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29화

[상해일지] 본격 상해 여행 3일 차

by zunrong

[2024-10-04]


집 안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햇빛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맑은 날씨를 감지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쓸며 지나간다. 온도, 습도, 미세먼지(?) 다 너무나 완벽한 바람이다. 본격 상해 여행 3일 차 아침은 시작부터 우리를 닦달하듯 여행해 달라며 보챈다.


3일 차는 특별한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상해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2박 3일 길어야 3박 4일이다. 보통은 유명한 랜드마크만 구경하기도 하고 상해 주변에 소주, 항주 같은 관광하기 좋은 도시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여행이 싫은(?) 우리는 이런 짧은 시간에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 알려지지 않는 곳, 지극히 우리의 취향이 담겨 있는 곳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output_928654400.jpg?type=w966 버거킹 머핀

집 아래 있는 버거킹에서 간단하게 버커킹모닝으로 머핀 하나와 커피를 마시고 루쉰공원(구 훙커우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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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기념관이라고 한글로 써져있다!

지하철 8호선 홍커우축구장(虹口足球场)에 위치해 있는 루쉰공원은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는 곳으로 큰 호수 공원이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곧바로 푸릇푸릇한 루쉰공원을 맞이할 수 있다. 윤봉길 선생님 기념관은 공원 안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표를 구매하고 들어갈 수 있다. 가격은 15元!!

IMG_0056.jpg?type=w966 매표소 입구

기념관이 아직 한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건지 아니면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 건지 우리 말고 다른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다르게 건물 하나만 관람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주변의 일부 지역까지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공원 또한 프라이빗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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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설명란에 새겨진 글귀를 읽으며 천천히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건물 2층에는 윤봉길 선생님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영상을 다 보는 마지막 순간에는 어느샌가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중국인의 손이 많이 탄듯한 임시정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역사도 잊고 지내왔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의 무거움이 느껴져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감사함과 감동과 공원의 풍경이 어우러져 조금 더 가슴을 울렸던 것 같다. 윤봉길 선생님 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홍커우축구장에 있는 축구 유니폼 가게로 향했다.

IMG_0025.jpg?type=w966 홍커우축구장

오늘의 본격적인 테마 축구의 시작을 알리는 곳! 중국에서 다 죽어가는 축구를 무슨 여행 테마로 삼았냐고 할 수 있지만, 글에도 축구 소신 발언을 한 1인으로, 또 축구를 사랑하는 2인이 모이자 충분히 가능했다. 유니폼 가게는 마킹까지 해주는 곳이라서 신나게 유니폼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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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소비'라는 도파민에 중독된 친구는 유니폼에 마킹까지 해가며 도파민을 충전했다. 1차 유니폼 쇼핑을 마치고 난 뒤 건너편에 사람들이 우글우글하는 식당을 발견했다. 무슨 요리인지도 모르고 일단 곧바로 들어갔다. 현지인 맛집은 참을 수 없기 때문. 뜨거운 돌솥 볶음 요리인데 제일 잘 나가는 메뉴가 개구리였다. 친구에서 한 번 도전해 볼 것을 권했지만 죽어도 싫다는 표현을 ('이 자리에서 토할지도 모른다'와 같은 협박이라고도 한다.) 하기에 안전하게 소고기로 주문했다. 추가로 볶음면과 튀긴 가지까지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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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긴가지는 미친맛이고 볶음면은 그냥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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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중국 로컬들이 즐기는 음식치고 싼 편은 아니었지만, 맛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증명했다. 진짜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간단하게 HEYTEA로 입가심을 해준 뒤, 상해 과학관으로 향했다.

output_3242074987.jpg?type=w966 뒤에 헤이티가 흐려지게 나오는 게 포인트다

갑자기 무슨 과학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2일 차 도떼기 시장에서 만났던 아저씨에게 물어봤을 때 외국인들은 다 과학관으로 간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상해 과학관 역은 그야말로 짝퉁시장이었다. 어떤 브랜드들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못 봤지만, 익숙한 브랜드가 꽤나 많았다.

