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02]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행복이다. 소통이라는 건 그저 상대방과 대화하는 것을 넘어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과 같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좋지 않을 수가 없다. 갑자기 소통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랜 친구가 상해로 놀러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4일간은 한국어만 사용하면서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누군가와 모국어로 계속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평소에도 종종 느끼긴 했지만, 정말 이런 상황이 그리웠나 보다. 사람이 많아서 치여도, 걷다 발이 아파도, 기분 나쁜 상황이 발생해도 그저 우리끼리 웃고 떠들며 좋을 것이다. 나는 한때 꿈이었던 관광 가이드가 되어 본격적인 상해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
상해 가이드로서의 역할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공항에서 친구를 맞이하고 곧장 택시 타는 곳으로 향해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니, 기사님이 목적지를 물어보셨다.
"롱바이신춘역으로 가주세요"
"롱바이신춘역?, 너무 가깝잖아요,, 저 여기에서 손님 태우려고 세 시간 기다렸어요,,"(실제로 공항에서 15분 거리였다.)
기사님은 차마 내리라는 말은 못 하시고 속상한 말투로 말씀하셨고, T보다 F가 앞인 나는 눈치를 채고 미안하다며 택시에서 곧장 내렸다. 택시에서 내리니 공항 관계자가 다가와 무슨 일 있냐며 물어보셨다.
"아뇨 아뇨, 그냥 지하철 타고 가려고요"
대충 둘러 된 뒤 지하철 타는 곳으로 향하는데, 그 관계자 분이 택시 기사에게 몇 마디 하시더니 기사님은 그대로 공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괜스레 나 때문인가 싶어 마음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더 큰 것을 얻으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교훈도 간접체험 해볼 수 있었다. 확실히 중국도 이런 면은 칼 같다. 지하철을 타고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예약한 숙소 밑에서 중국 사람들이면 어렸을 적부터 먹었던, 감칠맛에 한때 흥분했던 중국식 라멘집을 데리고 갔다.(최애 라멘 그 집 맞다)
아니 진짜 면발에 무슨 짓을 한 거지.. 통통한 라면 같은 느낌인데 실망을 주지 않는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전 날에 사전답사를 갔던 티엔즈팡으로 곧장 향했다.(티엔즈팡 2회 차)
티엔즈팡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감성을 공유하려고 데리고 갔는데 국경절 특수로 사람이 너무 많아 고즈넉한 감성이 밀려나고 핫플레이스의 힙한 감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가 티엔즈팡이란다' 정도의 구경을 마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타벅스가 있는 난징시루역까지 1시간 정도 걸어갔다. 사실 짧은 여행을 와서 1시간씩 의미 없는 거리를 걸어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충분히 가이드를 욕할 수도 있지만, 친구는 하나의 불평도 불만도 늘어놓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 철학은 바쁘게 랜드마크를 찍고 다니는 것이 아닌, 그 나라의 분위기를 느끼며 여유롭게 다니는 것이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보면, 관광지만이 아닌 로컬의 분위기를 더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고생해서 도착한 랜드마크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감성을 건드린다. 친구는 난징시루 스타벅스에 감동해 버렸다. 평소에 메가커피, 빽다방만 즐겨 먹는 친구인데 이거 하나 보려고 상해와도 된다고 할 정도다.
텀블러도 다른 스타벅스 점에 비해 두 배는 비싸다. 하나에 한화 6만 원 정도로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가격인데, 친구는 무언가에 홀린 듯 텀블러를 구매하며 도파민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다. 도파민도 전염되는 거라고 나까지 지갑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스타벅스 구경 후에는 와이탄까지 또 한 시간을 걸어갔다. 감성이 항상 올바른 길만 인도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적당히 사람이 어느 정도 많으면 힙할 수 있는데, 이건 흡사 바다와도 같았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와이탄을 보려고 온 게 아니라 이 모습을 보려고 온 것 같았다.
사람 구경(?)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근처 지하철을 다 막아놔 다시 난징시루까지 한 시간을 걸어가야 했다. (너무 복잡해서 택시도 잡을 수 없다) 로컬의 분위기, 중국 대륙의 느낌이고 뭐고 세 시간부터는 발바닥이 아프고 햄스트링이 꿈틀거렸다. 가까스로 인산인해를 빠져나와 집 근처 양 꼬치 집으로 갔을 때는 이미 밤 10시 넘은 시간이었다. 밤 10시의 양 꼬치와 맥주 한 잔은 고된 하루를 풀어주는 정말 말 그대로 미쳐버리는 맛이다.
이렇게 1일 차 상해 여행을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혼자서 돌아다니며 하는 여행도 좋지만, 역시 좋은 것은 나누고 공유하는 게 최고의 행복인가 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이길 수 있는 건 단언컨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