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영 Mar 03. 2024

포항에도 주상절리가 있다?

가볍게 떠나는 과학 여행 : 01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

오랫동안 생각만 했었다. 여기저기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녀 보자는 생각. 그러다 첫 여행(답사)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정해진 날짜를 며칠 앞두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2월 말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폭설이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도 세상은 하얀색 이었다. 과연 가서 내가 보려는 것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을 가득 안고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포항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눈 쌓인 풍경

남쪽으로 달리다 보니 주변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항에 도착했을 때는 눈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마음먹고 떠난 첫 번째 여행이 헛걸음이 아니게 되었으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첫 번째로 찾은 곳은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있는 '달전리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학창 시절에 배우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제법 유명한 주상절리 명소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제주도 중문에 있는 주상절리대다. 제주 여행을 할 때면 대부분 들르는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상절리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탄강 유역이나, 경주의 바닷가 등에서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곳 포항 달전리에도 주상절리가 있다. 


달전리 주상절리를 안내하는 표지판. 뒤쪽으로 달전리 주상절리의 일부가 보인다.


'세계지질공원'이라는 것이 있다. 1990년대부터 지질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지질학자들과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가 협력하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가 되었다. 2023년 5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 48개국 195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지질공원으로 제주, 청송, 한탄강 등 5곳이 지정되어 있다.


세계지질공원과 같은 취지로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국가지질공원'도 있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인증한 공원'을 뜻한다. 현재 국가지질공원으로 15곳이 지정되어 있으며, 이곳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는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달전리 주상절리의 전체적인 모습. 과거 채굴장으로 사용되다 발견된 주상절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는 높이 20미터, 너비 약 100미터의 규모를 가진 주상절리다. 원래 이곳에는 채굴장이 있었으나, 현재는 주상절리가 발견되면서 지질 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1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가치 있는 지질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은 별로 없는 숨겨진 장소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 훼손되는 일은 없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상절리의 '주'자는 기둥을 뜻한다. 현무암과 같이 용암이 분출하여 만들어지는 화산암에서 형성되는 육각기둥 모양의 구조를 주상절리라고 한다. 용암이 분출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동안 식어 암석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 용암이 흐르면 공기나 땅과 닿아있는 부분부터 식는다. 그리고 용암 안쪽도 점차 식어가면서 암석으로 변하게 된다. 액체인 용암이 고체인 암석으로 바뀌면 부피가 줄어들어 수축이 일어난다. 수축이 일어날 때, 먼저 식은 위와 아래의 균열이 내부로 전파되면서 육각기둥 모양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주 깊은 땅속에서 형성되는 화강암과 같은 심성암에서는 주상절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성암의 경우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아주 천천히 식기 때문에 균열 없이 덩어리 전체가 모양을 유지하며 수축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달전리 주상절리에는 세로로 발달한 주상절리를 확인할 수 있다.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 말(약 200만 년 전)에 분출된 용암이 흐르면서 만든 구조다. 암석은 현무암이다. 제주의 중문 주상절리대가 신생대 제4기(약 25~14만년 전) 현무암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중문 주상절리대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달전리 주상절리를 조금 확대해서 보면 세로로 발달해 있는 주상절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세로로 발달한 주상절리는 용암이 수평으로 흐르면서 만들어진다. 공기와 닿은 용암 위쪽과 바닥과 닿은 용암 아래쪽이 먼저 식고 곧이어 용암의 안쪽도 식어가는데, 이때 위와 아래에서 만들어진 균열이 용암의 안쪽으로 전파되고 결국 두 균열이 맞닿으면서 주상절리가 완성된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약 200만 년 전에 이곳에 용암의 분출이 있었고 용암이 흘러 암석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포항에도 주상절리가 있다. 만약 포항이나 이곳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와보면 어떨까? 근처에 살지 않아도 혹시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한번 쯤 들러보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한반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잠깐의 순간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zZ2R55J0EyI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