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에서 나온 민달팽이다. 양배추와 소시지를 양 옆에 두고 어디로 가나 봤는데 소시지 껍질로 갔다. 이녀석을 양배추 쪼가리에 붙여 두었는데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달팽이 말고도 배추에서는 징귀여운 토동한 초록 배추벌레가 나오기도 하고 얼갈이나 열무 같은데서는 더럽게 징그러운 시꺼먼 벌레가 나올 때도 있다. 마늘을 접으로 사 왔을 때는 집게벌레가 나온 적도 있고 심지어는 바퀴벌레가 나온 적도 있다. 그래서 다듬어지지 않은 다발 채소를 사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번에 갓김치를 무척 좋아하는 남의편이 우겨서 갓과 얼갈이를 사게 됐다. 남의편이 다듬고 김치 버무리고 우거지 만들고 후다닥 해치웠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려고 고무장갑을 집어 드는데 장갑에 무언가 붙어 있어서 자세히 보니 달팽이였다. 살아있는. 남의편이 아까 갓을 다듬을 때 달팽이가 나와서 싱크대에 버렸다고 한다. 그게 기어 올라와 고무장갑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남의편이 다시 떼어서 싱크대 하수구에 버렸다.
밖에 화단에 놔줄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은 10초 정도였다.
이틀이 지났다. 싱크대 하수구를 비우고 청소하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뚜껑에 달팽이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아... 깜놀...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심지어 분신술인지 두 마리씩이나...
얘들을 어쩔까... 생각 중이다.
살려준답시고 화단에 놔주면 개미 밥이 되는 건 기정사실이다. 죽겠지 하면서 하수구에 버렸던 놈인데 살아 돌아온 놈을 또다시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마음이 좀 켕긴다. 직접 죽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기를 수는 더더욱 없다.
어릴 때 집에서 김장할 때 나온 제법 큰 달팽이를 상추를 줘가면서 키운 적이 있었는데 똥도 엄청 싸고 냄새도 살짝 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죽어 버렸고 난 충격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달팽이 요리 못 먹는다.
암튼 이놈들 이름을 지어줬다. 갓김치에서 나와 싱크대 하수구에서 발견됐다 하여 갓수구와 갓싱크로. 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