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을 읽고서
제인 오스틴 소설 <오만과 편견>은 18~19세기 영국 사회를 그려낸 소설이다. 상류층 계급에 속하는 빙리와 다아시, 그리고 나름 양반의 딸로 태어났지만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하는 베넷 집안의 다섯 딸들에 대한 이야기다.
베넷가의 주변 이웃들과 빙리, 다아시와 얽힌 사랑 이야기가 소설 속 대부분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처음 읽을 때는 “신데렐라 스토리”나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 같은 전형적 로맨스 요소들이 눈에 띄어 재미있다는 생각이 컸다. 책을 다 읽었을 땐 그저 재밌기만 했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니 이야기해볼 만한 여러 요소가 있었다.
1. 베넷가의 다섯 딸들을 통해 사랑을 어떻게 쟁취하는지에 대한 여러 여성상을 살펴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랑을 순수하게 믿는 제인,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과의 결혼을 끝끝내 성사시킨 엘리자베스, 가장 어리석고 치기어린 방법이지만 ‘사랑의 도피’를 통해 어쨌거나 ‘결혼’을 얻어낸 리디아까지.
내 나름대로 결혼관이나 인생관에 있어 원칙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다섯 딸 중에서는 엘리자베스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제인과 같은 사람이 늘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제인과 같이 사람의 좋은 점을 먼저 보는, 사람을 잘 믿는 그런 사람 말이다. 엘리자베스처럼 “세상은 이러이러해. 저 사람은 사실 저런 의도를 숨기고 있어”와 같이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아는 척을 하고 어떤 경우엔 그게 맞을 때도 있지만, 결국 제인과 같은 사람이 가진 따스함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결말을 품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2. 그 다음은 소설의 제목이자, 주제에 해당하는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을 읽고 느낀 가장 큰 생각은 1) 신분과 교양 수준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2) 사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오만과 편견이 있다는 것이다.
빙리의 누이들이 보여준 거만함과 어리석음은 교양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고, 반대로 다아시와 빙리의 계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베넷가를 도우며 품격을 드러낸 가디너 부부는 진정한 교양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교양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오만하다 단정지었던 것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해버린 적이 많았다. 오만과 편견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모든 인간이 가진 본성임을 깨닫게 된다. 중요한 건 선한 마음이다. 남의 이야기를 꼬아서 듣지 않고 의도를 숨기며 얘기하지 않는 제인과 같은 따스함 말이다.
3. 마지막으로, 그 시대 영국 사회의 여성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책 뒷부분에 제인 오스틴의 삶에 대한 짧은 글이 수록되어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생애와 18,19세기 영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읽어보니 그 시절 혼기를 놓친 노처녀들은 집안의 천덕 꾸러기가 되어 재산을 물려받은 남자 친척 집을 떠돌아가며 일을 돕거나, 가정 교사가 되어 사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베넷 부인이 딸들의 혼사에 집착했던 이유도 바로 이 현실 때문이다.
베넷가의 딸들은 결혼에 성공하며 해피 엔딩으로 소설이 끝났지만, 정작 제인 오스틴은 결혼하지 않으며 영국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으로 살았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소설이라는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고, 큰 돈을 벌지 못했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이는 엘리자베스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겠다”는 고집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강력한 파워를 가지게 되었으니 해피 엔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고집이 있지만 끈기는 부족하고, 남들을 편견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나는 투명하게 봐주길 원한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고민의 연속인, 이상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는 어불성설과 같은 삶,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현실엔 빙리도 다아시도 없다. 제인 오스틴처럼 끈기를 가지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할 뿐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Elaine How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