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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혜 Jul 27. 2023

소들이 지배하는 세상


7. 오늘의 미션은 '상상'입니다. 소들의 행성으로 변신한 지구에서 인간은 소들에게 지배를 받게 됩니다. 소들은 아마도 인간에게 복수를 하게 될 겁니다. 자신은 음식이 아니라 당당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다만 소들은 인간을 음식이 아닌 노동력으로 착취합니다. 먹잇감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요. 그러한 상황을 상상해 보고 그 상황을 대처해나갈 여러분의 하루를 묘사해 주세요. 맞서 싸울 것인지, 도망 다닐 것인지,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 어떤 투쟁을 펼칠지 여러분의 상상력을 극대화해주세요.


"소고기에 대한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식욕과 보존 기술(추출, 통조림, 냉장) 덕분에 소고기는 지난 한 세기 반에 걸쳐 전 세계를 정복했다. 솔직한 논평으로 이름난 환경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이토록 대단한 소고기의 위력 덕분에 지구는 “소를 위한 행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소고기 산업은 온실가스, 삼림파괴, 엄청난 물 사용 등으로 막대한 환경 부담이 되고 있고, 소고기는 인간 식생활에서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174~175페이지


  "네 이노옴! 니가 니 죄를 알렸다?"

  "하이고~ 내가 뭔 죄를 지었다고 이리 추달을 하십니까요?"

  "살아 있는 소들을 살생하고, 소의 무게를 늘리려고 물을 억지로 먹이는 속임수를 썼고, 소비자들에게 한우라고 속여서 팔며 거짓말을 예사로 하였고, 벌었는 돈으로 남의 여자와 삿된 음행을 밥 먹듯 하였으며, 처자식은 내팽개치고 땅 투기에 도박, 약물까지 하였으면서 그래도 죄가 없다고 발뺌이냐?"

  꿇어앉은 죄인은 염라대왕이 가소롭다는 듯 코방귀를 뀌며 고개를 모로 돌리면서 하는 말이

  "언제 내가 바람 피우고, 너도나도 다 하는 거짓말을 했다고 덮어씌우며, 벌었는 돈으로 남이야 도박을 하든 약물을 흡입하든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요?"라며 또박 또박 말대꾸를 해댔다. 염라대왕은 인정할 줄 모르고 뻗대는 죄인을 업경대 거울에서 자신의 행위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명하였다. 

 

  대승불교에는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사자死者가 전생에 지은 행위를 비쳐보는 거울이 있다고 가르친다. 불교 교학에서 사람이 죽으면 사자의 행위에 따라서 육도(六道: 지옥道, 축생道, 아귀道, 아수라道, 인간道, 천道)에 태어난다. 지옥은 가장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이 악행의 결과(果)로 8 종류의

지옥으로 가서 온갖 고통을 받는다(報). 지옥에서 악행의 과보가 끝날 때까지 죽어도 다시 살아나 괴로움을 받는 곳이다. 축생은 지옥 갈 악행보다 수위가 낮아서 짐승의 몸으로 인간 주변에서 산다고 배웠다. 아귀와 아수라, 사람과 天은 이 글에서 다룰 부분이 아니라 생략한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업경대 설명을 <문화원형백과 한국의 불화>}에서 발췌한 글을 인용하려 했으나 글쓴이가 불교를 정확히 모르고 쓴 내용이라 내가 고쳐쓰느라 생각지도 않았던 도입부에서 글쓰기가 지연되어 마음이 매우 바빴다.


  "업경대業鏡臺: 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가면, 염라대왕은 업경대 앞에 사자를 세우고 생전에 행한 나쁜 일들을 모두 털어놓도록 한다. 업경대에는 사자가 생전에 지은 선악의 행적이 그대로 나타나며, 염라대왕은 나쁜 행위들을 일일이 다 적는다. 사자의 말이 끝났을 때 업경대에서 더 이상 전생 행위들이 비치지 않으면 업경대 조회가 끝난다. 두루마리에 적었던 내용을 저울에 달아서 악의 경중을 판가름하여 지옥행이 결정된다."고. {네이버 지식백과는 업경대 설명을 <문화원형백과 한국의 불화>}에서 발췌하여 올린 이 글 또한 읽어보니 현실적으로 맞지 않고 유치하여서 많이 다듬었다.


