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희 Dec 15. 2021

100세 수영

나는 100세까지 수영하고 싶다

얼마 전부터 수영강습을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몸이 너무 불어나 할 수 있는 운동이 별로 없는 데다 수영이 의외로 안전하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 젊어 한 때는 수영에 푹 빠진 적도 있었는데 일이 바빠져 새벽에 수영을 하고 출근하는 것이 버거워지면서 멀어졌었다.


다시 물속에 들어서니 젊었던 날, 물과의 기억이 소환되고 다시 빠져들고 있다. 난 사실 운동도 책부터 보고 배우는 스타일이다. 학구적이어서 가 아니라, 몸치라 몸으로는 학습이 느리기 때문에 몸과 이론 쌍방향 수업이 필요해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보다 배우는 데 2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한 번 배우면 오래간다 할까, 그런 것 같다. 물론 자전거와 수영은 한 번 배우면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유형, 평형, 배형 등을 바꾸어 가면서 유유히 물속에서 놀다 보면 마음은 어릴 적으로 돌아간다. 중학교 때 학교산이 있어서 여름방학에 '산간학교'라는 것이 있었다. 커다란 수영장( 25M?)이 있어서 처음으로 수영을 배웠는데, 몸치 라 결국 못 배우고 말았었다.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선생님이 결국 '넌 안 되겠다' 했었다. 수영이 배우고 싶어서 한 때는 학교의 ‘조정 반’을 따라간 적도 있었다. 한강에서 물살을 가르며 노를 젓는 것이 좋아 계속하고 싶었는데, 고입시험이 코 앞에 닥치면서 그만두게 된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콕스’여서 키를 잡는 역할이라 노는 다른 애들이 젓고 나는 키만 잡고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는 포지션이었는데, 그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키를 잡으니 물살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 후로는 물과 인연이 없다가 직장이 좀 한가해지면서 취미생활로 집 옆의 수영장에서 정식으로 배웠다.


나는 영법마다 나 만의 테마 곡이 있다, 그 평형의 템포에 맞는. 자유형의 경우, 나는 3박자 스타일이라 쿵 작작 리듬에 맞추어 헤엄을 친다. 배형의 경우는 노래보다는 노를 젓는 느낌으로 한다. 평형은 에델바이스이다. 이 에델바이스는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있는 리듬이다. 박자를 적당하게 맞춰서 부르면(속으로) 많은 곳에 활용할 수 있다. 한 때는 골프 스윙할 때도 써먹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리듬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웃었었다. 골프 스윙에서 잘 안 되는 것이 ‘피니쉬’인데 백스윙에서는 에델~ ‘피니쉬’는 바이스~~를 길게 하면 잘된다. 머리가 허연 친구들이 넌 뭘로 해?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기도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웃은 적이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접영이지만(일단 멋있다-잘하는 사람이 하면) 체력 저하로 지금은 거의 못하고, 남하는 것 보면서 대리 만족하고 있다. 같은 레인의 (실버레인이다) 할머니들은 수영을 거의 20년 이상 하신 분들이 많아 거의 물개 수준이다. 한 분은 잠수로 25M 끝까지 간다. 나도 조금씩 연습해서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접영도 조금씩 시작하고 잠수 거리도 늘리고, 20바퀴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수영장에 가면 여러 할머니들을 만나는데 (나도 할머니다,) 얼굴이 많이 익숙한데 누구인지는 모르는 동네 주민들이다. 30-40년 전부터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라 한동안 이곳을 떠나 있었던 나는 알고 있었던 그들의 젊은 시절의 얼굴과 지금의 모습이 30프로 정도만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프런트에서 키를 받는데, 옆의 분에게 여기 지역에 사세요? 하고 묻는다. 아니, 내가 여기서 53년을 살았는데~하는 답이 들리길래 보니 낯이 아주 조금 익다. 지역주민과 65세 이상은 반값 할인이다. 수영이 끝나고, 탈의실에서 다시 그 할머니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은 다른 수영장에는 90살 할머니도 오신다는 것. 어떤 수영장에는 100살 할머니도 있다는 설이 있다고.  

100세 시대이지만 100세 수영은 정말 누구나 부러울 일이다. 우리 어머니가 95세 이어서인지,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다. 특히 노동 가능, 운동 가능, 가사 가능 한계 연령에 대해 관심이 많다. 몇 살에 죽느냐 보다 몇 살까지 일할 수 있고, 일상의 취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더 활동 가능시간을 늘릴 수 있는지,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지 등, 물론 개인적 관심이지만 흥미를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가사를 손수 할 뿐만 아니라, 올해도 김장을 자기가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듯하다. 못하겠다고 해서 이번엔 내가 해보리라 벼르고 있는데.


내가 아는 최고령은 우리 레인에서 하시는 분인데 83세이고 19번 돌면 가신다, 거의 쉬지 않고 계속 도신다. 나는 한번 돌고 쉬고 하면서, 구경을 주로 한다. 구경을 하다 보면, 나처럼 쉬엄쉬엄한 사람, 계속 천천히 쉬지 않고 도는 사람, 물개처럼 잘하는 사람, 처음 배우는 사람, 스텔스처럼 조용하게 지나가는 사람, 요란하게 물 튀기면서 옆의 사람 물 먹이는 사람, 각 사람마다 특징이 있어서, 재미가 있다. 무엇을 하던 열심히 하는 성격이 아닌 (저질체력이라 열심히 하면 병이 난다) 나는  구경도 재미있다.  


65세가 넘으면서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전철 무임, 여러 정부기관에서 하는 강좌도 반값 할인, 내가 좋아하는 국립공원도 무료에 그 밖에도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그와 비례해서 체력은 빠른 속도로 저하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가끔 보는 친구들만 보아도 다들 그런 편이다. 그와 함께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간다.  마치 모래시계에서 모래알이 빠져나가는데 3배속으로 해 놓은 듯하다. 올 한 해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고 말 것이다.

어떤 책에서 “나는 90까지 살기로 했다.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유용하게 시간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쓰고 죽겠다.”라고 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90에 죽겠다는 것이 아니라 90을 활동 가능 연령으로 보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현재의 일상을, 두뇌활동과 취미활동, 일들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덧붙여서 “그전에 죽는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많은 그의 주위 사람들도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고 있다고 적었다. 100세 시대란 뜻은 100세에 죽는다는 뜻이 아니라 100세까지 활동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90세 수영을 목표로 일주일에 2-3번 수영을 할 계획이다. 100세보다는 좀 덜  욕심스러운 것 같아서. 그 안에 죽게 된 들 무슨 여한이 있을 것인가, 그토록 최선을 다해 그 푸른 물속을 헤엄치며 즐겁게 살았는데.

작가의 이전글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 II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