽑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자신의 표에 이름을 적게 해 준 외국인이 있었고
전철과 플랫폼 사이로 번쩍번쩍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준 한국인 청년도 있었다.
순간순간마다 외국에서 맞이하는 작은 친절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모였고,
그게 참 따뜻했다.
12시간의 비행, 5시간의 기차 여행으로
피로가 최대치로 쌓인 동생과 난
밤 11시, 베를린의 한 호텔 체크인을 끝내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
.
지난 10일간의 동유럽 여행을 돌이켜 볼 때
동생과 나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나라와 도시는
두말할 것 없이 독일, 베를린이었다.
초록내음이 물씬 풍기고, 유난히 좋았던 날씨,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고,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던 사람들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베를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동물친화적이던 분위기.
백화점, 공원, 강가, 카페
어디든지 반려동물을 데려가도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뿐더러
강아지들도 무척 순했고, 그런 장소에 주인과 같이 다니는 것이 퍽 익숙해 보였다.
그리고 햇살이 나면 어디든 풀썩풀썩 앉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도 눈치 보지 않고,
쯔쯔가무시 걱정은 저만치 넣어두고
바스락거리는 초록 잔디에 털썩 앉아서
반짝거리는 윤슬과 사람 가득 싣고 운행하는 페리,
바람에 살살 흔들리는 나뭇잎,
아빠와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귀여운 꼬마아이
나중에 곱씹을 때 생생하게 기억나도록
이 모든 순간들을 보고 또 봤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었는데,
동생과 감상에 젖어서 해 질 녘 브란덴부르크문을 보다 겪은 일이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항상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베를린 명소 중 한 곳인데
슈퍼마리오 옷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대뜸 우리 앞으로 오시더니
"행복한 하루 보냈으면 좋겠어, 이건 선물이야"
하며 꽃을 주셨다.
나와 동생은
그 당시 시시각각 분홍빛으로 변해가는 하늘과
웅장한 브란덴부르크 문이 주는 인상에 그만,
진짜 호의로 생각하고 너무 행복해하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손목을 확 잡더니
손짓으로 돈을 내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아 참,
여기 관광지였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생과 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 당시 감성에 젖어 순수했던
우리의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며
피식 웃곤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