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제 막 50살이 되었어요. 다행히 무사히 용케 50년이나 살았습니다. 중년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나이, 50살.
50살의 50, 제 이름이 이오영, 오영이가 브런치 먹으면서 라디오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라디오 제목은 [502의 라디오브런치]라고 할 수밖에요. 어떠세요, 괜찮은가요? ㅎㅎ
[502의 라디오브런치] 편하게 들어주세요. 브런치 먹으며 라디오를 듣는 느낌도 좋고 아니면, 새벽에 야식 먹으며 듣는 라디오지만 나른한 햇살 아래서 브런치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좋고요. 버스의 라디오에서 어쩌다 들은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 라디오, 가벼운 브런치지만 풍성한 한 끼를 먹은 거 같은 그런 느낌의 [502의 라디오브런치] 면 좋겠어요.
중년 아줌마의 넋두리로 가득할 거면서 너무 욕심인가요? 하하하
라디오 진행은 처음이라 부족한 면도 많고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예상됩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502의 라디오브런치] 첫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빠밤!
오늘은 첫 방송이니 제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요즘 제가 가장 소망하는 것은 '독립'입니다.
큰 공간도 필요 없고 딱 15평 정도의, 보안이 안전한 저만의 집에서 살고 싶어요.
필요한 물건들만 딱딱 있고, 나만을 위한 음식을 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뭔가- 독신 여성의 심플 라이프를 살고 싶어요. 아주 가끔 전구를 갈아주러 남자 친구가 찾아와 주는 뭐 그런.
요즘은 왠지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보람도 없어지고 재미없어지고 있어요.
아마도 사회에서 받는 '인정'이나 '감사' 같은 리액션을 가족에게서 받지 못해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반찬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옷장 정리를 하고, 밥을 먹고, 또다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장을 보고, 설거지를 하고 반찬을 하고...... 그리고 또 반복되는 일상.
어떻게 보면 집은 저의 직장인 셈인데요, 가족이 집을 어지럽히면 마치 다른 사람이 제 직장에 와서 물건들을 흐트러뜨리거나 질서를 무너뜨리거나, 주변을 더럽게 한 걸 제가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 그런 상황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꽤 많이 지친 것 같아요. 말이 너무 어려웠나요? 쉽게 말하면,
“아유~~ 식구들 뒤치다꺼리 하는 게 싫증나 죽겠어요~~~~”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제가 갑이면 좋겠는데 을인 것도 좀 고달파진 것 같기도 해요. 신혼 때는 제가 갑이었던 거 같은데 말이죠. 저도 다른 직장인들처럼 퇴근이란 걸 해야 하는데 직장이 집이니 퇴근을... 어디로 해야 할지....
직장에서 집으로 퇴근하는 그 길, 그 시간이 사람에게 정신적 여유를 갖게 하는 시간이라고 해요. 그리고 출근하기 위해 자신을 준비하는(꾸미게 되는) 그 시간도 그렇고요.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겠죠. 정신적 여유는커녕 직장인들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일 수도 있고, 교통체증이나 지옥철, 만원 버스 같은 고통에 매일 시달리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말이죠. 저도 20대에는 그런 시간을 겪긴 했어요. 정말 죽을 맛이었고 지금 하라면, 절대 안 합니다!
그저 정신적 여유가 조금 필요하달까요. 그렇다고 제가 집에서 여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유가 있어봤자- 직장이잖아요. 집이 직장...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구속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정말 저만의 공간에서 저의 색깔대로 제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꿈이 자꾸자꾸 커지고 간절해지고 있어요. 다른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곳에서 아기자기하게, 미니미니하게, 나의 컬렉션들을 진열하고, 하늘색 빛이 가득한 방에서 소주칵테일 마시며 밤샘 작업을 한 뒤 새벽이 떠오를 때 잠을 청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차선책도 생각해 놨습니다.
'제주도에서 6개월 살기'나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그것도 아니면 '혼자 유럽 여행하기'
그저 조금 혼자 있고 싶어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외롭겠죠. 가족이 그리워지겠죠. 그럴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독립을 꿈꿉니다.
결국 저는, 제가 꿈꾸는 독립은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인가 봅니다....
한 달 전쯤에 남편에게 독립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고요.
(지이잉~~~)
타이밍 끝내주네요. 남편에게서 지금 들어온다고 문자가 왔어요. 밥 안 먹고 들어온다니 남편의 밥을 챙기러 가야겠어요.
엇!
참나..... 어느새 저절로 집사 모드가 됐어요. 몸에 슬픈 근성이 배었나 봐요.
꿈은 꿈일 뿐이라죠? 그러니까, 꿈이니까 계속 바라고 꿔도 되는 거잖아요. 그럴래요.
“언젠가 꼭 이뤄지리라- 나의 독립의 꿈!”
오늘 첫 방송이라 많이 떨렸어요. 시작하기 전에 두근거리기도 했고요.
그래도 제의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방송을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502의 라디오브런치]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