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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희 Aug 24. 2020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 II

일상의 작은 일들을 소중히 여기자


주변에 보면 나이가 들면 일상의 가사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을 넘어, 건강과 시간이 허락하는데도 일부러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노년에도 건강하고 의욕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점이다.
 
요리 라든지 김치 담그기 등은 사소한 일로 보이지만 사실은 오랜 기간의 습득 기간과 경험이 필요한 일로서 두뇌와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창의성도 필요한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일은 일단 그만두면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우므로 정말 그만 둘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줄어들고 만나는 사람이나 횟수도 줄어들므로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최대한 유지해나가는 것도 노년의 건강 비법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어머니의 경우, 90이 넘은 나이에도 반찬 만들기부터, 김치도 직접 담그고, 철마다 고추장이나 계절 저장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아직 이 나이에도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외에 무료한 시간을 즐겁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든다. 힘은 들지라도 무리하지 않고, 힘들면 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런 힘든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나, 편하게 대접받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랫동안 해오던 일에 대해 애정을 갖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편이다.
 

두뇌를 써야 한다 –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좋은 자극을 받자

중국의 저명한 고문자 학자, 역사학자 98 세로 타계한 지셴린은 고희를 지나 문화혁명으로 홍위병들에 의해 갇혀 지낸 10년 동안 200만 자가 넘는 인도 대서사시 ‘라마야나’를 번역했다
 
그는 ‘꿈꾸고 일어난듯한데 여든이 되어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후에 그는 제2의 집필 전성기를 누리고 또 여든에서 아흔이 되는 10년 동안 그의 일생 중 가장 긴 80만 자에 이르는 唐史(당사)를 쓴다 -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눈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도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고 한다. 그 후엔 집으로 일터를 옮겨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토하라 방언으로 된 ‘미륵 회견기“의 번역본을 독일에서 출판했다. 그는 장수의 비결로 두뇌활동을 1순위로 꼽았다.
 
학자도, 석학도 아니므로 보통 사람인 우리는 꼭 어렵고 두꺼운 책을 볼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쉽고 편하고 재미있는 책이면 된다. 잡지는 재미있고 보기도 쉽지만 정보의 질도 좋은 책이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보다 보면 세상사의 거의 모든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정보의 보고다. 그림책이나 만화책도 성인을 위한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룬 것이 많이 나와 있다 - 역사나 요리, 여행, 취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만화를 함께 보던 즐거운 추억이 있어서 지금도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즐겨보곤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늙어가기
 
허세를 부리지 말자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자.  기시미 이치로라는 일본 작가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그의 책에서 “‘행복해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싫어하든 말든, 인정을 해주든 말든 마음에 두지 않는다.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기대에 따라 살 것인가? 내 인생을 내가 살자!”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이 나의 삶의 의미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남의 손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패와 불운에는 누구나 기가 죽는다. 그럴 때 허세를 부리기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초라 해도 좋다고 생각하자.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너무 멋있게 보이려고 하지 말자. 편안하고 자족하는 생활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시켜준다.
 
건강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래 살수록 아픈 곳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치료할 수 있는 병은 치료하되, 노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통증은 현명하게 관리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늙음과 가난을 탄식하지 말고, 죽음에 연연하지 말자. 세상과 벽을 쌓지 말고, 순리에 따르자.
 
젊은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연장자가 되어주자. 말을 아끼고 나이로 유세를 하지 말자. 무용담으로 허송세월을 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받아들여 사고가 경직되는 것을 막자. 자신이 가진 것을 너무 내세우지 말자 난득호도(難得糊塗)재물이 많고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이를 감추고 자신을 낮춰 어리석은 듯 행동하는  노년의 미덕이다.
 
할 말은 하자,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그러나 지나치게 나서지는 말자. 뒤에서 남의 얘기를 하지 말자. 수군거리지 말자. 남의 잘못에는 침묵하자. 남의 실수나 잘못을 눈감아주는 것은 남모르는 작은 선행에 속한다. 젊은 시절에는 하기 힘든 노년의 덕이다. 뒤에서 하는 남의 말은 좋은 말만 하자. 꼭 하고 싶으면 혼자 있을 때 하면 된다. “‘험담’만 안 해도 천국에 갈 수 있다”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다.
 
웃을 일이 있으면 웃자 - 감정표현은 넉넉히
기꺼이, 환하게, 소리 내어 웃자. 입술만 살짝 움직이는 우아한 미소도 아름답지만, 소리 내어 웃는 웃음은 듣는 사람에게 또 다른 유쾌함을 선사한다. 전염성도 더 강하다. 웃음요법으로 불임을 고친 사례도 있고, 펑펑 울고 나서 심장병이 좋아진 사람도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인에게만 있다는 ‘화병‘은 자유로운 의사표시, 감정표현이 어려운 우리의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우리는 잘 울지 않는다. 감정이 딱딱해진 면도 있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슬픔과 분노에도 감정을 냉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 온 사회분위기 탓이다. 그러나 한번 펑펑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가슴속에 있던 노폐물들이 씻겨 내려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평범한 인간이다.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울자. 체면이 조금 깎인 들, 마음에 화가 쌓이는 것보다 백배 낫다.   
 
너무 인색하지 말자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경우 정기적 수입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게 되므로 소비생활을 자제하게 되고 사실상 무언가를 사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그러나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가끔은 쇼핑도 하고 자신에게 새롭고, 즐거움을 주는 소비에도 인색하지 말자. 주위에서 보면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도 나이가 들면 소비생활을 극도로 자제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절제가 미덕 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즐겁게 하는 작은 사치나 쇼핑을 즐기며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 년에 한두 번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든지 다소 비싸더라도 특이하고 아름다운 호텔에서 묵는 일정이 들어있는 짧은 여행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그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오래전에 책에서 읽은 일화인데, 우리나라 문단의 한 저명한 여류문인은 모임이 있을 때면 그 음식점이나 찻집의 종업원에게 꼭 만 원짜리 지폐를 남모르게 쥐어 준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 몇 사람만 알고 있는 그의 겸손하면서도 후덕한 마음씨를 누군가가 따뜻한 글로 담았었다.
 
후덕 함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난한 집의 맏딸로 자라서 내 집안사람들에게는 나름 베푸는 편이었으나 밖에서는 그렇지가 못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다 쓰고 죽자’는 어떤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생각해보니, 부자는 아니지만 다 쓰고 죽으려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조금은 베풀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 쓰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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