  두 문단의 글을 쓰면서 빠르게 생각했다. 티브이나 영화를 통해서 지옥에 가는 사자死者는 죄인이라는 통념이 있다. 죄인이니까 당연히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꿇어앉아 심문을 받았다. 심문자는 반말로 죄인을 혹독하게 다루었으며, 죄인은 벌벌 떨면서 존댓말로 변명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헌데 지옥에서 죄인이라 호칭하는 것도 악한 일의 경중을 따져서 지옥길로 들어섰다면 죄인이라는 용어가 맞다. 사자가 염라대왕 앞에서 생전의 행위를 업경대를 이용하여 조회하는 중인데 죄인으로 취급하거나 다루는 것은 사자의 인권침해라고 생각된다. 옆길로 샜지만 육도의 길 道는 지옥길로 가느냐, 축생 길로 가느냐를 뜻한다.


  축생은 우리들 가까이 소, 말, 돼지, 개, 고양이, 오리, 염소, 닭 등의 짐승을 말한다. 오늘의 주제가 "소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대승불교나 테라와다 불교는 소의 몸으로 태어나는 결과의 과정을 이렇게 가르친다. 간략하게 적어보면

  축생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은 위의 대화에서 거론한 십악업十惡業을 저지른 결과다. 열 가지 악한 행위는 ①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죽이고, ② 주지 않는 물건 함부로 가지는 도둑질, ③ 나의 아내가 아닌 여자와 또는 남편 아닌 남자와 성관계(삿된 음행)를 하며, ④ 본 것은 안 봤다 또 안 본 것을 봤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말(妄語)이며, ⑤ 여기서 이 말로 저기서 저 말로 이간질 하여서 무리의 화합을 깨트리는 말(兩舌)을 하고, ⑥ 남에게 심한 욕을 하거나 저주하고(惡語), ⑦ 잡담이나 번지르한 말로 사기를 치는 등 유익하지 못한 말(기어綺語)을 한다. ⑧탐貪: '저 사람의 것이 내 것이라면’ 하고 남의 재산과 재물에 과욕을 부리며 그 마음을 자제 못한다. ⑨ 진嗔: 과욕을 주체 못하여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이 중생들이 죽어버리기를, 파멸되기를, 파괴되기를, 멸망해버리기를, 없어져버리기를' 하면서 악의를 품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⑩치恥: 활화산이 폭발하듯 한 순간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자신을 해치고 다른 사람도 해쳐서 결국 둘 다 해치게 된다. 평소 행동한 결과로 축생의 몸을 받게 되는 열 가지 행위이다. 그러니까 악행의 열 가지 종류가 십악도다.


  '인간의 소고기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식욕과 보존 기술(추출, 통조림, 냉장) 덕분에' 한동안 사람들은 호사를 누렸다. 그런데 소들이 죽어가면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발원했다. 저 악랄한 인간에게 복수할 거라면서 몸이 해체되었다.


  소들의 지상낙원이 펼쳐졌다. 지상의 소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사람 살 곳이 좁아졌다. 사람들은 영역이 줄어들어도 늘어가는 소는 축적되는 부를 상징하므로 마냥 흐뭇할 뿐이었다. 그러나 점차 소의 사료를 마련하느라 사람의 식량이 동이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별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서로 소를 죽이지 않으려고 미련하게 몸을 도사렸다. 배가 고픈 소들이 사람의 집을 급습하였다.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잠깐. 드디어 사람들이 소에게 굴복당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이르렀다.