IMG_0074.jpg?type=w966 생각보다 큰 짝퉁시장

보는 눈이 없는 내가 보기에는 큰 차이도 없어 보였다. 짝퉁시장에는 축구 유니폼도 팔고 있었는데, 특히 레트로 유니폼이 많았다. (사실 이거 보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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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하기 힘든 유니폼이 많아 눈 호강을 할 수 있었다. 다만, 기름기도 많고 질감이나 냄새가 썩 좋지는 않은 느낌이었다.(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자꾸 팔을 붙잡으며 호객 행위를 하시는데, 가격도 너무 세게 부르셔서 최고의 협상가가 오지 않은 한 그냥 구경만 하는 걸 추천한다. 만약에 구매를 하고자 한다면 최소 3분의 1 가격 이하로 고집을 부려야만 한다.


'옆집에는 이 가격인데,,,, 여긴 비싸네요??' 어느 정도의 적당한 거짓말과, '그냥 갈게요'라는 쿨함을 묻혀야 만이, 흥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냥 간다고 해도 계속해서 계산기를 들이밀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고의 협상가가 빙의된 나 또한 친구의 유니폼을 인터넷에서 파는 가격 근처까지 후려쳐 구매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 중에 이렇게 후려치는 사람이 많은지 여기 상점분들도 유럽이나, 다른 나라 고객들을 선호하고 한국인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하철 밖으로 나가면 웅장한 상해 과학관도 구경할 수 있다. 짝퉁시장 구경이 끝난 뒤 상하이하이강(구 상하이 샹강) 축구장으로 향했다. 14호선 푸동축구장(浦东足球场) 역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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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동 축구장 역은 진짜 개미 한 마리 없었다. 똑같은 상해인데 경기가 없는 날이기도 했지만, 난징동루와 비교했을 때 극과 극이었다.

IMG_0075.jpg?type=w966 푸동 축구장
output_2874427178.jpg?type=w966 날씨는 기가 막힌다

푸동축구장역에 있는 기념품 판매점에 들려 친구와 친구의 친구가 사고 싶어 했던 '오스카'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했다. 상해 기념품으로 챙길만한 옷도 있어서 나도 모르게 도파민 '소비'에 참여해 버렸다.

IMG_6218.jpg?type=w966 퀄리티가 좋은데 가격도 싸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옆에서 행동을 하면 나도 모르는 용기가 생겨 그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 참 매번 적고 있지만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3일 차 컨셉을 이제 바꿔야겠다. 축구장이 아닌 '소비'다. 양손 무겁게 들고 있던 쇼핑백을 숙소에 들려 내려둔 뒤 다시 가볍게 출발했다. 가볍게 출발했으면 다시 무거워져야 하는 법. 숙소 주변에 있는 코리아 타운과 현지 로컬 마트를 쓱 구경해 주고 완샹청 쇼핑몰로 향했다.

IMG_6259.jpg?type=w966 코리아타운 서울 야시장

친구는 이제 중독돼 버린 도파민에 이성을 끈을 놓쳤는지 컨트롤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비를 이어갔다. 옆에 있는 내가 친구 된 도리로서 말려야 했지만, 나 역시 이미 뇌가 도파민에 지배된 상태로 같이 동조를 할 뿐이었다. 다시 두 손을 무겁게 채운 우리는 집 앞에서 분수쇼를 구경하고 맥주 한 잔과 인생 이야기라는 최고의 안주를 가지고 늦은 밤까지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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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는 한 명은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으로, 다른 한 명은 떠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으로 가득 찬 날이 될 것이다. 아쉬움이라는 구름이 흐림이라는 날씨를 예보해 주지만, 그래도 햇살은 그 사이사이에 들어오니까 4일 차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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