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28화

[상해일지] 본격 상해 여행 2일 차

by zunrong

[2024-10-03]


1일 차 3만 보의 후유증이었을까. 아침 먹거리가 유명한 중국에서 아침 먹기를 포기하고 열 시에 느지막하게 몸을 일으켰다. 열 시에 일어났지만 치장에 진심이 아닌 우리는 삼십 분 만에 집을 나설 수 있었다. 2일 차 첫 목적지의 시작은 우캉루문화거리로 우캉맨션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오늘도 역시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만큼 즐기다 가라고 하는 뜻인지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고 나무 사이사이에서 비치는 햇살들도 너무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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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차와 같이 조급한 여행은 하지 않았다. 걸어가다 보이는 이쁜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충분히 여유를 느끼며 우캉루 본연의 느낌을 제대로 즐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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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712.jpg?type=w966 우캉맨션!!

우캉맨션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1924년에 유명한 헝가리의 건축가가 지은 건물로 역사적인 가치도 있지만, 주변에 핫플이라고 불릴만한 곳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특히 젊은 분들이 많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는 중국 비자가 풀리면서 한국인이 많이 방문한다는 소문을 들은 중국의 부호(푸월따이)들이 스포츠카를 끌고 돌아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최근에 가보니 한국이의 관심보다는 중국 현지인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었는지 스포츠카와 함께 셀카를 찍는 중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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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먹었는데 오히려 사람이 없어 너무 좋았다

점심은 우캉루멘션 근처에 있는 라오스지(Jesse restaurant)로 갔다. 현지인 추천으로 찾은 맛집은 아니고 유튜브라는 최고의 인사이트를 통해 발견했다. 유튜브 '육식남' 상해 편에서 나와 육식남님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고 군침이 돌아 안 가볼 수 없었다. 무작정 간 거라 예약이 꽉 차 있었는데 운 좋게도 한 시간만 식사를 하면 자리를 내준다고 하셔서 고개를 백번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고급 중식 레스토랑은 뭔가 다른 건지 분위기부터 이미 맛집이었고, 음식도 분위기와 어울리게 너무 맛있었다.

IMG_5854.jpg?type=w966 토마토계란볶음
output_770060883.jpg?type=w966 파기름면
output_1530664537.jpg?type=w966 간장볶음밥
output_150978348.jpg?type=w966 홍소육

특히 동파육의 엄마급 정도 된다는 홍소육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점심을 마치고 천천히 소화시키며 신천지로 향했다. 임시정부 관람이 쉬는 시간이라 뉴욕 베이글 뮤지엄에서 소화된 배를 다시 채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앙버터 베이글과 초코 베이글(각각 탑 1, 탑 3였다)을 해치웠다.

output_3965707311.jpg?type=w966 초코베이글

따뜻해서 그런지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었다. 아니 도대체 맛없는 건 언제 나오는 건지,,, 베이글을 먹고 곧바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관람했다. 7년 전에 와본 적이 있었지만,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저렇게 용감하게 살 수 있었을까'하는 100점짜리 독후감 후기를 작성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약간의 꼭 방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해졌던 것 같다. 임시정부 감동에 1일 차 인간 쓰나미를 잊어버린(?) 우리는 난징동루로 향했다.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한 번의 경험으로는 학습이 덜 됐었나 보다.

output_277747599.jpg?type=w966 결국 사버렸다

도착하자마자 이쁜 쓰레기의 천국 POPMART로 향했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친구가 옆에서 구매하는 바람에 어느 순간 내 손에도 결제 영수증이 들려있었다. 소비 도파민이 끝나자마자 사람 지옥이 눈에 들어왔고 PTSD가 찾아온 우리는 그대로 골목길로 빠져나가 상해 치보쇼핑몰이라는 도떼기시장으로 향했다.

output_3407611467.jpg?type=w966 근처에 이런 쇼핑몰이 몇 개 몰려있다

말 그대로 진짜 도떼기시장이었다. 길을 가던 중 호객 행위 하는 아저씨에게 大哥(큰 형님)이라 부르며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물어보니 외국인은 잘 오지 않고 중국인들만 쇼핑하러 오는 곳이라고 하셨다. 관광으로는 오지 않을 곳이라 색다른 경험이 또 좋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옷이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격은 상상했던 것 보다도 저렴했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예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국경절에 운영하지 않는 역들이 있는 바람에 동선이 꼬여버렸다. 급한 대로 정차역에서 하차했는데도 사람이 넘쳐흘렀다. 이것도 우연이라고 사람들을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동방명주 바로 밑이었다.

output_1507472371.jpg?type=w966 동방명주

가볼 생각도 없었고 당연히 야경은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동방명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진짜 럭키비키 아닐까. 가까이에서 본 동방명주의 웅장함과 반대편 야경도 괜찮았고, 야경을 볼 수 있게 해 둔 산책로도 너무 좋았다. 생각하지도 못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잠깐 로또를 사볼까 고민을 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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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행운으로 좋은 구경을 하고 예원으로 넘어갔다. 통제된 길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 건너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배를 타고 넘어갈까 생각했지만, 끝이 안 보이는 대기줄에 금세 포기하고 택시에 도전했다. 택시도 도저히 잡히지 않아 결국 100%로 잡히는 DiDI flash(한국으로 치면 카카오블루)로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지만, 정체된 도로에 타자마자 기사님 표정을 살펴봤는데, 역시가 역시다. 눈치를 보며 조용히 도착한 예원은 봐도 봐도 말이 필요 없었다. 옛것의 아름다움, 멋들어짐, 색감, 분위기 모든 게 어우러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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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구경한 뒤에는 미슐랭을 7년인지 8년인지 연속으로 받은 따후춘에서 튀긴 만두를 즐겼다. 아래는 군만두 느낌이고, 위에는 찐만두 느낌으로 셩지엔빠오라고 한다. 속이 고기로 채워진 것도 맛있었고, 새우로 채워진 건 말해 뭐 해.

IMG_5992.jpg?type=w966 따후 춘 셩지엔빠오

2일 차도 3만보를 걸어 고생한 우리를 위해 숙소로 돌아와 발 마사지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마사지해 주는 선생님께 물어보니 국경절에는 보통 베이징에는 1억 명 상해에도 8천만 명은 몰린다고 하신다. 내일도 각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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