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도착하자마자 10월에 펍에서 첫 공연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대단하다. 나란 ADHD. 뿌듯하고 좋았지만, 자주 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영국 오픈마이크는 당일 가서 그냥 한다. 처음 갔던 펍이 마음에 들었는데, 매주 화요일마다 오픈마이크가 열렸다. 가도 되고, 안 가도 되기 때문에 나 역시도 '다음 주에 가야지'하고 미루게 되었다.
또한 영국 펍 특성상 시끄러운 경우가 있는데,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끼면 상처받을 수 있다. 노래 부르는 중에는 다 떠들고 난리가 났었는데, 곡이 끝날 때만 백인들 특유의 휘파람 불고 영혼 없는 박수가 나오니 기분이 나빴다.
한국 노래를 부를 때 눈치도 보인다. '착해 빠진 게 아냐'는 즐거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고, 곡 길이도 2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도했었다.
대신 매주 열리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서 공연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이렇게 전부 외국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도파민이 터진다. 열심히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그렇다. 한국 돌아갔을 때 이색 이력이 된다는 걸 알기에, 공연 갈 때도 유튜브 올릴 때도 기분이 좋았다.
한국 오픈마이크는 하는 곳이 별로 없다. 있어도 연락이 안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6년에 첫 싱글을 발매하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나인데, 무페이 공연조차 다 연락이 안 온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다. 작년처럼 공연이 엄청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장점은 미리 신청을 받기에 주최 측에서 포스터도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뮤지션으로서 책임감이 있다.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 그에 맞게 레퍼토리를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연습한다.
장소가 조용한 편이다. 그래서 기타 한 대만 가지고 나보다 더 잔잔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공연한다.
마지막으로 맥주 한 병이라도 챙김을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런 것도 없다면 다시 가지 않는다. 한국에선 그 기준이 확고하다.
한국과 영국, 각각 장단점이 있다. 작년 8월과 12월엔 영국을 방문했던 각각의 목적에 집중하느라 공연까지 하지는 못했는데, 이번 5월에 가면 꼭 한 번은 공연하고 올 거다.
Whiskey Blue
Southampton,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