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에세이 / 웅진지식하우스
p161 그럴 때 '이래 봤자 잠깐이다. 곧 갠다.' 하고 믿어보세요. 제가 볼 때 사흘 넘어가는 심통은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힘들어서.
- 완전 맞다. 늘 언급하는 그 심장 통증도 극심했던 건 사흘이었다. 물론 그 사흘이 진짜 죽을 맛이었으나.
p217 고양이는 전전두엽이 덜 발달해서 과거의 추억이나 미래의 희망에 매달리지 않고 지금을 살아간다고 하지요. 사람은 뇌가 너무 발달해서 바람도 많고 걱정도 많고요.
- 나도 병원에서 전전두엽 덜 발달했다고 했는데 나는 왜 이래요. 아 나는 고양이가 아니지. 나도 보통 사람에 비해 미래에 대한 대비 안 하고 오늘만 사는 편인 거 같기도 하다. 당장 행복한 것, 당장 사랑을 표현하는 것, 당장 행동하는 것, 당장 말하는 것. 그래 맞다. 어쩌면 나는 비 ADHD인보다 어떤 부분에선 더 편하게 살아가는 걸 수도 있겠다. 하하하
p243 그저 오늘이 남은 내 생애에서 제일 젊은 날인 것만 알면 됩니다.
- 자랑스러운 점이 있다. 내 나이 28, 늘 나이가 많다고 느끼지 않는다. 요즘 애들 예전 한국 나이로 24, 25 즉 22, 23살에도 자기들이 나이 많은 줄 안다. 나보다 3살 어린 동생이 '지금 내가 나이가 있는데'라고 말하는 걸 슬쩍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어리게 살고 있는지 깨달았다. 다들 저렇게 대학 다닐 때도 아등바등 살면, 직장 들어가도 아등바등일테고, 언제 편하게 사나 싶어서 새삼 세상 사람들이 안쓰러웠다.
p254 영원한 봄날을 꿈꾸기보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봄날은 간다'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는 게 더 로맨틱하지 않을까요?
- 이야. 멋진 말이다. 나는 아직 '봄날은 간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나이를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p261 붕어빵 하나에 온기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요. 붕어빵, 군고구마, 호떡, 군밤... 그리움을 사 먹는 건지도 모르죠.
- 아 차타임 밀크티 먹고 싶다. 5파운드(8천원... 이 아니라 이제 만원이구나 하하하)짜리 밀크티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내 저번 9월에 가서 먹어보니까 이제 내 입맛이 한국에 절여서 그 맛이 안 나더만. 그리움을 사먹는다.
p273 매미 소리가 어쩜 그렇게 아련한지,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소리 같더군요.
- 나도 첫사랑이 있다. ^^ 그거여말로 정말 찐 짝사랑이었다만. 별 대화 나눈 기억도 없고 그냥 잘생겼었다. 원래 모든 첫사랑은, 잘생겼다. 넌, 안 잘생겼고. 메롱. 그러고보니 그동안 내가 잘생겨서 좋아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다 얼굴 하얗고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었다. 필요 없어.
p290 주말 아침 전축을 틀어놓고 음악을 듣다 보면 '해주는 밥이 맛있다'라는 말이 실감 날 때가 있어요.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들을 쓰는지. (중략) 누가 내 무릎 발치에서 나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겠어요. 무심히 인생 곁을 스치는 바람 같은 선율이지만 내 생을 채우기엔 충분합니다.
- ㅎ 누군가 무릎 발치에서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직, 너를', '그런 너라도'와 같은 노래들은 이번 생에 그 노래들을 세상에 내보였다면 음악인으로서 내 몫을 다한 것 같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듣지 않더라도, 이미 내 생을 채웠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도 채우길.
p291 추억이 없는 사람은 고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마음이 힘들 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이 있다면 그게 마음의 고향이지요.
- 한 때 스레드 프로필에 '마음의 고향 사우스햄튼'이라고 적어뒀었다. 추억이 있으면 고향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거기서 내가 새로 태어난 느낌이고, 인생 두 번째 막을 연 느낌이라면 마음의 고향이 맞다. 지방에서 서울 상경한 사람들도, 고향 생각하면 그리운 부모님 생각도 나지만 막상 가면 할 거 없고 노잼 아닌까. 나도 똑. 같.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