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요. 살이 끈적거리다 못해 따갑거리기까지 하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저는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더위 극복 수단으로 선풍기와 아이스팩을 끼고 있어요. 앞으로 10월 중순까지는 아이스팩을 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더운 날에는 하루에 세 번은 샤워해야 잠깐이나마 개운한데 머리 말리는 게 너무 귀찮아요. 제 머리카락이 조금 길거든요. 명치까지 내려오는 길이라서 머리 말리는데 최소한 10분은 걸리고 머리 감을 때는 목도 엄청 아파요.
여러분은 미용실, 요즘은 헤어숍이라고 해야 하나요? 미용실이 입에 붙어서 저는 미용실이라고 할게요.
여러분은 미용실을 얼마 만에 가세요? 2개월마다 가시고, 3개월, 6개월에 한 번 가신다고 하시네요. 머리가 짧으신 분들은 자주 가야 한대요. 아무래도 머리가 자라는 것이 티가 많이 나니까 자주 다듬어야겠지요. 아무리 못 가도 6개월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가시겠죠? 저는요~ 미용실에 안 간지 5년이 훌쩍 넘은 것 같아요. 미용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여러 개 가지고 있거든요. 직장에 다닐 때는 명동이나 종로에서 머리를 다듬었어요. 명동 '박준 미장'에서 머리 자르고 종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 다듬으면 종로 디자이너분이,
"먼저 머리 만져주신 디자이너분이 솜씨가 굉장히 좋으시네요~."
라면서 서로 실력을 알아보는 게 신기한 때가 있었어요. 실력자에게 머리를 했다 싶어서 기분도 좋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서는 머리 염색을 정말 자주 했어요. 노랗게, 붉게, 때로는 초록으로도 하기도 하고요. 머리 색이 다르면 제가 다른 사람이 된 듯하고 기분전환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머릿결이 당연히 많이 상했죠. 그래도 머리끝이 갈라지거나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씀돠. 머리를 자르러 좋은 미용실을 갔었드랬씀돠. 을지로에 있는 미용실이었는데 의자에 앉자 곧 디자이너분이 오셨씀돠. 머리를 들었다 놨다, 잡아보기도 하고 털어보기도 하고 나서 묻더군요.
"손님, 어떻게 커트하시겠어요?"
"기를 거라서요, 층 좀 내서 다듬어 주세요."
"염색을 너무 많이 하셨네요. 머릿결이 돼지털 같아요."
돼지털이라니.... 기분이 조금 상했지요. 하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그랬지요. 내 뒤에서 내 머리에 가위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아유~ 손님 머리 커트하다가 가위가 망가지겠어요."
저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머리를 자르는 내내 그 미용사가 말을 걸어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농담을 한 거였을 텐데 정말 기분이 나빴거든요. 항의를 할까도 생각해 봤어요. 돈도 내고 싶지 않았고요. 하지만 그냥 돈 내고 나왔어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소소한 복수를 했다고 쳤어요. 애초에 가위가 망가지겠다고 했을 때 일어나서 나왔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못 맞춘 거죠. 그분은 아마 그날 뭔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할래요. 그게 아니라면 그분은 가위질 접어야 합니다.
그날 이후로 미용실에 가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어요. 일종의 트라우마라고나 할까요?
미용실에서 한 머리가 마음에 들어서 나오는 경우는 그다지 없었고, 어떤 때는 머리에 빗질하는 게 정말 아플 때가 있었어요. 빗을 두피에 콱 박아서 빗어내리는 느낌이랄까요? 크~ 아파요.
머리에 분무기로 물 뿌릴 때 귀에 들어가서 기분 나빴던 적도 있고, 머리 자르러 갔는데 머리 상했다면서 영양제 권하거나 다른 시술을 권하거나 해서 거절하면 괜히 손길이 거칠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뿌리 염색해야 할 때는 어김없이 염색 권하고, 집에서 한다고 말하면 요즘은 다 집에서 한다면서 대놓고 다른 사람 욕하듯이 말하는 게 정말 듣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동네 미용실로 갈아타고 몇 번 갔는데, 어유~~ 얘기를 하는 건지 머리를 자르는 건지 옆사람과 수다 떨면서 한 눈 팔면서 머리를 자르는데 저는 그 40여분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1년에 한 번, 2년에 한 번으로 미용실 가는 횟수가 줄어 갔어요. 오랜만에 미용실을 가게 되면 미용사에게 빗질은 조금만 살살해달라고, 두피가 약해서 염색은 그만하려고 한다고, 가위 공포증이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머리를 맡겼어요. 내 돈 주고 내 머리 자르는데 이렇게 불안하고 불쾌해야 하는 건지 조금 싫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물론 헤어디자이너분들 힘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비위도 맞춰야 하고 약품에 손도 상하고 월급도 적고 직원들 사이에 알력 같은 것도 있고.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꼭 예의 없는 몇몇 분들이 다른 미용사분들을 욕 먹이는 게 - 그게 참 많이 아쉽죠, 뭐. 그쵸? 열심히 사시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에요.
좋은 기억도 있긴 있습니다.
동네 미용실이었어요. 미용사분 혼자 하시는 미용실이었죠. 그분이 머리를 잘라주셨는데 드라이하는 방법이나, 머리 염색하고 나서 관리하는 방법, 빗질하는 방법,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셨어요. 다정하고 차분하고 겸손한 어조로요. 해주신 헤어 스타일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예뻐 보일 정도였어요. 나중에 음료수라도 사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두 달쯤 뒤에 머리 하러 그 미용실을 다시 갔는데,
"문 닫았어요~~~ 없어져 버렸어요~~~. 돌아와요, 선생닝~~~!!"
한 때 아토피가 심해진 적이 있었어요. 커트하러 갔다가 목 뒤에 피부병 보이면 혐오스러워할 것 같아서 한 3년 못 갔죠. 그리고 5년 전 미용실 간 것을 끝으로 지금은 스스로 머리를 다듬고 있어요. 머리가 기니까 그냥 하나로 묶거나 똥머리 하는 게 편해요. 근데 무거워요. 그래서 숫을 좀 치고 싶은데.... 이게 뒷머리 숫 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흰머리가 20센티 넘게 자랐고, 머리는 옥수수수염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더 미용실 가기가 좀 그렇긴 한데 요즘은 자꾸 미용실에 눈이 가네요. 미용실에 가서 전문가의 손길을 다듬다듬 받고 싶어요.
네일아트 자주 하시는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고생한 손과 손톱이 누군가에게 가꾸어지고 나면 기분전환이 된대요. 저도 그래 보고 싶어요. 예전의 좋았던 기억처럼 말이죠.
제겐 아직도 미용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단골로 다닐 수 있는 미용실과 친절한 미용사님을 만나고 싶어요.
시골로 노인분들 커트 봉사하시는 이발사 분과 파마 봉사하시는 미용사분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이셔요. 그렇게 좋은 일 하시는 훌륭한 분들 얼굴에 먹칠하는 몇몇 불친절한 미용사분들은 가위를 꼭 접으시길 바라며, 저도 용기 내어! 미용실 가기 도전해 보겠습니다.
[502의 라디오브런치]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할게요.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