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민 10년 차가 이야기하는 즐겁게 독일 겨울을 보내는 법
예수님이 겨울에 탄생하셔서 참 다행이다.
그의 피(?)로 만든 따뜻한 글뤼바인도 마시고, 여기저기 장식을 달아 빛을 밝히고, 성대하게 마을마다 시장을 열어 거리도 환해지니 덜 외롭고 말이다.
하지만 예수님이 진짜 12월에 태어났는가는 사실 불확실하다고 한다. 누가복음에 보면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 탄생에 대한 계시를 하는데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2장 8절)”라는 구절이 있다. 팔레스타인은 겨울밤에 꽤 쌀쌀해지니 밤에 양 떼를 밖에서 돌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탄생한 계절은 봄이나 가을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기독교, 천주교 외 다른 종교에서도 계절의 순환에 따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풍요에 대한 감사의 축제를 열기도 하니, 예수님의 생일을 12월 25일에 성대하게 축하하는 것은 이 지역의 전통과 겨울을 즐겁게 나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지혜가 합쳐진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크리스마스를, 전 24일 동안 하루씩 날짜를 세며 예수 탄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전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Adventskalendar(아드벤츠칼렌다)‘이다.
독일 겨울을 슬기롭게 보내는 법 (2)
“아드벤츠칼렌다”로 예수님 생일 카운트다운 하기
원래 아드벤츠칼렌다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말 그대로 날짜를 표시하거나, 대림절 주일에 하듯이 촛불을 밝히는 경건한 의식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 전통은 현대인들에 의해 매우 상업적으로 퇴색했다. 물론 그렇기에 더 즐거운 것이겠지만. 요즘 아드벤츠칼렌다는 문을 열어 내용물로 들어있는 선물을 확인하는 형태이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벽에 걸기도 하고 쉽게 밖에서 완제품을 사기도 한다. 초콜렛과 작은 선물이 들어있는 것이 가장 흔한 형태이고 최근 몇 년 사이 화장품, 향수, 완구, 차, 주류, 로또, 성인 용품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 선보였다.
해가 길어져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요즘 아드벤츠칼렌다 문을 하나 둘 여는 것은 길고 어두운 겨울날을 이겨내는 하나의 소확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