  옥슨은 소들의 왕으로 추대되었다. 총리로 발탁된 한우는 인간을 다스릴 내각을 구성했고, 참모의원단도 자발적으로 뽑았다. 각 지역의 담당자들은 자치적 행정수행 방침을 세웠다. 옥슨은 인간이 정치하던 그대로 모방하여 정책을 실시하였다. 옥슨이 전생에 배운 것은 인간들이 저지르던 십악업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옥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수하들에게 군림하는 거였다. 수하들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부정부패, 매점매석, 무기거래, 인신매매 등을 서슴치 않았다. 옥슨 역시 사람들이 추악하게 굴었던 대로 답습하였다. 정부情婦 암소에게 사람을 노예로 하사하여서 마음대로 부리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 옥슨의 아내 젖소는 암소를 시기질투하여서 갖은 술책을 연구하였다. 암소에게는 젖소가 낳지 못한 숫송아지가 있었다.

 

  젖소는 노예 죽이는 것을 파리 잡듯 쉽게 죽였다. 젖소는 생사여탈권을 기분내키는 대로 휘둘러서 암소가 꼼짝 못하는 척 했지만, 시시탐탐 젖소의 자리를 노렸다. 암소는 옥슨을 무장해제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였다. 그런데 옥슨의 마음에는 총리의 부인 염소가 가득했다. 옥슨은 소폰으로 염소에게 음흉한 미소를 보내며 추파를 던졌다. 정부관료 소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내로남불을 외치며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눈독을 들였다. 총리 황소는 수도 근교 소(牛) 대학교에 다니는 애송이에게 얼이 빠져서 국정은 차관 불스에게 맡긴지 한참 되었다. 지방은 지방 대로 살림을 꾸리니 전국은 암흑천지가 되어서 소통부재. 세상은 소판 5분 전.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사람의 시체는 갈기갈기 자르고, 살을 발라내고, 포를 뜨고, 온갖 부위를 소들의 입맛에 맞추어 개발이 되었다. '솔직한 논평으로 이름난 환경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이토록 대단한 사람고기의 위력 덕분에 지구는 “소를 위한 행성”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소를 위한 행성에서 연일 연기가 하늘을 뚫을 듯 올라왔다. 사람고기 냄새와 함께. 

'사람고기 산업은 온실가스, 삼림파괴, 엄청난 물 사용 등으로 막대한 환경 부담이 되었고, 사람고기는 소의 식생활에서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하였다.'


  옥슨은 날마다 올라오는 장계가 부담스러웠다. 밤에 잠도 오지 않았고, 염소의 코맹맹이 소리도 옥슨의 심적갈등 해소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옥슨은 주치의 의소에게 잠을 푹 잘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 옥슨은 세상 모르고 며칠 잠에 빠졌다.


  우아한 여인이 옥슨 옆에 앉았다. 호색가 옥슨은 새로운 인물 등장에 눈에 번쩍 뜨였다. 여인이 옥슨에게 손을 뻗어서 큰 눈 주위를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얼마나 부드럽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지 옥슨은 눈을 감았다. 앞 다리를 주물르다 배를 지나서 등 위에 올라 앉아서 시원하게 맛사지를 해주었다. 슬금슬금 손이 뒷 다리와 그 사이 옥슨의 심볼까지 주무르는 것이 아닌가. 옥슨은 두 눈을 감은 채 여인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멀찌감치 경호원도 있겠다 여인을 의심할 어떤 이유가 없었다. 여인의 손길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한 경지여서 의심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싫었던 것이다. 경호원이 슬그머니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다른 여인의 술 상납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여인은 옥슨의 급소를 노렸다.

옥슨은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걷어찼다. 땀이 온 몸에 비 오듯 흘러내렸다. 옥슨은 침대에서 내려오며 다급하게 비서를 불렀다.

침실 문이 열렸다.

꿈은 현실이었다.

수많은 노예들이 옥슨을 포위했다.

노예들의 반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소를 위한 행성은 막을 내렸으며 윤회는 시작되었다.




           사진 : 정 혜.



대문 사진 : 업경대.

업業은 사람이 하는 행동을 업이라고 한다. 선한 행동을 하면 선업이고, 악한 행동은 악업이라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십선업과 십악업 중 몇 가지를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다.


아래 사진 : 업경대 전신. 요즘 같은 거울이 없을 때는 동(銅)을 사용했다.




#업경대 #소 #십선업 #십악업 #젖소 #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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