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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Mar 10. 2024

내가 직접 찾은 화석!

가볍게 떠나는 과학 여행 : 02 두호동, 여남동 화석산지

  화석을 직접 발굴하려면 일단 퇴적암이 표면에 노출된 곳에 가야 한다. 그런 곳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퇴적암이 지표면에 드러난 지역이 그리 넓지 않다. 거기다가 아무리 주변이 퇴적암 지대라 해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 많은 요즘, 화석을 직접 발굴해 보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기회를 얻고자 마음먹는다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화석이 산출되는 화석산지가 여러 곳에 있다. 이번에 둘러볼 곳은 그런 화석산지 중의 곳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과 환호동이 만나는 해변 도로. 좌측 산이 신생대 화석이 산출되는 두호동 화석산지이다. 낙석 방지 공사가 진행되어 사면에 노출된 암석을 보기 힘들어졌다.


  포항 지역에는 지역에서만 있는 퇴적암층이 존재한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 환호동, 여남동 지역에 분포하는 지층인 '두호층'이 바로 그것이다. 두호층은 신생대에 형성된 퇴적암으로 주로 이암이다. 이암은 퇴적암 중에서 진흙과 같이 아주 작은 크기의 입자가 쌓여 만들어진 암석이다.(자갈이 쌓여 만들어진 역암이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암과는 다르다) 이암을 구성하는 퇴적물이 쌓일 때, 사이에 들어간 나뭇잎, 게, 불가사리 등의 화석이 산출된다. 

  조금 안타까운 점은 두호동 화석산지의 경우 경북동해안지질공원에 포함된 지질명소임에도 불구하고 표지판 하나만 쓸쓸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두호층을 구성하는 이암층은 풍화에 상당히 약하다. 이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예전에 드러나 있던 암석층은 낙석방지를 이유로 다른 구조물로 덮여져 있다. 중요한 화석산지가 사라진 것이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호동 화석산지 설명 표지판


  두호동 화석산지 뒤쪽의 산은 현재 '환호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마음먹고 산을 올라 공원을 돌아보며 주변을 살펴보면 화석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두호동 화석산지 표지판 주변에서는 이암층조차 확인하기 어려워 안타까웠다. 지질명소인 이곳을 설명하는 표지판만 녹이 슨 채 쓸쓸히 서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조금만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실제 이암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여남동 화석산지'이다.

여남동에 위치한 '포항해상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해안 산책로, 산책로 위쪽에 황토색으로 드러난 암석층이 바로 화석이 산출되는 '두호층'이다.


  여남동 화석산지는 두호동 화석산지에서 북동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포항해상스카이워크라는 바다 위에 만들어진 구조물이 있다. 이 해상스카이워크에서 해안 산책로를 바라보면 황토색으로 드러나 있는 암석들이 보이는데 이 암석층이 바로 이암으로 구성된 '두호층'이다. 산책로를 걸으며 암석층을 자세히 살펴보면 풍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남동 화석산지에서 볼 수 있는 이암층. 이곳 역시 풍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이곳에도 화석산지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화석산지에 도착했다고 기쁜 마음에 산 사면을 마음대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암석이 부서지고 무너질 수 있으므로 조성된 산책로와 나무 계단을 제외한 산 사면을 올라가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는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화석학자들도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산책로 쪽으로 굴러 떨어져 있는 이암 돌맹이들에서 발견한 화석.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면 산책로까지 떨어져 내려와 있는 이암 조각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 돌멩이들 사이에도 화석이 존재한다. 필자는 이곳에서 2~3분 정도 돌멩이들을 뒤적였다. 완벽한 모양의 나뭇잎 화석이 목표였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화석으로 보이는 흔적을 여러 개 발견했다. 앞서 말했듯 두호층은 신생대에 형성된 퇴적암이다. 신생대라고 하니 가까운 과거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천만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층이다. 지금부터 천만년 전에 존재하던 생물의 흔적을 직접 살펴보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곳에서 그런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안전'과 '보존'이다.



두호동, 여남동 화석산지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rQ03Cw67y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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