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엄마의 음식이다. 엄마의 음식 솜씨가 좋다는 것은 자식에게는 큰 축복이다. 엄마가 만든 음식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밖에서 먹는 음식이 입맛과 허기를 채울 수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허기진 영혼과 마음까지 채우기는 불가능하다. 그것을 채우는 것은 엄마의 밥상밖에 없다. 1년 365일 엄마는 삼시세끼 여섯인분의 밥상을 꼬박 차리셨다. 간혹 화가 난 아빠에게 뒤집어지기도 했던 밥상은 아직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생이란 전쟁터에서 모든 게 소진된 채 돌아온 자식들에게 다시 싸울 힘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엄마의 밥상은 영혼을 살리는 밥상이다.
고구마순을 넣은 생선조림
어떤 생선이라도 좋다. 민물도 좋고 바다에서 나온 것들도 좋다. 거기에 고구마순과 양념, 엄마의 손맛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고구마순과 생선과 양념의 삼박자가 완벽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반찬이 된다. 고구마순을 이렇게 한 번에 많이 먹게 될지는 몰랐다. 적어도 세 번은 갖다 먹어야 한다. 밥은 고봉밥으로 두 번은 먹어야 먹어야 한다. 객지에선 좀처럼 먹을 수 없기에 나는 도토리를 저장하는 다람쥐처럼 고구마순을 입으로 꾸역꾸역 가져간다. 엄마의 사랑을 저장한다.
꽃게탕
군산에 사는 이모 덕분인지 어릴 때부터 해산물을 많이 접했다. 꽃게, 주꾸미, 대하, 소라! 그래서 꽃게탕도 자주 먹었다. 나는 꽃게탕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꽃게탕의 정석은 엄마의 꽃게탕이다. 한 번도 돈 주고 사 먹은 적이 없다. 분명 엄마의 꽃게탕보다 맛이 못할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돈 만주고 입만 맛 버릴 것이다. 그 돈이면 꽃게를 사서 엄마에게 끊여 달라고 부탁하겠다. 호박이 어우러진 엄마의 꽃게탕은 국물은 시원하고 칼칼하고 달달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적인 맛이다. 게살은 발라 먹기 힘들지만 뒷다리 살은 실하다. 꽃게탕은 맛있다.
-꽃게탕 레시피
재료: 꽃게, 둥근 호박, 멸치, 다시다, 다진 마늘, 파, 양파, 청양고추 조금, 홍고추 조금
①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든다
②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 낸 육수에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③ 손질한 꽃게를 넣고 간을 맞춘다. 다시다도 조금 넣는다. 야채 넣는 것을 고려해 살짝 강하게 간한다.
④ 한소끔 끊은 뒤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고 조금 끓이다 마지막으로 호박과 파를 넣고 살짝 데치듯 끓이고 불을 내린다. 꽃게탕 끝!
여기서 핵심은 호박을 가장 마지막에 넣고 살짝 데치는 끓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꽃게 호박죽이 된다. 왕새우는 있으면 넣고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나는 둘 다 좋아한다. 그리고 꽃게탕에 된장이나 고추장은 넣지 말자. 물론 그 맛을 좋아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 같은 경우는 상상만으로도 싫다.
엄마는 꽃게탕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항상 여분의 꽃게를 냉동실에 준비해 두신다. 그래서 나는 고향에 내려가면 거의 항상 꽃게탕을 먹을 수 있다. 이제는 엄마의 꽃게탕을 딸들과 함께 즐긴다.
엄마의 가지나물
가지는 엄마 텃밭의 필수 작물이다. 옛날에는 냄비로 밥을 지었고 밥을 뜸 들일 때 가지를 넣어 쪘다. 그래서 보라색으로 물든 밥을 종종 먹었다. 가지나물은 얼마나 가지를 알맞게 찌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너무 찌면 흐물흐물하고 너무 덜 찌면 가지의 아린 맛이 나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가지나물을 싫어했었다. 가지는 어른의 맛이었다. 지금 어른이 되어 먹는 가지나물은 너무 맛있다. 밥에 넣고 비벼먹어도 맛있고. 하얀 쌀밥 한 숟갈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알맞게 찐 가지나물을 먹기 좋게 쭉쭉 찢은 다음 고춧가루, 마늘, 들기름, 양파도 넣고 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레시피는 잘 모른다. 이래서 엄마의 레시피를 정리해서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든다. 민간요법으로 가지는 동상 치료에도 사용된다. 어릴 때 나는 발에 동상이 걸린 적이 있다. 엄마는 겨울철 차가운 바람에 말라버린 가지대를 가마솥에 삶았다. 그리고 나는 그 물에 발을 담갔다. 가지대 우린 물의 효과인 건지 동상의 상태가 완화되었다. 신비한 보라색의 가지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고 이렇게 치료도 해주는 여러 모로로 유용한 채소이다.
엄마의 식탁에 꾸준하게 오르고 있는 가지가 나는 좋다.
엄마의 계란탕
계란탕은 어릴 때는 딸들을 위한 반찬이었지만 지금은 손주들을 위한 것이 되었다. 나는 가끔 애들을 위해 계란탕을 만들면서 외할머니의 그것처럼 잘 먹어 줄 것을 기대하지만 나의 계란탕은 인기가 없다. 맨날 타거나 간이 안 맞거나 뭔가 이상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계란탕은 쉬운 것 같지만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다. 손주들은 엄마의 계란탕을 게눈 감추듯 먹는데 내가 숟가락 디밀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숟가락을 뻗다가는 딸내미의 노려봄을 당할 수 있다. '왜 그래 우리 엄마가 만든 거 딸이 먹겠다는데!' 하며 기어코 한 숟갈 뜬다. 엄마의 계란탕은 어릴 적 먹던 그 맛 그대로이다.
외할머니의 된장국
우리 딸이 좋아하는 엄마의 음식은 '외할머니의 된장국'이다. 시골에 내려간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른다. 다른 된장국은 그 맛이 안나는 가 보다. 꼭 집어'외할머니의 된장국'이라 말하는데 이제 그 말은 우리 집에선 고유명사가 되었다. '딸, 너는 만약에 외할머니가 떠나도 그 맛 기억하겠구나!' 엄마의 음식은 이렇게 대를 이어 손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에게는 매일 먹던 그 맛이 딸에게는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니! 어릴 때 나는 음식 투정을 많이 했었다. 눈으로 반찬을 대충 훑어보고선 "안 먹어!" 하며 응석을 부렸다. 그러나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숟가락을 떴었는데 그런 때는 평소보다 밥을 더 먹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앞서 말했듯 나는 엄마의 레시피를 정리하고 싶다. 글로 써두면 엄마의 음식 맛을 좀 더 오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엄마의 음식이 그랬듯 나의 음식이 나의 딸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음식에는 그런 힘이 있다.
'엄마 그동안 고마워! 밥 해주느라 고생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