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그를 아십니까?
B: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A: 그…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사람 말입니다.
B: 아 그 사람이요!
A: 네.
B: 그 사람은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겁니까?
A: 그렇다고 하는군요.
B: 그럼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잠만 잔다는 말입니까?
A: 글쎄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해지는군요. 꿈속에서 생리적인 현상까지 해결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B: 허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꿈속에도 화장실이 있겠지요.
A: 꿈속에 화장실이 있다면 다른 공간도 있겠군요? 지금 이곳처럼 거실도 있고 부엌도, 방도 있을 거고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네요.
B: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외출도 가능하고요.
A: 그 사람은 어디로 외출을 간답니까?
B: 글쎄요. 그저 쏘다니지 않겠습니까.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사람이니 꿈속에서는 좀 움직이고 싶을 테니까요. 좀머 씨처럼 하루 종일 걸을지도 모르고요.
A: 꿈속에서는 무언가를 먹을 수 있을까요?
B: 저는 어제 꿈속에서 무언가를 먹었습니다. 커피도 마시고 통닭도 먹었어요.
A: 그렇다면 그 사람도 무언가를 먹었겠군요.
B: 아마도요.
A: 그 사람은 아직도 자고 있답니까?
B: 자고 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외출을 하고 있을 겁니다. 커피 한 잔을 사서 공원을 걷고 있을 겁니다. 배가 고프면 샌드위치도 하나 사 먹었을테고요.
A: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고 있는 게 아닌가요?
B: 우리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요. 자는 사람이지요. 가만히 천장을 향해 누워 목까지 이불을 덮고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사람이지요.
A: 그 사람은 잠을 자고, 외출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이군요.
그렇다면 그는 지금 어디에 있답니까?
B: 음, 그는 지금…
브런치 주간 연재 | 화요일의 초단편 소설
브런치를 통해 일주일에 한 편씩 초단편 소설과 함께 그림을 발행하는 개인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화요일 마다 한 편씩 업데이트됩니다.
목차
/ 배경에 속한 사람
/ 하루종일 잠만 자는 사람의 이야기
/ 여름 토스트
/ 붉은 꽃
/ 두더지
/ 고양이
*발행 순서는 상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