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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an 22. 2024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

마음먹은 걸 바로 시작하는 게 보통 사람들에게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어지간해서 뭘 미루는 법이 없이 즉시 한다. 공부도 다이어트도 새해 목표 달성에도 별 어려움을 겪어본 기억이 없다. 혼자 의지로 할 수 있는 거라면 곧잘 해내는 게 디폴트인 나였으니, 혼자 의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더 크게 좌절했다. 오디션, 친구 관계, 연애와 같이 타인이 필요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여전히 익숙해지는 중이다. 슬프고 속상하겠지만, 반대로 내 의지로 이룰 수 있는 일은 다 해내니 얼마나 좋은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과 '타인의 의지가 필요한 일'을 적절히 섞어가며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나에게 있어 그 차이점을 두 가지를 발견했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나를 닦달하고 내가 더 노력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만,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은 그럴수록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나만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꼴이 되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의 에너지가 비슷해야 하는데, 나만 열정이 넘치면 쉽게 지친다. 


또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내게 성공 경험이 많다. 그래서 자신감은 높고 불안감은 낮고 결과적으로 성공에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런데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은 자꾸만 실패 경험이 떠오른다. 오디션에 떨어진 것, 친구 관계가 끝난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모두 내가 노력을 덜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나만 혼자 노력하는 것 같다상대방은 점점 나를 멀리하고 나는 지치곤 했다. 


최근에 꽂힌 생각은, '저 사람이 나를 부담스러워하는지 나랑 대화하기 싫은지 어떻게 아나'였다. 그런데 그걸 알면 내가 그만두던가. 잘 생각해 보면 '이 사람 나를 좀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다'라는 신호를 받아도 그냥 무시해버리지 않았던가. 상대방은 나에게 선톡 한 번, 만나자고 한 번 하지 않고 거절하는데도 끈질기게 연락한 사람이 살면서 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다. 물론 그 거절의 이유가 진실일지 거짓일지 상대만 알겠지만, 그 정도로 여러 번 만나자고 했는데 연락이 없으면 나를 만나기 싫은 거다. 난 그걸 상대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이상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나 보다. 그런데 어느 누가 '너랑 딱히 얼굴 볼 이유는 없을 거 같아'라고 말할 수 있나. 그렇게 한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은 좀처럼 물고 놓아주지는 않았던가. 내가 그동안 친구가 없어서 그랬나, 친구가 많아지면 한 명 한 명에게 집착하는 게 좀 덜하겠지 싶었는데 그 성향은 어디 가지 않더라. 나는 나만 노력한다고 지쳤겠지만 사람들은 에둘러 거절하느라 지쳤을 거다. 포기할 줄 모르는 독한 성격이 사람에게 발휘가 되면 곤란하다. 나도 힘들고 상대도 힘들다. 



이렇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좌절하게 되면, 일중독 공부중독에 제대로 빠지곤 했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있다. 물론 이를 잘 활용하면, 자기 계발 끝판왕이 된다. 요즘 불어 공부에 한창이다. 그런데 이렇게 '너희들은 나에게 상처를 줬지만 나는 6개 국어 능력자야'라는 생각을 강화시킨다고 내가 받은 상처가 치유가 되나. 물론 울지 않고 씩씩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생활하는 데에는 큰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내가 자기 계발과 공부에 빠지던 시기를 잘 살펴보면, 인간관계에서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크게 상처받았을 때였다. 


소위 '물고 안 놓아주는 성향', 끈기와 인내, 열정과 집념은 앞서 언급했듯 공부 및 목표 달성에 있어 타고난 능력이다. 다만 지금 이를 활용하는 이유가, 사람에게 상처받아서는 아닌지,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이를 어떻게든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닌지, 너는 비록 나를 그렇게 대했지만 나는 멋진 사람이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이곳저곳 아프다. 마음을 돌봐주지 않은 채로, 하루종일 뇌를 굴리면 곧 몸도 아프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 어차피 내가 열심히 안 한다는 기준이 남들 눈엔 그것도 열심히 하는 것일 테니 조금만 덜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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